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혼밥 한 그릇] 냉이떡국

겨울에 제맛 내는 냉이의 변신은 무죄

2021-02-11     법송 스님
법송 스님.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이 받아들이기에 순하고 편하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먹으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가능해지고 세상 만물이 조화롭게 살 수 있다."
-법송 스님

 

사진. 김동진

 

인간·자연 공존 위한 제철음식

추운 겨울이다. 비닐하우스 재배가 보편화한 지금은 어떤 식재료든 사시사철 쉽고 편하게 구할 수 있다. 제철음식을 주로 활용하는 사찰음식은 사정이 다르다. 다양한 식재료를 구하는 데 제한이 많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그때그때 나고 없어지는 각각의 식재료를 귀하게 여긴다. 아직 때가 오지 않은 식재료에 욕심내지 않는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재료’에 대한 고집과 그로 인한 불편함은 역설적으로 사찰음식을 풍부하게 만든다. 앞으로 1년간 소개할 사찰음식들은 모두 이 불편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다양하지 않은 제철 식재료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변주해서 영양가도 있고 맛도 좋은 음식으로 만들 수 있을까.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이 받아들이기에 순하고 편하다. 시금치, 숙주, 콩나물은 지금 같은 겨울에 먹으면 좋은 음식이다. 많은 사람이 봄나물로 알고 있는 냉이도 사실 겨울 나물이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냉이는 3월 즈음 뿌리에 심이 생긴다. 이렇게 심이 생긴 냉이는 아무리 오래 삶아도 부드러워지지 않아 씹기 힘들다. 4월이 되면 냉이에 꽃이 나서 먹을 수 없게 된다. 냉이 뿌리에 심이 박히며 꽃대가 올라오는 것은, 꽃을 피워 씨를 남기고자 하는 냉이의 생존·번식 본능이다. 냉이는 인간이 모두 먹어 씨를 말리기 전에 꽃을 피우고 씨를 맺으려 한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종종 이런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고 사시사철 원하는 식재료를 먹는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먹으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가능해지고 세상 만물이 조화롭게 살 수 있다.

 

자연 순리 따른 냉이떡국으로 새해맞이

떡국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매일 똑같은 떡국만 먹을 수는 없는 법. 냉이떡국은 제철 재료인 냉이를 활용해 떡국에 변주를 주려는 시도에서 탄생했다. 여기에는 며느리도 모르는(?) 비밀 재료가 들어간다. 바로 콩가루다. 채식 식단으로 단백질이 부족한 스님들의 영양보충을 위해 냉이에 콩가루를 묻혔는데, 콩가루를 묻히니 냉이가 부드러워지면서 떡과 잘 어우러졌다. 그 뿐인가. 흰콩에는 몸 안의 열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어, 추위에 움츠러드느라 몸 안에 열을 쌓아두기에 십상인 겨울에 먹기 제격이었다.

냉이의 제맛을 볼 수 있는 철이면서 새해를 시작하는 지금이 냉이떡국을 먹기에 딱 좋을 때다. 새해 첫 혼밥, 새해맞이 냉이떡국을 함께 만들어보자. 겁먹지 마시라. 조리 과정이 간단하다. 시작은 재료 준비다. 언젠가 먹다 남아 냉동실 구석에 던져뒀던 떡국떡(!)을 꺼내 물에 담가둔다. 생콩가루는 생소한 식재료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마트나 시장,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영양보충이 될 뿐 아니라 담백한 맛을 내고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우러지는 활용도가 높은 식재료니 이번 기회에 장만하자. 채수는 물에 표고버섯, 말린 참가죽나물, 무를 넣고 끓여 만든다. 재료가 없다면 무만 넣어 채수를 내도 충분히 감칠맛이 난다. 무는 늦가을부터 정월 대보름 전까지가 맛있다. 이조차 번거로우면 채수 대신 멸치 육수나 물을 사용해도 된다.

재료 준비가 끝났으면 본격적으로 조리에 들어간다. 채수(물)를 불에 올리고 냉이에 생콩가루를 묻혀둔다. 채수(물)가 끓으면 생콩가루를 묻힌 냉이를 넣고 끓인다. 여기서 주의할 점! 뚜껑을 닫고 끓이면 냉이 색이 시커멓게 변하니 꼭 뚜껑을 연 채 끓인다. 또 냉이의 콩가루가 떨어질 수 있으니 국자로 젓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떡을 넣어 익힌 후 간장으로 간을 하면 완성이다. 콩가루에서 담백한 맛이 나와, 간을 세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칠맛이 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냉이떡국을 만들어 먹으며 새해를 맞이하길 바란다.  

 

[건강한 혼밥 한 그릇] 냉이떡국

 

재료 냉이 2줌(80g 정도), 떡 1줌, 생콩가루 1컵, 간장 2큰술, 채수(물로 대체 가능)
(•채수: 표고버섯, 말린 참가죽나물, 무)

1. 냉이에 생콩가루를 묻힌다.

2. 채수가 끓으면 냉이를 넣고 뚜껑을 연 채 끓인다.

3. 미리 물에 담가 둔 떡을 넣는다.

4. 간장으로 간을 하고 불에서 내린다.

 

 

글. 법송 스님
대전 영선사 주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사찰음식 교육관 ‘향적세계’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저서로 『법송 스님의 자연을 담은 밥상』(2015, 서울문화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