[2022 붓다아트페어] 한 붓 한 붓 솔직담백하게 그린 불화_황두현 작가

2022-07-26     송희원
황두현 작가가 제10회 붓다아트페어에 출품하는 <극락세계 장엄도>의 바림(한쪽을 짙게 색칠한 뒤 갈수록 엷게 칠하는 것)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 전통·불교미술 축제 제10회 붓다아트페어가 9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와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홈페이지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개최된다. 붓다아트페어(Buddha Art Fair, 이하 BAF)는 불화, 불상, 단청 등 불교·한국전통미술 전 분야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 불교·한국전통미술 오픈마켓이다. ‘리추얼, 내 삶이 바뀌는 시간’ 주제전을 비롯해, 한국전통 불교미술전, 불교 현대미술전, BAF청년작가공모전 전시에 36개 업체와 60개 부스가 참여한다. 올해 BAF에 ‘극락, 의식의 진화’라는 전시 제목으로 <극락세계 장엄도>를 선보이는 솔담공방 대표 황두현 작가를 만났다. 

황두현 작가는 “당신의 부처님은 무엇인가요?”라는 제목으로 2018년 첫 번째 개인전을 열고, 서울국제불교박람회 2019년 <다르마 피규어>로 BAF청년작가공모전 최우수상을, 2020년 디자인회사 넘버스와 협업한 <사불수행화첩 bodhi>로 전통문화우수상품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Dharma Figure 1>, 150×100, 면에 채색

 

어디에나 불성이 깃들어 있다

황두현 작가는 사슴벌레, 나비, 캔버스화, 전기포트, 레고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곤충이나 사물 등 친숙한 소재에 불화와 단청 문양을 수놓는다. 부처님의 형상을 그려야만 꼭 불교미술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행무상 제법무아(諸行無常 諸法無我)’라는 항상(恒常)한 건 없다는 진리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슴벌레에도 부처님이 있고, 레고에도 부처님이 있어요. 우리는 모두 지수화풍으로 이뤄진 존재이기에 ‘나’라는 실체도 없어요. 단청과 불화의 문양들도 해체돼서 다시 곤충이나 장난감으로 재조합될 수 있기에 형상은 큰 의미가 없죠.” 

이러한 고민은 불교미술을 전공한 학부 때부터 시작됐다. 동국대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문화재수리기술자 단청, 문화재수리기능자 화공·모사공 자격을 취득하고 현장에서 10여 년간 실무경험을 쌓았다. 일하면서 가까이서 봐온 고려·조선시대 불화들은 저절로 무릎이 꿇어질 정도로 감동스러웠다. 하지만 전통기법으로 똑같이 재현해 봉안한 현대 불화들에서는 옛날 불화들의 “그 맛”이 안 느껴졌다. 법당에 켜놓은 촛불 그을음이 서려서일까, 수백 년 동안 신도들의 기도 기운이 쌓여서일까. 많은 고민 끝에 과거 화공들의 정신에 답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요즘은 인쇄기술과 디지털 자료 기술이 발달해서 옛날 불화의 초(초안)를 찾는 게 쉬워요. 얼마든지 선대의 잘 된 초를 흉내 낼 수 있어요. 물론 전통의 초를 모사하는 게 전통을 이어 나간다는 측면에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늘 변화하고 발전해온 불교미술의 역사에서 지금 이 시대만 그 발전이 단절된 건 아닐까 싶어요.”

황두현 작가의 화두는 이 시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의 불교미술을 찾는 것이다. 취미로 수집한 레고나 건담 프라모델 그리고 아이가 가지고 놀던 물오리 장난감에 단청을 입힌 것도 그러한 고민의 발로였다. 

이 시대의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되, 전통기법 기술로 옛날 불화들에 담긴 “그 맛”과 정신을 살리는 것. “해답은 지금도 찾는 중”이라는 황 작가의 말처럼, 그 과정은 쉽지 않다. 하지만 겉보기에만 화려하고, 껍데기만 불교미술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경계하고 노력한다. 

 

<Dharma Toys>, 30×30, 캔버스에 채색
황두현 작가의 딸아이가 가지고 노는 물오리 장난감에 단청 문양을 입힌 시리즈 작품이다.  

솔직담백한 선 

황두현 작가가 불교미술과 동문인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솔담공방 이름에는 ‘솔직하고 담백한 선(線)’을 긋자는 부부의 다짐이 담겼다. 단청에서는 문양을 채색한 후 세필 붓으로 경계선에 선을 긋는 ‘기화(起畫)’라는 작업이 있다. 숙련을 요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한 단청 스승님께서 제 선에는 아상(我相) 같은 게 들어있다고 지적하셨어요. 기교적으로는 잘 뜨지만 겉멋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거죠. 그걸 내려놓고 그냥 좀 멍청하고 담백하게 뜨라는 조언인데, 그 습을 버리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못 뜬다고 해서 진짜 초보자처럼 떠서도 안 되고 뭔가 투박하면서도 선의 맛을 잘 살려야 해요. 그런 선을 뜨고 싶다는 게 어느 순간 제 목표가 됐어요.”

올해 황두현 작가가 BAF에서 전시하는 작품은 <극락세계 장엄도>다. 중국 청나라 궁중화가 정관붕(丁觀鵬)의 <극락세계 장엄도>를 3m에서 160cm 크기로 축소해 모사한 불화다. 원본의 부처님과 불좌대, 건물의 공포까지 한국 불화 양식으로 하나하나 번안했다. BAF에서는 장면의 부분 부분을 확대해서 그린 소품(작은 그림)도 액자로 만들어 함께 전시할 예정이다. BAF에서 만나게 될 황두현 작가의 한 붓 한 붓 솔직담백하게 장엄한 선들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