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한 삶의 작은 경전으로...

특집, 불광 창간 22주년에 부쳐

2007-09-17     관리자

나와 <불광>과의 만남도 어느덧 스무여 해가 넘었다. 참담한 일상(日常)의 혼탁함을 맑히는 이 가을의 푸른 새벽 빛처럼, 때로는 봄날의 화사한 가운과도 같은 자비로운 목소리로 달이 천강(千江)에 두루하듯, 뭇 중생의 근기에 따라 대기설법(對機說法)하는 불광은 처음부터 늘 내 곁에 함께 있어왔다. 복잡한 도심 한복판의 절에서도 멀리 골 깊은 산중에서도 그리고 외국에서도 물처럼 공기처럼 없는 듯이 소중하게 함께 있어온 것이다. 공교롭게도 나의 절 집 나이와도 엇비슷한 연륜의 불광은 유난히 선전 광고하여 알리려고도 하지 않고 더 발전 해야겠다고 깃발을 추켜들며 소란하게 하는 일없이 꼭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서 묵묵히 해 야 할 제 몫을 하며 필요한 이에게 다가가는 부치님 빛이다.
그리운 이의 설레이는 편지를 받아들 때와도 같이 표지에 모셔진 부처님의 그윽하고 자비한 미소를 가득담고 찾아오는 불광은 펼치지 않아도 금방 빛을 발한다.
그곳은 이미 알려진 부처님나라, 아직 모르는 곳의 부처님나라까지 가게 해 주었고, 잘 알려 지신 분, 혹은 아직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분들의 삶을 소박하고 진솔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숨차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소중한 삶의 체험과 모습들이 생생하고 담박하게 묻어 나오는 불광은 진정 우리 모두가 함께 결집하여 함께 독송하는 삶의 경전이다.
먹고 또 먹어도 그 맛이 은근하고 구수하여 (적어도 우리에게는)실증나거나 질린 적이 없는 우리네 뚝배기 된장맛에 비교가 될까.
나의 지나친 생각인지 모르지만 불광은 앞으로도 그다지 세련되지 않았어도 깊은 우리맛을 내는 것, 뭐랄까 화려하기는 쉽되 소박하기는 더 어렵고, 소박하면서도 소박한 속에 화려보 다 진한 색향을 머금기가 더 어렵다고 했듯이 불광은 영원히 겉으로 고급스럽게 치장히기 보다는 속깊은 맛을 우려내는 작은 그러나 깊은 삶의 진리를 새겨찍은 경전일것임을 기대한 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어 왔듯이 시골 작은 간이 역전, 그곳의 책꽂이 에서도 손에 잡히는 스스럼없는 모두의 벗이어야 될 것이다.
불광의 의식(儀式).교리(敎理).불교사(佛敎史)에서 일반 교양(敎養)에 이르기까지 알기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깊이있게 꾸며진 불광은 유익한 자료이기도 했었다.
운문(雲門) 스님이 어느 날 대중에게 법문하는 자리에서 "약과 병은 상대적인 것이다(藥病相治). 온 세상이 다 약이다(盡大地是藥). 그렇다면 나는 무엇인가(那箇是自己)." 약과 병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약이 병을 고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부처님은 응 병여약(應病與藥)이라고 하셨다. 병에 따라서 약을 주듯이 부처님은 그 새대 중생의 아픔을, 그 시대의 어리석음의 병을 치료해 주기 위하여 가장 적절한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셨고, 그것이 곧 팔만대장경 법문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부처님은 언제나 민중 가운데서 가장 고통스러워 하고 가장 어리석고 또 가장 아픈 중생을 찾아서 그의 얼굴을 직접 들여다보면서 말씀을 계속하여 그의 얼굴에서 비감(悲感)이 사라 지고 고민이 해결되고 어리석음이 없어지면서 환희의 기쁨과 평온한 숨을 쉬게 될 때까지 설법하셨다. 각자의 지병(持病)을 낱낱이 살펴서 알맞는 약을 주시므로 해서 병을 고쳐 주신 것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의 빛으로 이 세상에 오신 진솔한 삶의 경전 불광은 지금과 환경은 어떻게 오염되어 가고 있는지, 이 시대의 민중은 무엇을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지 낱낱이 살펴서 부 처님의 무량한 자비와 지혜로써 모두가 평화롭고 안락하게 사는 데 빛이 되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생호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