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초대전_성각 스님

성각 스님 -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9호 선화(禪畵) 기능보유자

2022-03-29     김남수
성각 스님. 망운사는 남해에서 가장 높은 망운산 정상 아래에 있다. 

남해에는 금산(錦山)이 이름났지만 가장 높은 산은 망운산(望雲山)이다. 망운산 정상 지척에 있는 망운사에 오르면 남해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선화(禪畫)를 알고 보니 
생사여탈(生死如脫)이 따로 없네

망운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글이다. 이곳에서 선화(禪畫)를 그리는 성각 스님을 찾았다. 스님은 3월 18일부터 5월 8일까지 통영시 일원 섬·뭍·바다에서 열리는 ‘2022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에 초대돼 통영 연화사에서 전시회를 개최한다.

<억겁의 미소>. ‘그림이 나를 가르치는구나’라는 뜻을 깨우치게 한 작품이다.

스님은 출가 전 한학을 한 아버님 영향으로 붓글씨를 배웠고, 출가해서는 화엄 스님을 따라 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30대 초반, 김해 영구암에 기도하면서 머물게 됐는데 사군자를 그리는 화엄 스님을 보고 마음이 동했단다. 현몽(現夢)을 꿔 지금의 망운사와 인연이 됐는데 출가 후 선화를 그린 지 40년 돼 간다. 스님의 선화에는 ‘얼굴’과 ‘원’이 많이 표현돼 있다. 작품에 대해 조심스럽게 여쭸다.

“옛 선지식들의 말씀에 선(禪)을 통해 결과가 드러날 때, 도의 근간이 원으로 표현됩니다. 마음의 근원 자리, 스스로 찾아야 할 길이 이 원에 있습니다.”

스님이 제일 아끼는 작품이 <억겁의 미소>다. 작품을 하다 보면 안 되는 때가 있다. 새벽까지 노력하고 분심에 울어도 보고, 목욕재계를 하룻밤에 몇 번을 해서 붓을 놓은 작품이다. 

이때 ‘작품이 나를 가르치는구나’라는 뜻을, 선화는 버리고 버려야만 한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그렇게 스님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수행 그 자체다. 작품을 들고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신 고산 스님께 들고 갔다. 스님께서 제호로 <억겁의 미소>를 내려줬다.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에서 스님이 전시회를 여는 연화사는 스님에게도 남다른 곳이다. 연화도는 통영에서 아름답기로 이름난 섬이기도 하지만, 연화사는 은사로 모신 고산 스님이 계셨던 곳이다. 전시회가 개최되는 시간은 스님이 사바세계를 떠난 지 1년이 되는 때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스님은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바다너머 피안’을 주제로 21점을 준비했다.

멀리서 구름을 바라본다는 망운산,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망운사가 있다. 동쪽을 바라보면 통영의 연화도도 보일 터, 우리가 올라간 날은 구름에 가려져 있다.  

 

사진. 정승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