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혼밥 한 그릇] 녹두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은 열량 보충!

2021-09-13     법송 스님

푸짐한 추석 음식, 푸짐해지는 뱃살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에 맞이하는 추석은 명절 중에서도 먹거리가 가장 풍성한 명절로 꼽힌다. 하지만 풍성한 추석상에는 함정이 하나 있다. 기름에 튀기거나 무친 요리가 많아서 평소 먹는 음식보다 열량이 높다는 사실이다. ‘맛있으면 0칼로리’라며 자기최면을 걸어도 소용없다. 무심코 먹다가는 연휴가 끝날 즈음 불룩 나온 뱃살과 마주하게 된다. 명절 연휴 직후 다이어트에 관한 관심이 유독 높아지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건강을 위해, 혹은 질병 치료를 위해 음식이나 식습관을 조절하는 다이어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됐다. 심지어 경전에도 다이어트 관련 일화가 등장한다. 『잡아함』 제42권 「천식경(喘息經)」에서 부처님은 “살이 쪄서 창피스럽고 몸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파세나디왕에게 “음식량을 헤아려 먹으라”는 내용의 게송을 전한다. 그만큼 다이어트는 보편적인 화두다. 

하지만 오로지 ‘체중 감량’에만 초점이 맞춰진 위험한 다이어트 방법들이 난무하는 현 세태는 우려스럽다.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 고기만 먹는 ‘황제 다이어트’, 무조건 굶는 ‘단식’ 등 극단적인 식단 조절로 건강을 해치는 다이어트 방법들이 미디어를 통해 여과 없이 소개되고, ‘비포 앤 애프터(다이어트 전·후)’ 인증 사진과 함께 SNS에서 공유되며 아무 경각심 없이 소비된다.

 

아름다운 몸도 가죽 한 꺼풀

모든 괴로움은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건강을 망치는 다이어트 역시 날씬한 몸을 향한 집착에서 시작된다. 몸에 대한 집착은 역설적이게도 음식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다이어트를 하고자 마음먹은 후 오히려 먹고 싶은 음식이 더 자주 떠오르거나 식탐을 참기가 더욱 어려워진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것이다. 이렇게 음식으로 옮겨간 집착은 심할 경우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폭식과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 등 식이장애를 일으키며 몸은 물론 정신까지 갉아먹는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당연히 근본 원인인 몸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상처가 나도, 화상을 입어도, 나이가 들어도 변하는 나의 몸은 진정한 나일 수 없다. 가죽 한 꺼풀일 뿐인 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경전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대로 ‘음식량을 헤아려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실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 몸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된다. 내 몸이 배고픔의 신호를 보내면 몸이 ‘필요로 하는 음식’을 ‘필요로 하는 만큼’ 먹고, 배부름의 신호를 보내면 미련 없이 식사를 멈춘다. 이 방법대로라면 억지로 배고픔을 참을 일도, 필요 이상으로 과식해서 죄책감을 느낄 일도 없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몸을 존중하고 돌보면서 건강하게 다이어트하는 길이다.

 

찌개부터 아이스크림까지, 녹두전의 무한변신

녹두전은 물에 녹두를 불려 곱게 갈아 여러 부재료를 넣고 부치는 명절 대표 음식으로, 들어가는 재료와 부치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영선사에서 차례상에 올리는 녹두전은 숙주, 시금치, 고사리, 당근, 토란대나물 등 부재료가 많이 들어가며 조리과정도 간단치 않다. 녹두에 들어가는 부재료 각각의 맛을 살리기 위해 모든 재료를 데치고, 일일이 실낱처럼 가늘게 찢은 뒤 길이를 똑같이 맞춰 자른다. 전을 부칠 때도 부재료와 녹두를 한데 섞어 지지는 대신, 녹두를 아래 깔고 그 위에 부재료를 고명처럼 얹고 그 위에 또 녹두를 얹는 것을 반복해서 녹두와 부재료를 여러 겹 쌓아 올린 후 양면으로 지진다. 

명절 차례상에 올리거나 귀한 손님에게 대접할 목적이라면 정성이 듬뿍 담긴 위의 ‘영선사식 녹두전’을 따라 만들어도 좋다. 지금 소개할 녹두전은 혼밥하는 사람들을 위한 ‘약식 버전’으로, 녹두와 숙주, 김치, 표고버섯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다.

먼저 녹두에 물을 붓고 상온에서 반나절 정도 불린다. 불린 녹두는 불릴 때 사용한 물과 함께 믹서에 간다. 김치, 숙주, 표고버섯은 송송 썰어서 간 녹두에 넣어 섞고 소금으로 간한다. 녹두와 재료가 잘 섞였으면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전을 부친다. 김치 양념 때문에 탈 수 있으니 불 세기는 너무 세지 않게 중간 불로 맞추고 은근한 열기에 익게 만든다. 녹두, 비지 등 콩으로 만든 반죽은 부칠 때 기름을 많이 흡수해서 식용유를 많이 넣게 된다. 전이 너무 느끼해지지 않도록 기름양을 조절한다.

 

녹두전

재료: 불린 녹두 1컵, 김치 1/6포기, 숙주 1줌, 표고버섯 2개, 식용유, 소금 약간

 

1. 불린 녹두를 믹서에 간다.

 

2. 1에 썬 김치, 숙주, 버섯을 섞고 소금으로 간한다. 

 

3.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전을 부친다.

 

4. 접시에 낸다.

 

사진. 유동영

 

법송  스님
대전 영선사 주지. 세계 3대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 런던캠퍼스 정규 교육과정 최초로 사찰음식 강의를 진행했다. 저서로 『법송 스님의 자연을 담은 밥상』(2015, 서울문화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