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신화] 홀로 아닌 모두의 행복 위한 전법

2021-02-04     동명 스님
붓다가 최초로 설법한 곳에 세워진 다메크스투파.

“살아있는 모든 것은 이어져 있다”

2019년 상연된 뮤지컬 <싯다르타>의 마지막 노래는 살아있는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이어져 있다고 말한다.

홀로 있지 않아
살아있는 모든 게
서로가 서로에게
인연과 인연으로
모두가 이어져 있다 모두가

모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서로 이어져 있음을 깨달았다는 점에서 붓다의 전법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모두가 서로 이어져 있음을 아는 이가 혼자서만 열반에 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 브라흐마의 권청은 이미 예정된 사실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붓다가 전법을 포기할 수도 있는 위기의 상황이 갑작스레 희망의 등대로 바뀐 것이다. 붓다는 당신의 깨달음을 가장 먼저 누구에게 전할지 생각했다. 

붓다는 자신에게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을 알려준 위대한 명상가 알라라 깔라마(ⓟĀḷāra Kālāma)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알라라 깔라마는 마음을 지극히 고요하게 다스릴 줄 아는 수행자다. 그는 나의 가르침을 바르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한 천신이 붓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말했다. 

“세존이시여, 알라라 깔라마는 일주일 전에 다른 세상으로 갔습니다.” 

붓다는 이번에는 웃다까 라마뿟따(ⓟUddaka Rāmaputta)를 생각했다.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을 성취한 웃다까 라마뿟따도 나의 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 또 다른 천신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채 붓다에게 넌지시 말했다. 

“세존이시여, 웃다까 라마뿟따는 어젯밤 자정에 죽었습니다.”

웃다까 라마뿟따가 하루만 더 살았어도 붓다의 가르침을 만나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이제 무색계 4선천에서 오랜 수명을 누리다가 수명이 다하면 인간 세상이나 욕계 천상에 태어나게 된다. 붓다는 다시 당신의 법을 맨 먼저 받아들일 사람을 생각했다. 그리고는 고행림에서 당신과 함께 수행했던 다섯 수행자를 떠올렸다.

붓다는 다섯 수행자가 어디에 있는지 천안으로 살펴봤다. 다섯 비구는 미가다야(녹야원, 사슴동산)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미가다야는 오늘날 바라나시 북쪽에 있는 사르나트라는 곳이다.

 

위대한 성인을 몰라본 우빠까

붓다는 며칠간 탁발하며 지내다가 보름날을 기해 가사와 발우를 챙겨 바라나시로 떠났다. 보드가야에서 바라나시까지는 장장 240여㎞나 되는 먼 거리였다. 붓다가 그 먼 거리를 걸어간 이유는 도중에 수행자 우빠까(Upaka)를 만날 것을 미리 알았기 때문이다. 우빠까는 이른바 사명외도(邪命外道, Ājīvika)라 불리는, 나체로 고행하는 수행자였다. 우빠까는 붓다에게 말을 걸었다.

“벗이여, 그대의 얼굴빛이 참으로 맑고, 청정한 피부에서는 빛이 납니다. 그대는 누구에게 출가하셨고, 스승은 누구십니까?”
붓다는 게송으로 답했다.

나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모든 것을 알았네
어떤 일이 있어도 번뇌로 물들지 않네
어떤 속박에도 자유로우며 
갈애를 소멸하여 해탈하였네
스스로 알았으니 누구를 스승이라 하겠는가

진실을 보는 눈이 부족했던 우빠까는 붓다의 말에 더 이상 귀 기울이지 않았다. 우빠까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라며 다른 길로 가버렸다.
우빠까는 전법을 결심한 붓다를 가장 먼저 만났지만, 법을 받아들일 공덕이 부족했기에 그 행운을 소중한 인연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훗날 우빠까는 이 인연으로 붓다를 찾아와 출가했고 결국 아라한을 증득했다. 

 

기러기처럼 날아서 강을 건너다

다시 길을 나선 붓다는 갠지스강에 이르렀다. 뱃사공이 강 건널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붓다가 뱃사공에게 말했다.

“착하고 어진 이여, 나를 강 건너에 데려다주길 부탁합니다.” 

사공은 대답했다.

“사문이시여, 뱃삯을 주시면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걸식하는 출가사문으로서 어찌 뱃삯이 있겠습니까? 나는 돈과 재물을 일절 소유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나를 태워주거나 그렇지 않거나 나는 당신을 똑같이 대하겠지만, 출가사문을 태워준 공덕은 그대에게 곧 뱃삯이 될 것입니다.”

“사문이시여, 나는 뱃삯을 받아야 합니다. 뱃삯을 받아서 아내와 자식들을 부양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500마리의 기러기가 떼 지어 이쪽 하늘에서 저쪽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다. 붓다는 그 광경을 보며 게송을 읊었다.

기러기 떼가 항하를 건널 때
누구도 뱃삯을 요구하지 않는다네
나도 이제 신통력을 발휘하여
저 기러기같이 허공을 날으리
●●

이 게송을 읊는 동안이라도 사공이 마음을 고쳐먹었으면 좋으련만 사공은 끝내 완강한 태도를 꺾지 않았다. 게송을 마친 붓다는 기러기처럼 하늘을 날아 강을 건넜다. 뱃사공은 붓다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탄식했다.

“큰 복전(福田)을 눈앞에 두고 놓쳤구나. 참으로 애석하구나.”

사공은 너무도 낙담한 나머지 혼절해버렸다. 그는 깨어나자마자 길을 나서서 마가다국 빔비사라 왕에게 이 사실을 아뢰었다. 빔비사라 왕이 사공에게 말했다.

“앞으로 출가사문에게는 뱃삯을 받지 말고 강을 건네주도록 하라.”

『불본행집경』은 붓다가 강을 건넌 후 다시 날아올라 바라나시까지 갔다고 전한다. 그러나 다른 문헌들은 붓다가 유행을 계속해 바라나시에 도착했다고 말한다. 붓다가 신통력을 최소한으로 썼던 것을 생각하면 걸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뭄바이의 웨일즈 왕자 박물관에 있는 초전법륜상. 사슴공원을 상징하는 사슴이 새겨져 있고, 연꽃 모양의 법의 바퀴가 도드라져 보인다. 다섯 수행자 외에 천신들도 함께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있다.

 

다섯 수행자에게 법을 설하다

붓다는 드디어 바라나시의 미가다야에 도착했다. 오래 걸렸지만 앞으로 45년간 줄곧 그렇게 걸었음을 생각하면 그리 긴 여행은 아니었다. 

다섯 수행자는 멀리서 붓다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서로 약속했다.

“벗들이여, 사문 고타마가 오고 있다. 그는 수행을 버리고 안락을 추구한 자이다. 그를 환대하지도 말고 그의 손에서 발우를 받아들지도 말자.”

붓다는 다섯 수행자가 당신을 냉담하게 대하기로 약속한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붓다는 다섯 수행자에게 다가가면서 자무량심(慈無量心)을 발했다. 붓다의 자무량심에 다섯 수행자는 저절로 존경심이 생기면서 그를 환영하게 됐다. 한 명은 붓다의 손에서 발우를 받아들고, 또 한 명은 돗자리를 깔았으며, 다른 한 명은 앉을자리를 준비했고, 또 다른 한 명은 마실 물을 준비했으며, 남은 한 명은 발 씻을 물을 준비했다.

붓다는 자리에 앉아 발을 씻었다. 다섯 수행자들은 궁금한 것을 물었다.

“벗이여, 고타마여! 당신이 우루웰라 숲에서 고행에 전념하고 있을 때 우리가 옆에서 당신을 시봉했소. 우리가 떠난 뒤에는 누가 당신을 시봉했습니까?”

“오, 다섯 수행자여! 나를 벗이라거나 고타마라고 부르지 마시오. 나는 바르고 원만하게 깨달은 붓다로서, 모든 번뇌를 여의고 열반을 성취했소. 당신들도 나의 가르침을 따르면 나와 같은 행복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오.”

다섯 수행자들은 회의적으로 반응했다.

“벗이여, 고타마여! 당신이 남보다 뛰어난 선정의 경지를 성취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법을 알았다고 할 수 없고 모든 번뇌가 사라진 아라한과를 얻었다고 할 수도 없소. 더구나 당신은 고행을 포기하고 안락을 택했소. 어떻게 최고의 경지를 성취했단 말이오?”

“수행자들이여! 나는 안락을 택하지 않았소. 마음을 기울여 들어보시오.” 

그러나 다섯 수행자는 고행을 버린 수행자의 성취를 믿을 수 없었다. 붓다는 다시 말했다.

“수행자들이여, 생각해보시오. 내가 과거에 당신들에게 나를 높이 평가해달라는 뜻으로 ‘나의 벗들이여, 내가 명상과 고행 속에서 광명을 보았으니, 나를 믿고 따르도록 하시오. 나는 아라한이 되었소’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까?”

다섯 수행자들은 곰곰이 생각했다. 극심한 고행 중이던 사문 고타마가 “나는 아라한이 되었소”라고 말했다면 그들은 분명히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 그런 고타마가 이렇게 스스로 아라한이 됐다고 한다면 믿을 만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 끝에 다섯 수행자는 고타마가 붓다가 됐음을 확신했다. 다섯 수행자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세존이시여! 예전에 그런 식으로 말씀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다섯 수행자는 붓다에게 겸손한 태도로 예를 올린 후 자세를 고쳐 앉았다. 붓다는 드디어 법의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비구들이여, 세상에는 두 가지 극단이 있다!”

붓다의 이 말은 삼천대천세계에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위로는 무색계에서도 가장 높은 유정천에 이르렀고, 아래로는 지옥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아비지옥에 이르렀다. 신들은 외쳤다. 

“세존에 의해 바라나시의 이시빠따나의 미가다야에서 위없는 법의 바퀴가 굴려졌다. 사문에 의해서나 바라문에 의해서나 신에 의해서나 마라에 의해서나 범천에 의해서나 세상에 있는 그 누구도 이 법의 바퀴를 멈출 수 없다.”●●●

신들의 외침은 얼마나 상징적인가? 실로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를 누가 꺾을 수 있었던가? 다른 종교처럼 무력이나 물력(物力)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붓다의 가르침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인도에서 막히면 중국에서 퍼졌고, 중국에서 막히면 한국에서 퍼졌다. 한국은 500여 년 동안 불법을 탄압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율장』은 붓다가 중도를 설한 후 사성제를 설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사성제 설법을 마치자 다섯 비구는 모두 환희에 차 있었고, 특히 꼰단냐는 ‘무엇이든 생겨난 것은 모두가 소멸하는 것이다’라는 진리의 눈을 떴다. 붓다는 이를 알아보고 감흥어를 읊었다. 

“꼰단냐가 궁극적인 앎을 얻었다. 꼰단냐가 궁극적인 앎을 얻었다!”●●●● 

그리하여 꼰단냐는 이후 ‘깨달은 꼰단냐’라는 의미로 ‘안냐따꼰단냐(aññātakoṇḍañña)’라고 불리게 되었다. 붓다는 이어서 무아(無我)의 가르침을 펼쳤다. 

“비구들이여, 어떤 물질도 내가 아니며 나의 것이 될 수 없다. 만약 물질이 나라면 그 물질에는 고통이 따르지 않을 것이다. 또 물질이 나의 것이라면 ‘나의 물질이 이와 같이 되기를, 나의 물질이 이와 같이 되지 말기를’ 하고 바라면 그대로 되겠지만, 실로 그렇지 않다.”

붓다는 느낌과 인식과 의지작용과 의식이 모두 무아임을 가르쳤다. 다섯 비구는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모두 아라한이 됐다. 이렇게 하여 이 세상에는 붓다를 포함해 6명의 아라한이 존재하게 됐다.

전법의 이유
이쯤에서 또 한 명의 신화적인 인물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왕자 싯다르타가 붓다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던 아시따 선인의 조카 날라까는 출가해 히말라야에서 홀로 수행하고 있었다. 천신들은 붓다가 전법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날라까에게 전해줬다. 날라까는 먼 길을 마다 않고 붓다를 찾아와 법문을 청했다. 붓다의 법문을 전해듣고 그대로 실천한 날라까는 아라한이 된 후 반열반에 들었다.●●●●●
이렇게 붓다의 전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법이 이루어짐으로써 붓다는 진정으로 우리의 스승이 됐다. 만약 당신께서 스스로 깨달아 붓다가 됐다고 해도 전법하지 않고 반열반에 들었다면, 우리는 붓다를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전법을 통해 우리는 붓다의 가르침을 알게 됐고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왜 전법해야 하는가? 나만 잘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아니다. 우리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 서로를 의존하며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로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기에 나만 따로 떨어져서 행복해질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전법해야 한다. 
“홀로 있지 않아, 우리는 모두가 서로 이어져 있다, 모두가!”   

 


(PTS.) Majjima Nikaya Vol.1, 160쪽; 밍군 사야도, 최봉수 옮김, 『대불전경 IV』, 한언, 2009, 319쪽; 일창 스님, 『부처님을 만나다』, 이솔출판, 2012, 216쪽; 『불본행집경2』(한글대장경 16), 동국역경원, 1994, 63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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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본행집경2』(한글대장경 16), 동국역경원, 1994,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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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S.) Vinaya Vol.1, 1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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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S.) Vinaya Vol.1, 12쪽: “aññāsi vata bho koṇdañño aññāsi vata bho koṇḍaññ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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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따니빠따』 「날라까의 경」; 밍군 사야도, 
『대불전경 V』, 2009, 한언, 49~76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