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개국과 불교] ‘숭유억불’의 도식을 넘어

2021-10-27     김남수

1392년, 고려가 무너지고 조선이 건국한다. 조선을 개국한 위정자들은 불교를 숭상했던 고려와 달리 유교적 통치 이념을 앞세워 나라의 틀을 형성한다. 그렇기에 조선 500년, 이 시기를 ‘숭유억불의 시대’라고 흔히 일컫는다.

하지만 위정자들은 불교에 대한 종교적 신앙을 내적으로 가지고 있기도 했다. 몸은 조선이라는 공간으로 옮겼지만 정신은 고려시대에 있었다. 태조 이성계가 대표적이다. 이성계는 조선 개국을 위한 발원을 부처님 전에 했으며,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천도재를 사찰에서 진행했다. 사대부들 역시 집에서는 49재를 지냈다. 

그렇기에 “조선시대의 불교를 ‘숭유억불’이라는 도식적 관찰로는 제대로 규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 꽤 나오고 있다. 조선을 개국한 위정자들의 불교에 대한 시각을 제도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개개인의 내면을 바라볼 때 달리 이해할 수 있으며, 조선시대의 불교를 다양한 시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