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하루

보현행자의 목소리

2007-09-17     관리자

유난히 맑고 투명한 가을 날씨, 가족적인 분위기의 '불광창립 22주년 기념법회' , 오늘 하 루도 난 참 행복했다. 내가 처음 불광을 알게 되었을 때는 병아리 같은 대학 신입생으로서 1년을 보내고 막 2학년이 되던 89년 3월이었다. 불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작정 부 처님이 좋아 엄마가 주신 단주를 손목에 걸고 다닌 덕에 피아노 전공 동기생들 중에 유일한 불자로 알려져 토요법회 반주자로서 불광사에 오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내게는 이 보다 더 큰 행운은 없을 거라고 나는 확신할 수 있다.
그때 나는 부모님의 품을 떠나있던 때라 외롭기도 했지만 지나치게 엄하고 가혹했던 선생님 의 레슨방식에 적응하느라 무척 힘들었던 때였다.
어쩌면 선생님께 적응하느라 외로울 틈도 없었던 것 같다. (선생님의 레슨 방식을 표현할 수 있는 어휘로 가혹하다는 말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 때문에 난 지나친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자신감을 상실하고 나 자신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지만 불광과 인 연을 맺고 지내온 8년이란 시간은 나를 많이 바꾸어 놓았다.
처음 절에 왔을 때는 '부처님이 계신 법당에서 감히 내가 피아노를 치다니'하는 마음에 본 의 아닌 실수를 하게 되어 힘들기도 했지만 일주일 중 토요일 하루 절에 나오는 것이 유일 한 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때, 젊음으로 똘똘 뭉친 바라밀다 식구들에게서 소중한 마음들을 참 많이 배웠다. 밝은 마음을 가진 '참' 젊은이들. 큰스님의 반야바라밀 법문과 더불어 그들과의 만남으로 나의 마음이 점점 밝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일요법회 반주를 하면서 마하보디 합창단 보살님들과 그동안 나와 함께 호 흡을 맞추었던 지휘자 선생님들께 많은 걸 배우고 느끼고 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도 '우리는 동일자 마하반야바라밀' 큰스님의 법문과 짧은 준비기간 때문에 부족한 점 이 있긴 하지만 불심으로 하나가 된 보살님들의 부모은중송 재공연이 내게는 벅찬 감동으 로 와 닿았다.
지금도 부족하기만 한 내가 뭘 믿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열등의식에 지배 되었던 지난날을 생각하지 못하고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조금 인정받았다고 해서 혹시 자 만해 지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신감과 자만을 잘 구별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할텐데, 그러고 보면 힘든 일이 닥 쳐서 고통을 인내하는 것보다 자신이 발전하는 가운데 겸손함을 배우는 것이 더 어려운 일 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용석 시인의 '가을이 오면' 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나는 꽃이예요.
잎은 나무에게 주고
꽃은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게예요.
가을이 오면

이 시의 꽃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동안 받기만 했던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 재가 되어 살고 싶다. 큰스님의 밝고 맑은 법문을 따라 쉬지 않고 나의 마음을 밝히려 노력 하면서 진정한 불교음악인의 한사람으로 우뚝 솟아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밝음을 메아리 치게 하고 싶다.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맑은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음악은 나의 수행의 방편, 너무 나 많은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기 위해 쉼없이 정진하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싶다. 오늘도 내 겐 참 행복한 하루였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생호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