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에서 행복찾기

삶의 여성학

2007-09-17     관리자

가을에 접어들자 때를 만난 결혼 청첩장이 날개를 달고 날아든다. 그만큼 결혼하는 젊은이 들이 많다는 증거다. 결혼식장을 가보면 시간마다 연이은 결혼식 하객들로 혼잡하기 짝이 없다. 한 건물에 식장이 여러 개 있는 경우에는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덤으로 다른 신랑 신 부들을 구경하는 일도 많다. 그것도 모자라서 공원, 동창회관, 직장 회의실 등 넓은 공간이 있는 곳은 모두 결혼식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 안에서 행복을 창조해 내는 일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결혼생 활은 연애와는 달리 의식주라는 일상적인 삶의 현장이며 현실이다. 결혼의 실체는 마치 빙 산 같다는 생각을 한다. 겉으로 보는 결혼은 마치 물위에 떠오른 빙산의 일부분처럼 작은 반면 안으로 결혼이 안고 있는 복잡한 여러 가지 모습들은 물아래 잠겨 있는 엄청난 크기의 빙산처럼 인생의 기반을 뒤흔드는 괴력을 지닌 삶의 덩치가 거기에 있다.
행복 찾기의 측면에서 보면 사랑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영향력을 발 휘하고 있다고 본다.
결혼생활을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문제라든가 시댁과의 관계, 전통적인 가족 가 치관이라든가 성(Gender)에 기반한 문화적인 전제들, 성문제, 가사노동과 육아문제 등 다양 한 수준의 변수들이 상호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이라는 공통분모를 창출하기가 결코 쉽 지 않다.
결혼밖에 있는 남녀가 상상하는 결혼(꿈, 희망사항)과 결혼 안에 있는 사람들이 겪는 결혼의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간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개개인의 결혼생활에서도 보이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고 남들은 알 수 없는 현실이 표면 아래에 감추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 다.
연애라는 과정은 어떤 의미에서는 삶의 현장을 떠난 지점에서 낭만적인 사랑을 매개로 하여 만남이 지속되는 관계이다. 이들이 만나는 관계는 000라는 개인 남성과 000으로 불리는 개 인 여성이 제도의 끈에 묶이지 않고 독립적인 위치에서 만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을 개입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만나는 두 사람은 결혼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 은 채 할 수 있고, '달랑' 두 사람만의 행복한 삶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 다.
그러나 한국처럼 결혼을 할 때 부모의 경제적인 도움이 적대적일 뿐만 아니라 남자들이 대 를 이을 아들로서 부모형제와 상호 의존적인 관계로 얽혀있는 상황에서 부모를 떼 낸 달랑 두 사람만의 생활이란 애시당초 있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적인 독립을 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부모 세대와의 관계에서 정신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우리 나라 남자들은 연애로 결혼을 하든 중매로 결혼을 하든 한 여자의 남편 이전에 '나는 우리집 아들'이라는 의식이 원초적인 감정으로 남아 있다. 어떤 외국학자는 이런 현상을 보 고 한국 가정에는 남편은 없고 아들만 있다고 표현했다.
반면 여성들은 전통적인 가족의 틀을 벗어나 보다 독립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상반된 기대는 남녀 대학생들의 결혼문제 토론에서도 그대로 나타 난다.
신세대 여대생들은 며느리의 삶으로 일관한 할머니 세대와 주부의 삶에 빠진 어머니 세대를 보면서, 여성에게 허용된 높은 교육과 확장된 사회활동 공간을 향유하면서 '여자'의 경계선 을 넘어 보다 인간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진보된 사회에서 남 녀가 살아야 할 새로운 부부관계를 꿈꾸고 있으며 결혼 안과 밖에서 수평적인 관계맺음을 실천하고 싶어한다.
반면 남학생들의 경우 다른 사회적인 결혼과 가족에 관한 한 '여자는 여자일 하고 남자는 남자일 하는 것이 제일 좋다.'라는 보수파가 제법 많고 진보적인 생각을 하는 학생들도 머 리로는 남녀가 협력하는 삶을 이해하면서 가슴은 새까만 보수적인 생각 그대로였다.
가사노동과 육아에서 '남자도 돕는다.'는 반 진보적인 생각을 하던 학생도 자신의 결혼 앞에 서는 보수적인 사람이 되어 버린다. 즉 집안일과 아이 키우기는 시간 있을 때 도울 생각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자몫이라는 생각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 신세대 남학생들 역시 윗세대 형들처럼 아들로서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어 머니의 각별한 대우와 관심 속에 키워진 왕자라는 점에서는 조금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을 두고 신세대들의 상대에 대한 기대와 가치관이 서로 이렇게 엇물리고 있는 현실 앞 에서 결혼이라는 틀에 묶인 남녀가 겪을 갈등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남성중심의 가족 안에서 아내... 며느리가 될 미혼 여성들은 미래 배우자의 가치관이 어디에 서 있는가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 고정관념이 배우자 의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는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도 곰곰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결혼은 두 사람이 상호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관계이다. 행복에 관심있는 신세대들은 남 녀 사귐에서 서로가 엇물리는 부분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열심히 고민해야 한다. 강제로 시키는 독불장군인 아버지와 자신을 희생하며 홧병으로 멍든 어머니와의 관계처럼 상처투성 이의 부부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생호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