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초대석] 마음 밭에 ‘소나무’ 심는 광우 스님

행복의 꽃 피우려면 가시는 거두세요

2021-05-31     최호승
광우 스님.

요즘 역주행이 핫하다. 음원 차트를 역주행한 노래 ‘롤린’이 해체 직전의 아이돌 그룹 브레이브걸스를 대세로 끌어올렸다. 역주행은 힘겨웠던 연습생 기간과 오랜 무명 시절을 이겨낸 희망의 아이콘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보다 앞서 불교계에도 역주행 바람이 한차례 불었다. 염불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책 『염불 모든 것을 이루는 힘』이다. 2008년 출간한 이 책이 2021년 새삼 주목받았다. 염불에 관한 오해를 깨고 염불 정토 사상 알리기에 나선 한 스님이 베스트셀러로 역주행시켰다. 

요즘 핫한 광우 스님이 일으킨 작은 기적이다. 스님은 ‘소나무’로 불린다. ‘소나무’는 BTN불교TV 프로그램 ‘소중한 나, 무한 행복’의 줄임말이다. ‘소나무’ 스님은 책과 명상을 좋아하는 수행자로 방송과 유튜브 그리고 강연으로 많은 사람과 만나 종교를 초월한 행복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 유동영

수줍은 마음 세상에 내놓은 젊은 스님

화면보다 실물이 더 젊었다. 딱히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 전생에 어떤 인연으로 만났을지 모를 만남이랄까. 광우 스님은 척척 거침없이 다가와 포대화상처럼 밝게 웃음을 건넸다. 뜻밖의 긍정 에너지에 감전돼 합장 인사하며 서로 크게 웃었다. 서울 화계사의 봄날 눈부심은 유별났다. 

화계사 교무로 불교대학에서 강의 3개를 도맡아 하는 광우 스님은 인기 강사다. 작년 이맘때 인터뷰했던 화계사 주지 수암 스님이 흐뭇하게 소개했었다. 사람들 마음 밭에 ‘소중한 나, 무한 행복’의 씨앗을 심고 있는 광우 스님은 최근 처음으로 책을 출간했다. 『가시를 거두세요』(쌤앤파커스. 2021)이다. 늘 해오던 행복 법문에서 불교 색채를 걷어내고 숭늉처럼 ‘속 편한’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자신을 괴롭히는 가시와 같은 상처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남을 괴롭히고 있는 가시를 내려놓고 진정한 행복에 대해 한 번쯤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목을 ‘가시를 거두세요’라고 했고요. 불교적인 내용보다는 불자가 아닌 독자들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했죠. 마음 치유, 마음 돌봄, 위로와 위안의 글로 채웠어요.”

사실 스님은 원고를 준비하면서 몇 번이나 망설였다. 아직도 많이 부족한 자신을 알아서다. 4년 전 나온 『공덕을 꽃 피우다』는 BTN불교TV 방송 ‘소나무’ 중 2016년 한 해 동안 방영된 내용을 간추려 엮은 책이다. 해서 이번 책은 온전히 자신의 사유를 내보여야 했다. 

더 공부하고 더 준비하고 더 노력한 뒤에 내고 싶었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공부만 하다 결국 원고 한 장도 못 쓸 것 같아 그동안 먹을 묻혀온 수줍은 문장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인생은 뭘까?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행복해질까? 늘 고민하고 사유합니다. 그런 마음의 탐구를 통해 빚어진 글들이 이 책이에요.”(『가시를 거두세요』 여는 글)

광우 스님은 책을 쓸 때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위로와 긍정, 희망을 건네고 싶다는 발원이 있었다. 그래서 많이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 모두 읽었으면 좋겠다”며 대차게 웃는 스님, 자신의 콘셉트는 ‘겸손’이라고 강조했다. 따끈따끈한 신간인데 반응은 나쁘지 않단다. 스님 스스로 페이스북 등 SNS에 신간을 알렸고, 친분 있는 불자들의 격려도 많다고. 그래서 다음 책 고민은 안 한단다. 다시 강조하지만, 스님의 콘셉트는 ‘겸손’이다. 

출가, 참선, 염불 그리고 역주행

광우 스님은 염불수행의 전반을 소개하는 BTN불교TV 신규 프로그램 ‘광우 스님의 염불’ 첫 방송 후 『염불 모든 것을 이루는 힘』(불광출판사, 2008)을 화제로 만들었다. 누워있던 이 책이 벌떡 일어나 판매 역주행을 했다. 세납이 40대인 젊은 스님이 화두참구가 아닌 염불에 주목한 이유가 뭘까?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진리에 목말랐던 학창 시절 광우 스님은 철학자를 꿈꿨다. 철학서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탐독했고, 숙명적으로 불교를 만났다. 선의 가르침이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책에서 읽었던 철학의 복잡한 문제들이 다 해결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확철대오한 자신을 그리며 합천 해인사에 입산했다. 그때가 19살이었다. 

“스님이셨던 아버지께서 ‘아무리 잘 먹고 잘살아도 그게 다 한바탕 꿈이다’며 출가를 권하셨어요. 참선이 너무 좋아서 하고 싶을 때 아버지께서 길을 열어 주셨죠. 아버지께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스님의 마음자리는 참선, 계율, 염불로 흘러갔다. 스님은 화두를 참구하며 깨달음에 계속 다가가려 했다. 『신심명』, 『증도가』, 『벽암록』, 『조주록』, 『육조단경』 등 선어록과 조사록을 파며 화두를 붙들었다. 걸을 때나 누울 때나 화두가 잡히기 시작했지만, 흐릿해졌다. 어느 순간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시력도 안 좋아졌다. 가슴은 답답했다. 상기병(上氣病)이었다. 

“3년 안에 공부를 끝낼 것 같았어요. 너무 빨리 깨치면 어른스님들이 당황하실까 고민까지 했어요. 순수했고 순진했죠. 비구계를 받고 순천 송광사 선원에 입방했는데, 계율을 배우는 율원이 있는 거예요. 비구계 받기 전 250개 계를 배우는 동안 정말 재밌었는데, 공부를 더 하고 싶었죠.”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 중국과 대만 스님들의 나무아미타불 염불 정토 가르침과 인연이 닿았다. 약간의 혼란이 왔지만 간화선은 상근기의 수행자가, 염불은 하근기의 수행자가 한다는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불교 역사만 보더라도 역대 큰스님들이 염불수행을 했다는 점을 포착했다. 그때부터였다. 매일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고 더 깊이 공부하면서 마음의 확신을 얻었다. 염불 정토야말로 말법 시대 중생들에게 훌륭한 가르침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무렵 만난 책이 『염불 모든 것을 이루는 힘』이다. 책은 근세 중국의 혼란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참선과 염불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중국불교의 맥을 되살린 중국 임제종 제40대 조사가 저술한 염불수행 지침서였다. 

“책 내용이 너무 좋아 나중에 기회가 되면 교재로 삼아서 꼭 강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소나무 방송이 한창이었던 BTN불교TV에 염불 강의를 제안했고 흔쾌히 받아줬어요. 월요일마다 ‘광우 스님의 염불’에서 그때 그 원력대로 그 책을 교재로 강의하고 있죠.”

고리타분함이 주는 행복의 비밀

5년째 방송 중인 BTN불교TV ‘광우 스님의 소나무’는 시청률 1위를 만들었고, 유튜브 채널 ‘광우 스님의 법공양’은 곧 구독자 6만 명을 돌파할 기세고, 페이스북 친구는 최대치인 5,000명에 육박한다. 서울 조계사 청년회에서 2년 동안 법회를 이어갈 때만 해도 예상치 못한 현실이었다. 적절한 톤의 목소리와 말의 속도, 재밌는 이야기를 곁들여 쉽고 신나게 설명하는 광우 스님의 설법은 제대로 통했다. 새로운 젊은 스님을 기다리던 불교계와 사회에 신선한 물결을 일으켰던 것. 

정작 이 젊은 스님은 고리타분(?)하다. 탈종교화를 비롯한 빅데이터와 AI 시대에 아직도 기도와 가피, 공덕, 믿음 등을 반복해 강조한다. 옛 어른스님들에게 닳고 닳도록 들어 시시해진 키워드가 광우 스님이라는 프리즘을 거쳐 확산하고 있다. 힐링, 명상 등 한국 사회에 여전히 유효한 방편과는 사뭇 달랐다. 이유를 묻자 “불보살에 대한 믿음을 가지세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스스로 체험을 했어요. 정말 힘들고 답답해서 간절하게 불보살에 기도하면서 겪은 일이 있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거예요. 괴롭고 답답하고 힘들면 기도하세요. 붓다도 열반 전 사람이 아닌 법에 의지하라고 말씀한 것처럼 법을 모아둔 경전에 의지하세요.”

광우 스님은 가피 이야기 한 토막을 꺼냈다. 자신의 이야기였다. 포교당에서 열심히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면서 스님은 계속 이렇게  발원했단다. “이 소중한 가르침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제게 힘을 주십시오.” 목탁이 깨질 정도로 두드리면서 염불하고 기도했다고. 어느 날 꿈에 나타난 부처님 세 분의 밝은 빛을 보고 스님은 놀라서 깼다. “와! 이건 대박이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BTN불교TV 제안으로 했던 짧은 방송이 소위 대박 났고, 새 프로그램 ‘소나무’로 이어졌다. 

“이제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도 방송 강연을 본다고 해요. 다 부처님이 주신 가피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내내 답변이 쏙쏙 귀에 들어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뿐일까? 대체, 무엇이, 광우 스님의 강연을 인기 있게 만들었는지 문득 궁금했다. 

“평소 많이 물어보세요. 저는 정말 숨김없이 답하죠. 잘생겨서요(웃음).” 

누차 강조하지만, 스님의 콘셉트는 ‘겸손’이다. 

“부처님 말씀을 딱딱하거나 무겁게 그리고 어렵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쉽게 또 재밌게 유머를 섞어서 신나게 전하는 어떤 에너지에 공감해주신 덕분이에요.”

완전한 인생은 없다

광우 스님은 많은 이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불교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데 스님은 힐링이라는 단어가 썩 달갑지 않다. 힐링 관련 강의, 콘서트, 토크, 상담 등 여러 문화가 생겼고 많은 이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좋지만 단점이 보였단다. 

“대부분 듣고 끝나더군요. 콜라를 한 번도 마셔보지 않은 사람에게 콜라 맛을 설명하기 굉장히 어려워요. 콜라를 자기가 마셔보면 알죠. 그래서 불교는 지식의 종교가 아니라 수행의 종교이자 가르침이에요. 듣고만 끝나는 힐링이 진정한 행복으로 이어지려면 자신의 마음자리를 바꾸는 수행이 필요해요.”

중생의 마음에서 붓다의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 광우 스님이 생각하는 불교의 핵심이다. 바꿔 말하면 탐진치 삼독심이라는 가시를 마음에서 하나둘 빼는 부단한 노력이다. 가시가 하나둘 빠져나간 그 자리에 조금씩 행복이 차오르지 않을까.

그래서 물었다. 5월은 특별하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누군가의 특별한 날이 많아서다. 특히 부처님오신날도 있다. 삶에서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잊어버리고 사는 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청했다. 

“완벽한 인생, 완전한 인생은 없습니다. 노력하는 인생은 있습니다. 저절로 완벽해지는 인생은 없지만 완벽에 조금씩 다가가는 노력하는 삶의 자세는 있습니다. 그런 발걸음 하나하나도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아야만 살 수 있다는 뜻의 사바세계에 태어난 것 자체가 괴로움입니다. 어떻게 더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인생은 원래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내가 다스릴 수 있습니다. 본래 깨끗한 마음을 가리고 있는 번뇌와 망상을 내 수행으로 녹여가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붓다의 마음으로 다가가세요. 여러분은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내면에 찬란한 행복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