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시작과 끝, 경주 남산] 불교의 상징 탑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는 무덤으로 불교도의 예배 대상이자 정신적인 구심체다. 남산의 바위가 부처님의 진신을 모시는 탑의 기단, 즉 부처님의 금강좌가 되면서 이 세상은 부처님이 계신 정토가 된다. 온 우주가 불국토가 되는 것이다. 탑의 중심을 잡고 있는 찰주(擦柱, 탑 꼭대기에 세운 중심 기둥)가 세계의 중심축으로 해석되듯이 부처님이 봉안돼 있는 탑이 우주의 중심이 된다. 작은 석탑 하나가 이 모든 세상을 불국토로 만드는 경이로운 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하나의 탑은 천불천탑의 전부가 되기도 하고 천불천탑 중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_ 심주완의 글 중에서
세존께서는 문득 신통을 나타내셨다.
신통력으로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큰 강당 안 대중 가운데 7보탑(七寶塔)이 땅속으로부터 솟아올라오니, 보배 그물이 그 위에 덮였다.
대중은 이 일을 보고 처음 보는 기쁜 생각을 내었다. 세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탑에 예배하고 조심조심 탑을 돌고 자리에 돌아가 앉으셨다.
도량 보리수신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세상에 큰 영웅이시라 세간에 나타나시면, 모든 이들의 공경을 받으시며, 중생 중에 가장 뛰어나고 가장 높으시온데, 어찌하여 이 탑에 예배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녀천아, 내가 보살행을 닦을 적에 내 몸의 사리(舍利)를 이 탑에 넣어 두었다. 사리[身]로 말미암아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느니라.”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아난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탑을 열고 그 속에 있는 사리를 꺼내어 대중에게 보여라.
이 사리는 한량없는 여섯 가지 바라밀다의 공덕을 닦아서 생긴 것이니라.”
아난이 부처님 말씀을 듣고 나서 탑 앞에 가서 예배하고 공양한 뒤에 탑문을 여니, 그 속에는 7보로 만든 함이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손으로 함을 열고 보니, 그것은 빛이 붉고 흰 묘한 사리였다.
그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속에 있는 사리는 그 빛이 붉고 희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그 사리를 가져 오너라. 이것은 보살의 몸에서 난 사리다.”
그 때에 아난은 7보 함을 받들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올렸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지금 이 사리에 예경하여라.
이 사리는 계(戒)·정(定)·혜(慧)를 닦아 익혀서 된 것이니,
매우 만나기 어려운 가장 으뜸가는 복밭[福田]이니라.”
대중들은 이 말씀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보살의 사리에 경례하였다.
__ 『금광명경(金光明經)』 「사신품(捨身品)」
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