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날마다 행복하세요

편집인의 편지

2021-12-28     류지호

신축년이 저물고 임인년의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하는 시기입니다. 「불광」 독자님들의 한 해는 어떠셨습니까? 또 새해의 계획은 무엇인지요. 아무쪼록 건강하고 희망찬 새해가 되시길 서원합니다.

 

전 지구적 코로나19 상황으로 힘든 날들입니다. 2년을 지속한 이 상황은 우리 인간과 사회의 많은 것을 제약하고 변화시켰습니다. 새해에도 완전히 극복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코로나19든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든 보이지 않는 ‘이것’과 함께 살아야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비대면 온라인의 가속화는 지속되고, 어쩌면 일상화·생활화되는 수준으로까지 정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새해에는 선거가 많습니다. 국가적으로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자치단체 단체장과 의원 선거, 불교계도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무원장과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국제적인 체육행사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항저우 아시안게임, 카타르 월드컵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외에도 급변하는 세계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새해에는 또 얼마나 많은 축제와 퍼포먼스, 사건과 사고가 있을지 예측도 어렵습니다.

지구의 기후위기에서 보듯 문제가 무엇인지 명료해도 해결은 쉽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제성장을 먼저 이룬 선진국과 이제 한창 성장 중인 개도국은 서로 상대의 책임과 희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도 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처방은 너무도 안이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리고 전 지구적 문제의 해결보다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쟁탈이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것이 국제정세의 현실입니다. 이 틈바구니에서 우리(남한과 북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서유럽 국가들과 비슷한데 불평등은 더 심각합니다. 우리나라 상위 10% 국민과 하위 50% 국민의 소득 격차는 무려 14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프랑스 7배, 이탈리아 8배, 영국 9배, 독일 10배보다 심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공정성 원칙으로서의 능력주의와 불평등 인식>이라는 조사보고서는 “한국인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하는데, 노력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소득 격차가 더 필요하며 개인 책임이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것이 정말 우리 국민의 보편적인 생각이라면, 머리가 띵합니다. 소득 격차의 폭을 좁히는 것은 중요한 문제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찾아야 합니다.

젠더 문제가 인류 보편의 어젠다로 등장한 이후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사회는 ‘이대남’이란 화두가 생겼습니다. 부모보다 더 잘살기란 애초에 어렵고, 아이도 결혼도 연애도 모두 포기한 젊은이들. 이들 중에서도 학교생활이나 각종 시험에서 여자에게 늘 져 온 ‘이십대 남자들’ 얘기입니다. 이들에게 페미니즘은 공감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갈등은 기존의 지역·성별·세대 간을 넘어 같은 세대라도 성별로 갈라지는 복잡한 양상입니다.

종교에 대한 관심도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제와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종교가 소멸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변화된 환경에서도 자기 역할이 있다는 얘기죠. 이걸 잘 찾아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2022년 월간 「불광」이 48주년을 맞습니다. 50주년 600호까지는 만 3년이 채 남지 않은 시간입니다. 한 개인의 인생사도 50년이면 그 곡절이 간단치 않은데 잡지는 일러 무엇하겠습니까? 역할이 있어 「불광」이 탄생했듯 지금 여기에서도 존재 의미가 확실한 매체가 되겠습니다. 급변하고 혼란스러운 사회 흐름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사회와 개인의 목탁이 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자랑스러운 50주년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새롭게 변신한 원테마 잡지 월간 「불광」을 계속 사랑해 주시고 주위에 널리 알려 주십시오. 독자만이 월간 「불광」 최고의 힘입니다. 평화롭고 평등한 아름다운 우리 사회 공동체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독자님들의 새해 하루하루가 행복하시길 서원합니다.

  

류 지 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