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교, 젊은 불자 건강한 불교 만들기

오늘을 밝히는 등불들, 군불교진흥회, 불교어머니회

2007-09-17     관리자

지난 9월 22일 오전 10시 논산 신병훈련소 내 호국 연무사에서는 3천 800여 명의 훈련병들 이 가을 볕 따가운 파아란 하늘 아래서 합동으로 수계를 받았다.

젊은 청년 4천여 명, 단일 대상으로 이렇게 많은 수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게 사회 어디서건 쉽지 않은 요즘이다. 개인주의니, 지역이기주의라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요즘이고 보 면 이런 자리 또한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군대, 스무 살이나 넘었을까, 개중에는 군데군데 또래보다 늙수그레한 얼굴들도 간혹 눈에 띄지만 거개가 20살 언저리의 앳된 얼굴들이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젊고 건강한 청년이라면 좋건 싫건간에 짧게는 1년 반에서 길게는 3년 정도를 군대라는 곳에서 그 젊음 한가운데를 바쳐가며 군생활을 지나와야 한다.

징집영장을 받고 머리를 빡빡 깎고 한번쯤은 남모르게 쏟아지는 눈물도 훔치고 집을 떠나 처음르로 들어서게 되는 곳. 잘 차려입은 그럴 듯한 옷도 벗어던지고 갖고 있던 소지품 죄 다 한데 맡겨놓고 이름도 계급도 없는 번호로만 남아 서로서로의 구분도 모호해지는 곳. 그 렇게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되는 곳이 바로 신병훈련소다. 그렇게 훈련소에 입소하면 처음엔 먹지 못할 것 같던 짬밥(?)을 어느새 허기로 채우고 흙먼지 컥컥 들이마시는 운동 장 구보, 가스실에서 악쓰며 흘리던 콧물 눈물에 '사나이'로 하나가 되는 동기들을 만나게 되는 곳 또한 신병훈련소다. 부모형제, 친구와 떨어져 알지 못할 그리움과 불안 속에서 4주, 6주 동안 그렇게 만나 다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곳.

그들이 신병훈련소에서 난생 처음 맞게되는 그 시간의 의미와 그 시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먹을 것', 예전에 그랬다고 한다. 요즘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혈기 왕성한 청년 들에게는 부족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이런 생소하고 제한된 상황속에서 그들의 마음을 다잡아 줄 그 무엇이라고 한다.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줄 친구이자 마 음 터놓을 동기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또래의 동기들에게 기댈 수 없을 때 어디에 자신 의 답답한 마음을 열어 보일까. 그때 그들이 조금씩이나마 생각해 보는 곳이 바로 종교시간 이라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일요일 하루 청소나 빨래 같은 일과에서 벗어날 수 있고 빵 한 조각 우유 하 나에 이끌려 종교시간에 참석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종교활동에 처음 참가하 게 되는 훈련병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자못 중요한 것이다. 더군다나 오 늘이 자리 수계식은 그렇게 법회에 참가하던 훈련병들이 처음으로 불자로서의 이름을 갖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저희들은 이제 대덕 법사님을 의지하여 삼귀의를 하며 오계를 받아 올바른 불자가 되기 를 다짐합니다. 원컨데 대덕법사님께서는 청정계를 주옵소서. 크옵신 자비로 연민히 여기옵 소서."

4천여 훈련병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불자가 되기를 다짐하며 군인답게 한동작으로 합장하고 반배를 한다.

이어 육해공군 군승단장인 강남석 법사님이 오계를 설하고, 중앙승가대학교의 동학사 승가 대학의 스님들이 직접 훈련병들의 팔뚝에 연비를 시작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팔을 걷어 부친 채 연비를 기다리는 훈련병들의 눈동자가 신기한 듯 스님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머리를 기웃하기도 한다. 그리고나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온 군불교진흥회와 그 후원회, 그리고 불교어머니회 회원들이 훈련병들 사이사이로 들어가 양손에 한 움큼씩 든 염주와 합장주를 나눠준다.

4천여 개를 준비해온 합장주이지만 모양이 다른 합장주를 한 명이 두 개씩 갖는 경우도 있 어 수계식에서 나눠주는 합장주는 항상 모자라기만 하다. 뒤쪽에 앉아서 합장주를 못 받은 훈련병들은 못 내 아쉬움에 손을 흔들어 본다. 그러면 또 합장주를 나눠주던 회원들은 자신 의 손목에 차고 있던 염주까지 벗어 주고 또 아쉬운 눈빛의 훈련병들이 안쓰러워 함께 온 거사님들의 손목에 남아 있던 다만 몇 개의 염주마저 안타까운 낯빛으로 보시를 요청한다.

그렇게 마지막 한 개까지 전달하고 회향으로 수계식이 끝나면 훈련병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 간이 된다. 오랜만에 맛보는 초코파이와 캔콜라, 사이다... .

또 수계식 후에는 훈련병들과 후원회 회원들이 함께 노래부르는 흥겨운 시간도 가졌다. 이 시간은 어머니 같고 아버지 같은 후원회 회원들과 함께하는 자리이기에 음도 안맞고 노랫말 도 제멋대로지만 박수소리와 웃음소리가 큰법당 앞 넓은 마당에 끊이지 않는다.

오늘 수계식을 통해 불자로 태어난 젊은이가 4천여 명에 이른다. 그리고 매달 논산훈련소에 서만 비슷한 수의 훈련병이 수계식에 참석한다. 단순한 수치상으로 셈해보아도 이곳 논산훈 련소에 매달 5천여 개의 합장주와 그만큼의 초코파이와 음료수가 필요하다. 매달 고정된 후 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일은 군승법사 및 군법당 지원 등 불교중흥을 위한 군포교 제반활동을 지원해오고 있는 군불교진흥회(회장 박상길,02-749-5153)가 군불교진흥 회 후원회(회장 송순옥 02-447-9267), 불교어머니회(회장 김반야성02-269-7835)와 더불어 맡아오고 있다. 하지만 훈련소가 어디 이곳 한곳 뿐이랴. 현재 매달 8천 명 가량의 훈련병들 이 수계를 받고 지원해야 할 군법당만도 250여 곳에 이르니 군불교진흥회의 역할이 더욱 무 겁기만 하다.

수계식에 참석한 훈련병들의 무릎 군데군데에는 수년 전에 비치한 낡은 49쪽짜리 불교기초 교리가 헤질 대로 헤진 채 놓여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뒤에 온 훈련병들 대부분은 손에 들 어보지도 못한다. 호국연무사의 큰법당은 5백여 명이 들어서면 꽉 찰 정도이니 법당 안에서 의 수계식은 엄두도 못낸다. 그럼 여름 뙤약볕이나 비오는 날, 겨울 추위에는 그만큼의 젊은 불자들이 줄어드는 것일까. 훈련소 들어서면서 오른쪽으로 보이던 큰 건물의 교회는 5천여 명 정도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규모라고 하니 단순한 비교만으로도 군포교의 현실이 안타 깝다. 그래서일까 호국연무사의 경연수 법사를 비롯 군불교진흥회는 이런 현실 속에서 현재 의 수계식에 참가하는 훈련병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새 법당을 마련하고자 원을 세 워놓고 바쁘게 동분서주하고 있다.

아들 같은 훈련병들 사이에 앉아 손 한 번 잡아주며 함께 박수치며 소리높여 노래하던 자혜 심 보살님(노영호, 자혜장학회 02-646-3677회장)의 모습, 수계식이 끝나고 마련해온 도시락 과 먹을 것을 훈련병들에 안타깝게 전하던 후원회원들, 그리고 서슴없이 달려와 어머니라 부르고, 떠나는 버스 차창으로 마지막까지 손을 흔드는 훈련병들을 보면서 보다 활기찬 군 포교를 기대해보는 건 기자만의 욕심일까.

요즘 커피 한 잔 값이면 수계식에 참석하는 훈련병 한 명을 지원(합장주, 초코파이, 음료수) 하는 데 충분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 작지만 매달 불광지 라도 한 권씩 들려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또한 자리가 없어 법회나 수계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훈련병 은 없어야 하기에 새로운 법당의 마련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를 기원해본다. 이러 한 불사는 또한 한 사람 한 사람 후원자여야 할 우리 불자의 몫으로 남겨지는 것이기에 불 자들의 오롯한 후원 기대해 본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생호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