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과 불교

2002-08-21     관리자

[도올과 불교]

도올 김 용옥 선생이 얼마 전 동국대 강당에서 '불교의 본래 모습-달라이 라마를 만난 후’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가졌다고 합니다.

선생은 이 자리에서 "붓다가 되기 전 청년 싯달타의 행적과 정신적 발전과정에 대한 개인적 관심 때문에”인도를 여행했으며,“그 과정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 불교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보도에 의하면 도올 선생은 이날 강연에서 자신이 '불교가 무엇이냐’고 달라이 라마께 물었을 때 들었던 답변('불교는 무신론이며 과학이다')을 인용하며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과학이다’라고 말했으며,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20세기 한국사회를 이끌었던 기독교를 대신해 초기 불교의 합리적, 과학적 전통이 중심이 되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또한 모태 신앙임에도 불구하고 유(儒)·불(佛)·도(道)를 두루 섭렵한 학자로 종교의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윤리적으로 접근하면, 모든 종교는 다 비슷하다. 하지만 유일신 종교는 편협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런 보도에 의하면 도올 선생은 대체로 정확하게 불교를 이해한 듯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약간 오해가 있지 않나 합니다.

무엇보다 종교와 과학을 따로 떼어 생각하는 것은 동양학을 전공한 도올 선생 답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종교와 과학은 우리가 진리로 접근하는 두 가지 큰 물줄기입니다. 즉, 종교는 보이지 않는 세계, 비물질적인 세계를 통해 우주의 진리, 생명의 진리로 접근하는 것이고 과학은 가시적인 물질적인 세계를 통해 우주의 근본 진리로 접근합니다. 그러므로 종교와 과학은 따로 분리할 수가 없습니다.

진리는 하나라, 물질을 통해서건 비물질을 통해서건 결국엔 하나로 만나고야 맙니다. 따라서 학문이 깊어 질수록 과학하는 분은 종교적이 되지 않을 수 없으며, 고등종교일수록 합리적, 보편성을 함유한 과학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또 하나 문제점은, '불교는 무신론'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아마 도올 선생은 이 말 속에서 "따라서 불교는 종교가 아니다" 라는 점을 강조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대철학자 답지 않은 말입니다.

종교의 정의는 동서양이 서로 다릅니다. 동양은 예로부터 "(진리로 인도하는) 가장 높은 가르침"을 종교라고 불렀으며, 서양에서는 "신(神)을 경원하는 것"을 종교라 하여 신이 개입되지 않으면 어떤 거룩한 가르침도 종교라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종교를 뜻하는 'religion'은 본래 '신에의 존경'-reverence for god-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온 말입니다).

그러기에 유교나 도교는 서양의 개념으로는 종교가 될 수 없지만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훌륭한 종교였던 것입니다. 달라이 라마께서 '불교가 무신론'이라 말씀하신 것도, 불교에는 '우주의 근본 면목으로서의 창조주(유신론) 같은 존재는 특별히 없다(무신론)'는 것을 그렇게 표현하신 것 같은데, 도올 선생은 아마 이런 사실을 착각했나 봅니다(불교엔 사실 신들이 많지요!).

비록 모태 신앙이라 하지만, 제가 보기에 도올 선생은 오히려 불연이 참 깊은 분입니다. 언제나 삭발을 하는 것도 여러 생 수행자의 습이 남아서일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은 과거 생에 마음 법(心法)까지 깨우친 도인 같지는 않은데, 그런 탓인지 그 뛰어난 지식, 학문이 모두 유위법에 머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만약 선생이 불교에 귀의하여 마음법까지 깨우치면, 그 때에는 그야말로 온 천하를 울리는 진실한 사자후를 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이 종린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