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신화] 코로나를 물리친 붓다

2021-10-15     동명 스님
바이샬리(웨살리)의 불교 유적.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지 2년이 돼 가지만 여전히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백신이 개발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백신 개발에 발맞춰 코로나도 스스로 변이해 그 세력을 더욱 강고히 하고 있다. 붓다 재세 시에도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가 창궐한 적이 있었다. 지금처럼 사람들의 이동이 잦지 않았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퍼지진 않았지만,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인 만큼 전염병은 참으로 무서운 대상이었다. 그 전염병을 붓다가 법력으로 가볍게 물리친 전설 같은 일이 있었다.

 

“『보배경』을 보호의 방책으로 삼아 암송하여라!”

라자가하(Rājagaha), 사왓티(Sāvatthi)와 더불어 붓다와 인연이 깊은 도시 웨살리(Vesāli, 오늘날의 바이샬리)에 역병이 돈 적이 있었다. 심한 가뭄으로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역병이 돌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맥없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미처 시체를 치우기도 어려울 정도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골목골목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자 사람들의 불행을 먹고사는 악귀들이 들끓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정부도 속수무책이었다. 정치지도자들이 모여서 대책을 의논한 결과 지금 라자가하에 머물고 있는 붓다를 모셔오기로 했다.

웨살리에서 사절단이 오자 붓다는 기꺼이 그곳으로 가기로 한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병자와 약간만 접촉해도, 같은 샘에서 물만 마셔도 감염될 수 있는 역병이 창궐하는 지역에 많은 비구와 함께 간다는 것은 사지(死地)로 뛰어드는 일과 한가지였다. 그러나 붓다는 태연하게 길을 나섰다.

라자가하에서 웨살리까지는 약 180km 거리였다. 먼저 라자가하에서 갠지스강까지 약 100km, 뱃길로 갠지스강을 건너 웨살리 영토까지 가는 데 약 20km, 갠지스강 건너 웨살리까지 약 60km 거리였다. 사람들은 붓다가 길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거친 풀을 뽑고 흰모래를 뿌렸다. 붓다가 거룻배를 타고 가는 동안 물속에서 용왕들이 올라와 붓다에게 예를 올렸다. 거룻배에서 붓다와 비구 일행이 내리자마자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더니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세찬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폭우는 웨살리 곳곳에 널린 많은 쓰레기와 시체들을 빠르게 흘러가는 강물 속으로 밀어 넣었다.

붓다가 웨살리에 도착하자 비가 그친 도시의 거리는 깨끗해져 있었다. 천신들이 천상에서 내려와 붓다에게 예를 올리고 꽃가루를 뿌려 공양했다. 강력한 천신들이 내려오자 몇몇 악귀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쳐 사라졌다. 붓다가 아난다에게 말했다.

“아난다여, 내가 너에게 『보배경(Ratana-sutta)』을 설할 테니, 그대와 비구들은 이 경을 보호의 방책으로 삼아 거리 곳곳을 돌면서 암송하여라.”

아난다와 비구들은 발우에 물을 가득 채워 거리 곳곳에 뿌리면서 『보배경』을 암송했다. 아직 거리 곳곳에는 쓰레기 더미와 담벼락을 은신처로 삼은 악귀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보배경』을 듣자 마치 장풍을 맞은 것같이 놀라면서 황급히 도망쳤다.

아난다와 비구들이 물을 뿌리면서 『보배경』을 암송하고 거리를 돈 지 7일이 되자 웨살리에서 역병은 완전히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왔다. 물을 뿌린 것은 먼지를 가라앉히고 나쁜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었고, 『보배경』 암송은 악귀를 물리치는 효과가 있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여, 행복하라!”

웨살리 시민들은 붓다와 비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법회를 열었다. 그들은 도시 중앙에 있는 공회당을 법회 장소로 지정하고 장식했다. 깃발을 달아서 법회가 있음을 알리고, 마당에는 대형 일산(日傘)을 여러 개 설치해 그늘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물론이고 천신들까지 강당으로 모여들었다. 붓다는 많은 대중 앞에서 『보배경』을 설했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그 어떤 부라 할지라도, 천상의 뛰어난 보배라 할지라도, 우리들의 완전한 스승에게 견줄 만한 것은 없습니다. 이 뛰어난 보배는 눈뜬 사람 안에 있습니다. 이 진리에 의해서 행복하기를.”

『보배경』의 내용은 붓다, 붓다의 가르침, 붓다의 가르침을 지키고 전하는 승가를 찬양하는 것이었다. 이 법문을 들은 대중들은 모두 삼보(三寶)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했을 뿐만 아니라 사성제(四聖諦)를 확고하게 깨달았다. 

법회에 함께한 인드라 신은 이렇게 생각했다. 

‘여래께서는 삼보의 가치에 대한 법문을 베푸시어 웨살리 시민뿐만 아니라 우리 천신들에게도 행복과 번영을 가져다주셨다. 나 또한 웨살리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삼보의 공덕에 대한 진실을 말해야겠다.’

인드라 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게송을 읊기 시작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여, 지상에 사는 것이건 공중에 사는 것이건, 신과 인간이 다 같이 섬기는 완성된 눈뜬 사람에게 예배합시다. 행복하기를.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여, 지상에 사는 것이건 공중에 사는 것이건, 신과 인간이 다 같이 섬기는 완성된 진리에 예배합시다. 행복하기를.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여, 지상에 사는 것이건 공중에 사는 것이건, 신과 인간이 다 같이 섬기는 완성된 승단에 예배합시다. 행복하기를.”
게송을 다 읊은 인드라 신은 붓다를 세 바퀴 돌면서 예를 표하고는 천상의 존재들과 함께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리하여 우리들이 독송하는 『보배경』에는 붓다의 설법 내용과 더불어 인드라 신의 게송이 덧붙여졌다.

바이샬리의 붓다 사리탑 유적지. 이곳에서 출토된 사리함과 사리는 빠뜨나 박물관에 안장돼 있다.

보살행을 동반한 수행이어야 한다

이렇게 웨살리의 역병을 물리친 붓다는 다시 길을 떠나 라자가하로 돌아왔다. 다음날 비구들은 한자리에 모여 웨살리를 여행하면서 보았던 여러 일화에 대해 즐겁게 얘기하고 있었다. 비구들은 웨살리의 역병을 물리친 것은 모두 붓다의 위신력 덕분이라고 찬탄했다. 붓다가 말했다. 

“비구들이여, 여래가 이번에 역병을 물리친 것은 붓다의 위신력 덕분이 아니라 과거 보살 시절에 지었던 공덕의 결과이니라.” 

붓다는 상카라는 바라문이 지은 공덕에 대해 얘기했다. 

한때 탁실리(지금의 파키스탄 북부 지방)에 상카라는 바라문이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수시마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었는데, 수시마가 열여섯 살이 되자 상카는 아들을 바라나시의 친구에게 보냈다. 상카가 아들의 교육을 의뢰한 바라나시의 친구는 뛰어난 점성학자이자 종교와 철학에 해박한 바라문이었다.

수시마는 바라나시에 가서 몇 해 동안 열심히 공부해 스승이 아는 모든 지식을 배웠다. 그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스승을 천거해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스승은 그에게 이시빠따나에 사는 벽지불(辟支佛, 홀로 깨달은 자)을 수시마에게 소개해 주었다. 

이시빠따나의 벽지불은 수시마에게 출가사문이 될 것을 청했고, 출가사문이 된 수시마에게 청정한 계행을 지키게 했다. 수시마는 곧 벽지불이 되었지만, 과거의 악업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죽었다.

시간이 꽤 흐른 후 아들의 소식을 수소문한 아버지 상카는 벽지불이 된 아들이 얼마 전에 반열반했다는 것을 알고 그의 사리가 안치된 곳을 찾았다. 그는 사리 안치소의 풀을 깨끗이 제거하고 흰모래를 뿌리고 먼지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위에 물을 뿌렸다. 또한 많은 야생화를 구해서 사리 안치소에 공양하고, 아들의 덕을 기리기 위해 수건을 깃대에 꽂아 장식했으며, 양산을 안치소 위에 높게 설치한 후 단단하게 묶었다.

“비구들이여, 상카 바라문이 바로 오늘의 나다. 상카가 풀을 제거하고 흰모래를 뿌리는 등 벽지불의 사리 안치소를 깨끗이 정리한 공덕으로 사람들이 웨살리로 가는 길을 깨끗하게 정리해준 것이다. 상카가 사리 안치소에 야생화를 공양한 공덕으로 사람들이 내가 가는 길에 꽃을 뿌려준 것이며, 물을 뿌려서 먼지가 일어나지 않게 한 공덕으로 웨살리에 도착하자마자 소나기가 내려서 도시를 깨끗하게 해준 것이다. 상카가 사리 안치소에 깃발을 세우고 양산을 설치한 공덕으로 내가 설법하는 장소에 깃발이 세워지고 대형 일산이 설치되어 그늘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웨살리의 재앙을 물리친 것은 실은 내가 전생에 지은 선행으로부터 비롯된 결과일 뿐이니라.”

이 이야기를 들은 대중들은 모두 수다원 이상으로 성자의 경지를 성취했다.

붓다는 이렇게 역병을 물리치는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으면서도, 그것이 당신의 특별한 능력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단지 전생에 쌓아놓은 공덕의 열매라고 말한다. 이는 선업(善業)을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해주는 것으로, 자신의 깨달음만을 위한 이기주의적인 수행이 아닌 보살행을 동반한 수행을 강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빠뜨나 박물관에 안장된 바이샬리 출토 붓다의 사리.

아름다운 선행이 재앙을 물리치는 힘

붓다가 『보배경』 암송을 통해 역병을 물리쳤던 것처럼 초기 경전 중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독송하는 경을 보호경(保護經, paritta)이라고 한다. 『보배경』, 『자애경(Metta-sutta)』, 『대길상경(Mahāmangala-sutta)』 등이 대표적인 보호경이다. 이 경들은 모두 붓다가 설한 가르침인데, 이 경들을 암송하면 암송하는 자나 그것을 듣는 자가 모두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호경은 다라니(dhāranī)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라니는 붓다의 가르침, 불보살을 향한 염원 등을 함축한 게송으로, 대승불교와 밀교에서는 다라니 독송을 중요한 기도 방법이자 수행법으로 삼았다. 그 기원을 바라문들의 의식에 해당하는 베다 암송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불교 내에서는 보호경 암송에서 찾을 수 있다.

『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이하 『다라니경』)에 따르면, 다라니 독송에는 다음 열 가지 이익이 있다. ①모든 중생이 안락을 얻는다, ②모든 병이 낫는다, ③오래 산다, ④부자가 된다, ⑤모든 악업과 중죄를 소멸시킨다, ⑥장애와 어려움을 여의게 된다, ⑦모든 선행과 공덕을 더욱 많이 짓게 된다, ⑧모든 선근(善根)을 성취하게 된다, ⑨모든 두려움을 여의게 된다, ⑩모든 구하는 바를 속히 이루게 된다 등이 그것이다. 이 열 가지는 복을 구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라니경』이 제시하는 다라니 독송의 공덕에 따르면, 다라니 독송을 통해 코로나도 쉽게 극복돼야 한다. 그러나 다라니 독송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붓다가 웨살리 역병을 물리친 이야기만 봐도 분명해진다. 붓다 스스로 보호경 독송이나 당신의 위신력 덕분이라기보다는 당신이 과거에 지은 공덕 덕분이라고 말한다. 다라니 독송 등의 기도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웨살리의 역병을 물리치는 데 『보배경』 독송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웨살리 재앙에는 사람들의 굶주림과 불행,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먹고 사는 악귀들의 창궐도 큰 비중이었던 만큼, 악귀들이 가장 싫어하는 붓다와 붓다의 가르침, 승가를 찬양하는 『보배경』의 낭랑한 암송 소리는 결정적이었다.

다라니를 해석해보면, 대부분은 붓다와 붓다의 가르침, 보살의 공덕에 대한 찬양임을 알 수 있다. 다라니 독송도 보호경 독송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불행을 먹고 사는 악귀들을 물리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충분히 확신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아름다운 선행이 재앙과 불행을 물리치는 가장 강력한 힘임을 명심하자. 보호경과 다라니의 공능(功能)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보호경과 다라니를 암송하고, 설하는 이의 공덕이 충분히 저축돼야 한다. 다라니나 보호경 독송만으로 복을 받거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열심히 공덕을 저축하면서 다라니와 보호경 독송을 병행하도록 하자. 

 

동명 스님
중앙승가대 비구수행관장. 시인으로 20여 년 활동하다가 2010년 출가했다. 저서로는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제13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산문 『인도신화기행』, 『나는 인도에서 붓다를 만났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