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상담실] 불황과 발우공양

열린 상담실

2007-09-17     관리자

모두들 살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불황이 닥친 것이다.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경제적인 위기 를 벗어날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연일 수출이 안 된다면서 부 둣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재고품들을 보여준다. 그 가운데는 줄을 지어 서 있는 자동차 의 모습들이 특히 눈에 띈다.

마침 얼마 전에 어느 자동차 회사에서 직원부인들을 위한 특강을 요청해 온 적이 있었다.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부나 가족들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부인들을 초 빙하여 새 자동차를 만드는 모습도 구경을 시켜주고 연사들을 불러서 강연도 듣게 하는 프 로그램이었다. 바쁜 와중이었지만 취지가 좋은 것 같아서 쾌히 강연요청을 수락했다.

공장 앞을 들어서니까 즐비하게 늘어선 자동차 앞으로 가사불이(家社不二)라고 크게 쓴 구 호가 선뜻 눈에 띄었다. 그 옆으로는 모두들 자동차를 열심히 만들어 팔자는 내용의 플래카 드가 붙어있다. 웬지 그것을 보고 있노라니 다른 때와는 달리 가슴이 찡해져 왔다. 지금 이 사람들에게 급한 것은 자동차를 한 대라도 더 파는 것이구나 라는 것이 저절로 느껴졌기 때 문이다.

그래서 강연 중에 일부러 미국의 자동차 세일즈맨이야기를 꺼냈다. 내용인즉 미국에서 큰 경제공황이 닥친 1929년도에 어느 자동차 세일즈맨이 파산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경제상황 이 어려워지니까 아무도 자동차를 사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루 아침에 자신의 직장을 잃어버린 이 세일즈맨은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하는 수 없이 뉴욕의 센트럴파크 공원의 벤취에 앉아서 며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공원 안에서 장례식이 열렸다. 물끄러미 장례식 장면을 바라보다가 우연 히 그 옆의 방명록에 눈이 가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장례식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대강 헤아려 보니까 7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을 한 것이 아닌가. 이 숫자를 보는 순간 불현듯 이 세일즈맨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아하! 한 사 람을 알면 그 사람의 뒤에는 700명의 잠재적인 고객이 있구나!'하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 다.
그 후부터 완전히 태도를 바꾸어서 자동차 한 대를 팔 때마다 마치 700대의 자동차를 파는 것과 같은 정성을 기울여서 팔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 사람에게 자동차를 사간 사람들이 금 방 자기가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소개해 주기 시작했다. 그 결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 동차가 팔리게 되었기 때문에 나중에는 미국에서 제일가는 세일즈맨이 되었다는 이야기였 다.

어디 이것이 자동차 판매에만 국한 된 일이겠는가.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의 실패와 성공 은 결국 사람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고, 특히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 가에 의해서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의 연기법에서는 일체만물이 서로서로 의 지하여 성립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도 따로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고 하지 않 았던가. 결국 불황을 일으킨 것이 바로 사람 자신이듯이 그것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것 또한 사람을 통해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에 불황이 없이 끝없는 호황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소비가 늘어나서 흥청망청 쓰고 낭비하게 될 것이다. 1988년에 올림픽이 열릴 무렵 의 호황의 시기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었고 주식시장 의 주가는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넘어서서 누구나 주식투자를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황금빛 환상에 젖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사갈룸'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었는데 주식시장에 서 번 돈을 가지고 사우나를 하고 갈비집에 가서 갈비를 뜯고 마지막으로 룸살롱에 가서 술 을 마시는 것을 빗대어 말한 것이었다.

이와 같이 돈이 많고 물질이 많을수록 정신은 더 황폐해질 위험이 크다. 불황은 그것에 대 하여 따끔한 경고를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제적인 불황이란 질병에 비유 하자면 감기나 몸살에 비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더 이상 무리를 하지 말고 자신의 몸을 돌보라는 경고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더 무서운 결과가 오는 것을 막 는 파수꾼이기도 하다. 특히 이 시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은 자신 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황의 시기에 어떻게 살고 행동하면 될 것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부처님 의 말씀대로 살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팔정도(八正道)'와 '발우공양 정신'의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불자님들 가운데 팔정도(八正道)를 모르는 분들은 없겠지만 필자에게는 팔정도(八正道)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어느 선배 정신과 의사가 있었는데 인물이 매우 좋고 키도 훤 출해서 여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었다. 거기에다가 노래를 잘 부르고 술까지 좋아하니까 자연히 생활이 문란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몇 명의 정신과 의사들과 어 울려서 통도사에 계신 경봉(鏡峰)스님을 찾아 뵙게 되었다.

스님께서는 찾아간 정신과 의사들에게 일일이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한 말씀씩 해주셨는데 이 선배님 차례가 되자, 목소리를 높이시더니 갑자기 "자네, 사람 얼굴이 무엇인지 아나?"라 고 질문에 당황하여 선배의사의 얼굴이 마치 잘못을 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벌겋게 달아올랐 다.

"사람얼굴이 바로 바를 정(正)"하시고는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로서의 팔정도(八正道)를 설명 해주신다. 이 일이 있은 이후부터 이 선배님의 생활태도가 180도로 바뀌게 되었는데, 그 이 유는 사람의 얼굴을 볼 때마다 바를 정(正)자가 자동적으로 연상이 되어서 도저히 방탕한 생활을 계속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불황의 원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과소비일 것이다. 흥청망청 먹고 쓰다가 보면 자연히 일을 하지 않게 되고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경제적인 어려움도 따지고 보면 과거의 호황기 때에 절약을 해서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비를 해놓지 않았기 때문일 것 이다.

근검절약이야말로 불황을 이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묘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근검절약의 산 표본으로서 불가(佛家)에서 행하는 '발우공양'을 이야기하고 싶다. 쌀 한 톨 간장 한 방울도 헛되이 버리지 않겠다는 '발우공양정신'이야말로 불황을 극복하는 첩경일 뿐 아니라, 나아가서 이 지구를 인간의 욕심으로부터 구하는 유일한 해결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생호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