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불광 기획]“사찰에 있어야 불교미술인가요?”

2021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특별기획 | 한국불교미술공예협동조합 김종민·김지원·박연호·황순자 장인

2021-11-10     송희원
(왼쪽부터)한국불교미술공예협동조합 임한빈 회장과 조합원 김종민(옻칠), 김지원(불교회화·단청), 황순자(매듭공예), 박연호(목공예) 장인.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불교미술은 장인의 손끝에서 창조된다. 한국불교미술공예협동조합 취지는 법고창신의 정신이다. 말은 거창하지만, 그저 순수하게 일 그 자체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장인들이 불교미술 발전을 위해 마음을 내어서 모인 단체다.

한국전통공예·불교미술 창작자들의 연대이자, 전통문화에 대한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옻칠 김종민, 불화 김지원, 목공예 박연호, 매듭공예 황순자 장인을 조합의 회장이자 동창석재 대표인 임한빈 장인 작업장에서 만났다. 

 

Q 소개 부탁합니다. 

황순자(매듭공예 장인·황주매듭갤러리 대표): 직접 염색한 오방색 재료로 인로왕번, 복장낭 전통매듭 작업을 하고 있어요. 2013년에는 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오방번, 인로왕번을 재현 기증하기도 했고요. 전통 재현기술로 현대적인 제품인 팔찌, 펜던트, 인테리어용 매듭을 만들어 상품화도 해요. 이 일을 시작한 지 50년이 넘었는데, 현재는 고등학교에서 전통 매듭을 가르치면서 제자 양성도 하고 있어요.

박연호(목공예 장인·누리불교예술원 대표): 목공예 경력은 한 30년쯤 됐고요, 법당 내부 수미단, 닫집, 복전함과 외부 현판, 주련까지 다양하게 만들고 있어요. 나무제품들은 거의 다 만든다고 보면 돼요.

김종민(옻칠 장인·한비채 대표): 40년째 옻칠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지정문화재 옻칠 기능인이자 국가무형문화재 나전장 10호 전수자이기도 하고요. 사찰이 주로 나무라 물에 강한 옻칠을 많이 해요. 사찰 옻칠뿐만 아니라 나전칠기, 발우까지 다양하게 만듭니다.

김지원(불교회화·단청 장인): 협동조합 막내라 제가 제일 마지막으로 소개합니다(웃음). 불교미술을 전공해서 20년째 현대 불화를 그리고 있어요. 불교회화는 도상이 정해져 있는데, 그것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요. 

(왼쪽부터) 황순자 매듭공예 장인(황주매듭갤러리 대표), 박연호 목공예 장인(누리불교예술원 대표), 김종민 옻칠 장인(한비채 대표), 김지원 불교회화(단청 장인).

Q 전문가가 되기 위해 통상적으로 걸리는 시간이라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다들 가뿐히 넘기셨겠네요. 직업병은 없으신가요?

박연호: 대패질을 하도 하다 보니까 손가락이 비틀어졌어요. 손이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어요. 

황순자: 저도 평생 실을 잡아당겨서 손가락이 굽었어요. 그런데 좋아해서 그런가? 지금도 작업하다 보면 새벽 3, 4시를 훌쩍 넘기기도 해요. 나이가 들수록 일이 더 즐겁더라고요.

김종민: 이 일을 하면서도 마흔 중반까지는 장사, 직장생활 등 별것 다 해봤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일이 좋아지면서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업장에만 딱 들어서면 걱정이 사라지더라고요. 지금은 미쳐서 합니다. 

황순자: 한마디로 직업병쯤이야 극복할 만큼 다들 꽂힌 거죠(웃음). 

 

Q 전통의 맥을 이으면서도 이 시대에 맞는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늘 고민일 것 같아요. 

박연호: 옛날 장인들이 해놓은 작품들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담긴 정신도 그렇고, 기술적인 면을 봐도 지금보다 훨씬 ‘잘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도 목공예를 할 때 사용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신경 써서 처리해요. 하지만 옛 장인들처럼 만드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 데다가 ‘새로움’까지 추구해 옛것을 뛰어넘는다는 건 훨씬 더 어려운 일이겠죠.

김지원: 비단·석채 같은 전통 재료를 사용해서 지금 시대 있을 법한 부처님이나 관세음보살을 재해석해 그리고 있어요. 만화같이 큰 눈을 한 인물이 ‘시그니처(Signature, 특징)’인데, 꼭 절 봉안용 불화만이 아닌 관외에도 걸고, 불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캐릭터화했어요. 제일 조심했던 부분은 전통과 현대성을 연결하는 부분이었어요. 사실 불교를 소재로만 차용한 ‘서양화’와 전통기법으로 현대성을 추구한 ‘한국화’ 즉, ‘불화’는 서로 근본부터 달라요. 기술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죠. 

김종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개옻칠이라고 하면 ‘할머니 장롱 색이다’, ‘구식이다’라고 생각해요. 옻칠이라는 게 가지고 있는 성분의 한계 때문에 보통 진한 갈색빛으로 색이 비슷하게 나옵니다. 제가 지난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출품한 자개옻칠을 한 <나전 수월관음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다른 것보다 좀 더 밝은 색상이에요. 기존 옻칠 색보다 훨씬 밝은 톤을 요구한 한 스님 덕분에 이 기술을 개발하게 됐어요. 그 스님을 못 뵀으면 아마 평범한 기술로 계속 머물러 있었을 겁니다.

 

Q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올해도 단체로 참가하는데,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특별한 팁이 있다면요?

김지원: 팁이라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라는 것 정도예요. 현재 한국전통 불교미술이 이만큼 발전하고 현대화됐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황순자: 조합에서 저희뿐만 아니라 대목장, 불상주조, 석조각, 개금, 탱화, 종이공예, 전통창호, 구들, 범종, 와공 분들도 함께 참가하세요. 전시장에서 불교미술 전반과 관련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꼭 오셔서 둘러봤으면 좋겠네요.

 

사진. 정승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