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세계의 변호인, 지장] 지장신앙 경전

지장보살 원력과 가르침 담긴 지장삼부경

2022-01-24     목경찬

『지장보살본원경』, 『대승대집지장십륜경』, 『점찰선악업보경』을 지장삼부경이라 한다. 『지장보살본원경』은 『지장본원경』이라 하며, 현재 널리 독송하는 『지장경』이다. 『대승대집지장십륜경』은 『지장십륜경』이라 하며, 부처님 가르침 등을 열 가지 수레바퀴[십륜十輪]로 언급하며 실천 수행을 강조한다. 『점찰선악업보경』은 『점찰경』이라 하며, 선악의 행위와 과보를 알아내고 참회하는 방법 등을 설한다.

지장삼부경은 몇 가지 공통된 내용이 있다. 우선 지장보살의 원력이 전제되며, 지장보살은 그 원력에 따라 말세 중생을 위해 자비를 베푼다. 참회를 강조하며, 지장보살 명호를 외우거나 경전을 받아 지니거나 외우면 좋은 일이 생긴다.

선운사 지장보살좌상(보물).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돌아왔다. 한 일본인의 꿈에 “나는 고창 도솔산 참당사에 있었다. 하루빨리 그곳으로 보내 달라”고 지속적으로 나타나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지장보살본원경』

당나라 때 실차난타 스님(652~710)이 번역한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2권)은 지장보살에 관한 가장 중요한 경전이다. 경전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이 경전은 세 가지 이름이 있다. 『지장본원경』, 『지장본행경』, 『지장본서력경』이다. 이는 지장보살이 오랜 겁으로부터 중대한 원을 세워 중생을 이익되게 함을 설해 왔으니, 너희들은 이 원을 따라서 유포하도록 하여라.” 그런 만큼 ‘육도중생을 제도하기 전에는 결코 성불하지 않겠다’는 지장보살의 본원(本願)이 중심인 경전이다.

전체 13품이다. 경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어머니 마야 왕비를 위해 설법할 때, 여러 대중이 부처님을 찬탄하고, 여러 광명과 구름 등 부처님의 신통 속에 사바세계와 수많은 국토에서 대중이 모여들면서 시작한다. ①도리천궁신통품 : 부처님이 도리천궁 법회에서 신통을 보인다. ②분신집회품 : 지장보살의 분신들이 법회에 모인다. ③관중생업연품 : 지장보살이 중생들이 지은 업의 인연을 살펴서 설한다. ④염부중생업감품 : 부처님이 염부제 중생들이 받는 업보를 설한다. ⑤지옥명호품 : 지장보살이 지옥의 이름을 설한다. ⑥여래찬탄품 : 부처님이 지장보살을 찬탄한다. ⑦이익존망품 : 지장보살이 산 사람의 공덕으로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을 함께 이익됨을 설한다. ⑧염라왕중찬탄품 : 지장보살의 원력을 듣고서 착한 원을 세운 염라왕 무리를 부처님이 찬탄한다. ⑨칭불명호품 : 지장보살이 과거 부처님의 명호를 언급하며, 그 명호를 외우는 공덕을 설한다. ⑩교량보시공덕품 : 부처님이 보시 공덕을 비교하여 설한다. ⑪지신호법품 : 지장보살상을 모시거나 지장경을 독송하는 사람을 보호하겠다고 견뢰지신이 서원한다. ⑫견문이익품 : 부처님이 지장보살과 경전을 보고 들어서 얻는 이익을 설한다. ⑬촉루인천품 : 부처님이 지장보살에게 사람과 하늘의 제도를 부탁한다. 

이 경전은 지장보살의 본원, 중생의 업보, 지장보살 원력의 공덕 등이 중심 내용이다. 따라서 오늘날 지장신앙의 대표 경전으로 널리 독송한다. 특히 지옥과 관련된 중생의 업보 이야기, 지옥에 빠진 중생을 천도하는 지장보살의 전생 이야기, 죽은 자를 위한 천도 공덕으로 인해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함께 이익을 얻는 이야기 등은 천도재, 생전예수재 등 여러 의식으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이 경전에는 지장보살은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무불(無佛)시대에 육도중생을 제도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발원을 여러 차례 언급한다. 그리고 지장보살을 생각하거나 경전을 독송하는 공덕에는 현세와 관련된 공덕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지장신앙은 내세신앙에 한정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대승대집지장십륜경』

『대승대집지장십륜경(大乘大集地藏十輪經)』(10권)은 당나라 때 현장 스님(602~664)이 651년에 번역했다. 이역본으로는 북량(北涼) 시기에 번역한 『대방광십륜경(大方廣十輪經)』(8권)으로 번역자를 알 수 없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십륜을 굴림으로써 중생이 악업을 전환해 지혜와 복덕을 성취하도록 하므로 『지장십륜경』이라 한다. 부처님 설법을 전법륜(轉法輪)이라고 하는데, 훌륭한 왕이 수레바퀴를 굴려 적을 굴복시키는 것처럼 부처님 가르침을 펼쳐 그릇된 가르침을 깨뜨리고 번뇌를 부숴 중생을 해탈하게 한다.

전체 8품이다. ①서품 : 석가모니 부처님이 거라제야산에서 설법할 때 일어나는 상서로운 광경으로부터 시작된다. 향구름, 향비, 가르침의 소리[법음], 묘한 광명, 즐거움이 가득하다. 이러한 상서로운 광경의 주인공인 지장보살이 등장하고, 지장보살의 공덕에 대한 부처님의 찬탄이 이어진다. ②십륜품 : 석가모니 부처님은 지장보살에게 오탁악세(五濁惡世)의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부처님이 굴리는 열 가지 불륜(佛輪)을 대왕이 굴리는 열 가지 왕륜(王輪)과 대비하여 설한다. ③무의행품 : 무의행(無依行)은 함께 하지 않아야 할 열 가지 행위로서 한 가지만 있어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가령 분수에 맞지 않게 무리하는 것, 파계와 악행, 전도된 소견과 길흉에 집착, 산란하고 가르침에 따르지 않고 경박함, 이간질, 추악한 말로 성현 비방, 잡된 말과 거짓말, 탐욕과 질투, 성냄, 삿된 소견으로 인과를 믿지 않음 등이다. 그리고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열 가지 악행인 십악륜(十惡輪)을 언급한다. 십악륜을 멀리하면 하늘이 복을 준다. ④유의행품 : 유의행(有依行)은 성취해야 할 열 가지 행위로서 성문, 독각, 보살, 부처님의 종자를 심고 바른 법을 이룬다. 예를 들어 청정한 업, 부끄러워하는 마음, 두려워하는 마음, 생사의 바다는 건너기 어렵다고 봄, 고요함, 다른 이의 허물을 비웃지 않음, 선정을 닦음, 인과를 깨달음, 평등한 마음, 선법을 키우고 악법을 잘라냄 등이다. ⑤참회품 : 아예 죄를 범하지 않고, 죄를 범했으면 죄를 드러내고 참회한다. ⑥선업도품 : 열 가지 선업을 언급한다. 살생하지 않음, 도둑질하지 않음, 그릇된 음행을 하지 않음, 거짓말하지 않음, 이간질하지 않음, 추악한 말을 하지 않음, 더러운 말과 꾸민 말을 하지 않음, 탐욕을 멀리 떠남, 성냄을 멀리 떠남, 그릇된 소견을 멀리 떠남 등이다. ⑦복전상품 : 복전(福田)은 부처님과 부처님 제자를 말한다. 여기서는 보살을 말한다. 따라서 복전상은 보살이 갖추어야 할 모습으로서 재보시와 법보시, 계율, 인욕, 정진, 선정, 반야, 중생을 제도하는 훌륭한 방편, 대자심, 대비심, 삼매문과 다라니문 등이다. ⑧획익촉루품 : 이 경전의 공덕을 설하며, 널리 전해지기를 부처님이 허공장보살에게 부탁한다.

이 경은 이승[성문승聲聞乘, 연각승緣覺乘]의 행법에서 보살의 육바라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실천행을 함께 닦도록 함으로써 대승과 소승의 차별을 두지 않는다. 그리고 십악(十惡)에 빠진 중생들이 삼승의 도를 얻도록 인도한다. 따라서 말법시대에 가장 뛰어난 가르침을 담은 경전이다.

특히 「서품」에는 지장신앙과 관련한 내용이 많다. 지장보살이 성문(聲聞,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출가제자)의 모습이다. 이에 근거해 지장보살상을 삭발한 모습으로 조성한다. 지장보살은 대범천왕, 부처님과 보살・독각・성문, 어린아이, 동물의 모습, 염라왕・지옥 포졸・지옥 중생 등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어 그 중생의 상황에 맞게 설법해 중생을 제도한다. 이러한 지장보살의 공덕은 어느 보살보다 뛰어나다고 찬탄한다. 보통 ‘츰부다라니’라고 부르는 ‘구족수화길상광명대기명주총지장구(具足水火吉祥光明大記明呪總持章句)’를 언급한다. 그러므로 사찰에서는 간혹 「서품」만 편집해 독송하기도 한다.

선운사 ‘지장보궁’. 선운사 지장보살은 한동안 관음전에 모셔졌다. 2013년, 비로소 지금의 주처가 완성돼 제자리를 찾았다. 전각의 이름은 지장전이 아닌 ‘지장보궁’이다. 참당암 법만 스님이 인도에서 모시고 온 부처님 진신사리를 복장에 봉안해서다. 2014년에는 후불탱화 대신 신태인 옥천사 주지 지묵 스님이 서각한 『지장보살본원경』을 봉안했다. 
 

 

『점찰선악업보경』

『점찰선악업보경(占察善惡業報經)』(2권)은 수나라 때 보리등 스님(581~617)이 593년경에 번역하고, 당나라 때인 695년에 발행됐다. 선악의 행위와 과보를 점쳐서 알아내고[점찰] 참회하는 방법, 대승[중생의 본래 청정한 마음]을 구하는 방편을 설한다. 줄여서 『점찰경』이라 하며, 『대승보의경(大乘寶義經)』, 『대승실의경(大乘實義經)』, 『지장보살경』, 『지장보살업보경』이라고도 한다.

부처님이 왕사성 기사굴산에 있을 때 견정신보살이 말법시대 중생을 불법으로 이끄는 방편을 부처님에게 묻고, 부처님은 지장보살에게 이에 대한 설법을 권하면서 시작한다. 총 2권으로 상권은 참회와 관련해 점찰참회가 주된 내용이고, 하권은 대승[중생의 본래 청정한 마음]을 구하는 방편에 대한 설법이 주된 내용이다.

점찰에 대해 알아보자. 말세에 장애를 없애려고 하는 자는 목륜상(木輪相)의 법을 써서 지난 세상에 지었던 선악의 업과 현재의 고락과 길흉 등의 일을 점을 쳐서 살펴야 한다. 나무로 새끼손가락 크기의 네모 막대기를 만들고 잘 구를 수 있게 모서리를 다듬는다. 이렇게 만든 윤상(輪相)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 윤상은 열 개로서 지난 세상에 지은 10선과 10악을 알아본다. 한 면에는 10선 중 하나를 쓰고, 반대쪽 면에서 대비되는 10악 중 하나를 쓴다. 가령 한 면이 불살생이면 반대쪽은 살생이다. 이 윤상을 굴려 악이 나타나면 참회한다. 열 개 모두 아무 표시가 없는 면이 나타나면 지혜를 얻은 경우다.

둘째 윤상은 세 개로서 지난 세상에 지은 업의 강약을 알아본다. 우선 몸[신身], 입[구口], 생각[의意]을 표시해 하나씩 구분한다. 세 개 모두 첫 번째 면에는 정중앙에 가로로 모서리까지 닿도록 굵고 길게 선을 그린다. 두 번째 면에는 모서리에 닿지 않도록 가늘게 짧게 그린다. 이는 각각 선업의 강약을 나타낸다. 세 번째 면에는 넓고 깊게 칼로 새긴다. 네 번째 면은 가늘고 얕게 새긴다. 이는 악업의 강약을 나타낸다. 세 개의 윤상은 한꺼번에 던지지 않고, 첫째 윤상에서 나타난 업이 신업이면 몸[신], 구업이면 입[구], 의업이면 생각[의]이 표시된 윤상을 던진다.

이러한 점찰 결과에 따라 참회 기간이 다르다. 즉 7일, 14일, 21일, 49일, 100일, 200일, 1,000일을 지나고서야 청정함을 얻는다. 청정해짐을 알고자 한다면 7일이 지난 뒤 아침저녁으로 둘째 윤상을 한꺼번에 세 번 던져 확인한다.

셋째 윤상은 여섯 개로서 3세(世)에 걸쳐 받는 과보의 차별을 알아본다. 여섯 개 윤상에서 각각 한 면을 비워두고 순서대로 각 면에 1부터 18까지 표시한다. 첫 번째 윤상에는 1, 2, 3을 표시하고, 나아가 여섯 번째 윤상에는 16, 17, 18을 표시한다. 이 여섯 개 윤상을 세 번 던져서 나타난 숫자의 합을 구한다. 그 숫자의 합은 0에서 189까지다. 과보인 선악의 상은 모두 189종으로, 경전에는 1에서 189에 이르는 각 상의 의미를 설한다. 가령 49는 크게 부유해지기를 바라면 재산이 가득 찬다. 172는 죽으면 지옥에 들어간다. 0은 더 얻을 것이 없는 경지에 이른다. 만약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응당 밤낮으로 항상 부지런히 지장보살의 명호를 외우거나 생각한다. 지극한 마음으로 하면, 점찰은 곧 길하게 나타나고, 구하는 것을 모두 얻고, 실제 괴로움을 벗어나게 된다. 

 

사진. 유동영

 

목경찬
서울대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유식불교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국역경원 번역사업에 참여했으며, 현재 여러 불교대학에서 불교 교리 및 불교 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찰, 어느 것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관음신앙, 33개의 나침반』, 『지장보살, 원력에 스며들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