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감춘 암자] 문경 김용사 금선대

아궁이에 불지피는 산신각 운달산 팔백고지 금선대

2021-02-05     유동영

금선대는 운달 스님이 김용사를 창건하기 이전부터 운달산에 처음 자리를 잡은 암자다. 현대에 와서는 성철 스님이 김용사에서 처음 설법한 뒤 금선대를 중창함으로써, 많은 스님이 용맹정진 수행터로 삼았다. 성철 스님을 비롯해 서암, 서옹, 법전 스님 등 기라성 같은 스님들이 다녀갔다. 한때 사람이 지내기 어려울 만큼 스러져, 잠시 비었던 암자였다. 김용사 주지스님이 2년 전 새롭게 불사를 했고, 지금은 효원 스님이 정진 중이다. 

 

“신구의 삼업 가운데 가장 점검하기 쉬운 게 몸뚱이에요. 다음이 말이고 제일 어려운 게 우리 마음이잖아요. 가장 움직이기 쉬운 게 몸뚱이라서 몸부터 시작해요. 단단히 결심하고 와도 마음은 내 마음대로 안 되잖아요. 언젠가 시계 알람을 잘못 맞춰서 도량석 시간인 새벽 4시에 일어나지 못한 거예요. 산신각 풍경이 어찌나 요란스럽게 울리던지…. 산신님이 경책하는구나 싶으니까 그 뒤로는 도량석을 잘 지켜요. 여기 다녀가시는 분들이 빈손으로 오지를 않아요. 김용사 아랫마을에 사는 부부는 매일 같이 오시면서, 어떤 날은 무배추를 또 어떤 날은 깨강정을 만들어 오시기도 해요. 한 번에 다 못 먹으니까 하루하루 조금씩 순서대로 다 먹어요. 오늘은 누룽지에 된장이랑 김치를 좀 넣었어요. 이분들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들어요. 어째 먹을만한가요?” 

“지난봄에 말한 산신각이에요. 어때요? 딱 한 사람 누울 정도의 크기라도 편안하고 아늑하죠? 제가 산신각을 좋아해서 올봄부터 추워지기 전까지 여기서 지냈어요. 전각에는 아궁이를 안 두는데, 여기는 갑작스럽게 누구라도 오면 머물러야 하니까 예전 스님 때부터 매일 불을 넣었어요.” 

“어제는 여기도 영하 20도까지 내려갔어요. 저기 위 바위틈에서 물이 졸졸 나는데 호스가 얼까 봐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물이 몇 방울씩 떨어지는 세면장 큰 통이 안 얼게 양초 두 개를 매일 켜 두죠. 온도가 0.1도라도 오르겠지 하면서요. 이제 추위가 막 시작됐으니까 가을까지 써버린 장작을 부지런히 채워야 합니다. 나무가 단단해야 도끼가 잘 먹으니까 더 추워지기 전까지 지금이 바짝 서두를 때죠. 태양열로 겨우 밥하고 물 끓이는 정도로 전기를 얻는데 날이 흐려서 걱정입니다.”

“혼자 암자 생활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우연한 인연으로 여기로 왔지만, 이곳이 스님이랑 잘 맞아요. 대승의 보살행을 하는데 이판과 사판이 어디 따로 있겠어요. 여기 찾아오는 분들을 막지는 않아요. 간화선이 다른 수행법이랑 다른 게 무엇이겠어요. 다른 수행법은 집중할 때만 삼매가 가능하지만, 간화선은 화두 속에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3년은 살기로 하고 왔으니까 잘 살다 가야죠.” 

 

 글·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