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날과 식량

21세기 생활과학

2007-09-17     관리자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나? 요즘 농사 지어..."
"예? 사모님 연세가 있으신데 힘든 농사일을 어떻게 하십니까?"
"내가 마을에서 제일 젊은 사람이야... ."
몇 년 전에 정년퇴임하신 은사님 부부를 학회장에서 뵈었다. 은퇴하신 후 낙향하셔서 자신 이 태어나고 자란 어린 시절의 옛집을 다시 구입해서 살면서 전원생활을 즐기고 계시는 분 이다. 은사님은 지방의 신설대학에 보직을 맡으셨고 사모님은 농사를 지으신단다. 이번 가을 에는 참깨를 한 말 이나 털었다고 환하게 웃으신다. 워낙 부지런한 분이시고 얼굴은 언제나 처럼 고왔지만 굳은 살이 박히고 갈라진 손은 예전의 곱던 그 손이 아니었다.

귀농과 이농
서울의 아파트에 사실 때도 항상 흙을 그리워하시고 베란다 가득히 화초를 가꾸시던 분이었 다. 이제는 좁은 베란다가 아닌 앞마당과 뒤꼍의 텃밭에 화초를 가꾸신단다.
처음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논농사는 엄두를 내지 못 했었는데 올해부터는 손수 논농사를 지 어서 서울에 사는 자식들에게까지 보냈다고 자랑을 하신다. 게다가 올해는 예년에 없던 풍 작을 이루어서 첫농사치고는 만족하시고 계신 듯했다. 나 자신 전원생활을 항상 동경해 왔 었지만 막상 시골에 살면서 나도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살 각오가 되어있었는지 반성해본 다.
공기가 맑고 인심 좋은 시골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으면서도 힘든 농사를 지 을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어느 농촌을 가봐도 이제 젊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정년 퇴임하신 분이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적다고 하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 을 것이다.
골짜기마다 있던 시골 분교들이 폐교하기 시작하면서 이농은 가속화되고 농촌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극히 최근에는 다시 농사를 지으면서 살기 위해서 농촌 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농촌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은 노동력이 감퇴한 노령층이고 아나마 교유과 생계 때문에 도시로 떠나는 이농인구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라고 한다.

살기 좋은 농촌
우리의 주식인 쌀이 수입되기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분명 아니다. 비록 좋은 기억 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통일벼' 덕분에 한때나마 식량을 자급자족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 만 지금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외국에서 쌀을 수입하고 있다. WTO의 출범과 함께 의무적 으로 수입해야 하는 식량이 할당되어 있으니 당분간 식량수입국의 신세를 면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과거에도 농민들을 무시하는 나라님은 일찍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농촌은 이미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근로자의 날, 학생의 날, 경찰의 날, 무슨 날 무슨 날 등등 수도 없이 기념일이 많지만 아직까지 농민의 날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소위 '농업인의 날'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대통령이 축사를 하는 모습을 TV에서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농민들에게 얼마나 무관심했었나 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 고 있는 것은 아닐까? 농촌이 도시보다 살기가 좋다면 농촌을 떠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시사람들은 농촌이 인심 좋고 공기 좋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시골 에는 젊은이들은 다 떠나고 노인들만 남았다.
최근에는 생활은 시골에서 하고 직장은 도시로 하는 이른바 전원주택 바람이 불었다. 살기 (?)에는 좋지만 이른바 해먹고 살 것(?)은 없다는 역설이 아닐까? 이른바 기업형 농업회사 도 생겼고 여러 가지 특용작물로 소득을 올리는 농촌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전 형적인 밭농사, 논농사로 부자가 되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식량과 인구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
얼마 전까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자주 듣던 소리다. 심지어는 '철도가의 인구론'(?)을 주장 하시던 고동학교시절의 사회선생님을 기억하고 있다. 자식이 많다보니 먹고살기가 어려워서 집 값이 싼 철도가호 이사를 왔는데 시끄러운 기차소리 덕분에 새벽잠을 설치고 결국은 자 식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라셨던가?
좌우간 인구억제정책의 하나로 가족계획사업에 한참 열을 올렸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가족 계획과 피임을 주장하는 소리는 최근에는 소리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오히려 나이 들어서 늦둥이로 세 번째 아이를 낳는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정부차원에서도 세 번째 아이에 게는 의료보험혜택에서 제외시켰던 정책을 이제 폐지했다.
WTO의 출범과 함께 세계화가 가속되고 있는 마당에 소위 국가 경쟁력에 최대의 걸림돌은 노동력 부족과 그에 따른 고임금이 아닌가? 게다가 내수기반 운운하며 인구증가를 주장하는 사람까지 있다. 좌우간 식량부족을 우려해서 시행되었던 인구 억제정책이 폐지되고 수입자 율화와 함께 식량수입에 따르는 문제들과 함께 식량문제는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식량을 자급자족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식량부족을 가 져올 것이교 그에 따른 식량수입은 또다시 농촌을 폐허로 만들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반가운 소식은 소위 '수퍼쌀'로 불리는 다수확종 벼가 개발되어서 일반농가에 종자 가 보급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식량 자급자족의 길이 열릴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가족계획사업을 시작할 것인 가?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생호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