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를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인가

직지(直指)로 만나는 선지식 | 남악회양과 마조도일

2021-01-15     범준 스님

 

| #1 법기(法器)를 만나다

혜능 선사의 문하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당대의 천재들이 즐비했다. 사람들은 청원행사(靑原行思), 남악회양(南岳懷讓), 영가현각(永嘉玄覺), 남양혜충(南陽慧忠), 하택신회(荷澤神會)를 혜능의 제자 가운데 오대종장(五大宗匠)이라 칭송했다. 다행스럽게도 남악회양의 문하에 내로라하는 제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중국 선불교의 황금시대가 열렸다.

남악회양의 제자 가운데 가장 걸출한 제자는 선종사에서 위대한 인물로 거론되는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이다. 마조는 19살에 출가해 몇몇 스승을 참례하고 남악회양의 제자가 되었다. 마조의 지치지 않는 수행력은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 정도로 집요하고 철저했다. 마조에 대한 이러저러한 평가들이 오갔고 마조는 남악회양의 문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제자가 되었다.

스승인 남악회양도 마조를 눈여겨봤고 그가 법기임을 알아보았다. 마조는 대장부로서 기개가 충만하여 매사에 열성을 다하는 성품으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수행에 임했다. 그런 마조의 열성적인 수행을 보며 남악회양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2 선원의 규칙을 지켜라

선원의 일과는 입선(入禪), 공양 준비, 청소, 운력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든 일은 소임과 시간을 분담해 진행됐다. 그런데 이러한 대중의 규칙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조는 자신의 수행에만 몰두했다. 틈만 나면 앉아서 좌선하고 있으니 대중은 마조가 달갑지 않았다. 하루는 대중 가운데 한 스님이 남악회양을 찾아와 말했다.

“스승님, 여기 모인 대중은 모두 스승님의 지도 아래 부처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대중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선원의 규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선원의 규칙은 누구나 지켜야 하며, 여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에 오신 마조 스님이 이러한 선원의 규칙을 지키지 않아 많은 대중 스님들이 곤란해합니다. 공양하는 시간에도, 청소 시간에도,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도 마조 스님은 혼자 좌선을 하며 대중과 함께하지 않습니다. 나머지 대중이 모두 한마디씩 하지만 도무지 귀담아듣지 않기에 스승님께 말씀드립니다. 마조 스님에게 선원의 규칙을 지켜야 함이 마땅하다고 알려주십시오.”

드디어 터져 나온 대중 스님들의 불만에 남악회양은 말했다.

“대중 스님들에게 전하시오. 다른 사람이 어쩌든 상관하지 말고 자신의 수행에 집중하십시오. 마조 스님이 선원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주의를 줘야 마땅한 일이지만 대중 스님들도 자신의 수행에 집중하면 다른 사람의 모습에 시비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 #3 좌선(坐禪)해서 부처가 되겠다는 제자

걱정하던 일이 일어났으니 남악회양은 어떻게든 마조의 열성적인 수행 방법을 다시 점검해야 했다. 마조에게 대중 생활의 규칙을 다시 한번 설명하는 정도로는 그의 태도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단번에 생사 번뇌의 굴레를 벗어나겠다는 굳은 결기로 수행하는 마조는 ‘대중과 어울려라’, ‘모나지 않게 수행하라’, ‘선원의 규칙을 지켜라’는 주의를 이미 수없이 들었을 터였다. 마조에게는 좀 더 효율적인 지도 방법이 필요했다.

그날도 마조는 스승의 시선도, 대중의 불평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요한 곳을 찾아 혼자 좌선을 하고 있었다. 점심 공양 후 대중 운력을 끝내고 도량 곳곳을 포행하던 남악회양의 시야에 마조의 좌선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 선원의 대중은 점심 공양을 마치고 운력을 하는 중이었다. 운력에 참여하지 않고 좌선하는 마조의 모습을 본 남악회양은 깨진 기왓장을 가지고 마조가 좌선하는 곳으로 왔다. 마조는 삼매에 든 것인지 미동도 하지 않고 좌선하고 있었다. 조각난 기왓장을 들고 마조의 곁으로 간 남악회양은 고요한 정적을 깨고 기왓장을 전돌이 깔린 바닥에 갈기 시작했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전돌 바닥과 기왓장이 마찰하면서 내는 소리는 삼매에 든 마조의 귀를 파고들어 불쾌한 감정을 일으켰다. 마조는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입 밖으로 나오려던 짜증 섞인 한 마디를 간신히 삼키며 스승에게 인사를 올렸다. 남악회양은 말했다.

“오늘도 열심히 좌선하는구려. 자네는 무엇 때문에 이리도 열심히 좌선하는가?”

“저는 부처가 되고자 합니다. 스승님은 무엇을 하시기에 기왓장을 갈고 계십니까?”

“나는 기왓장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어 보려고 하네.”

기왓장으로 거울을 만들겠다는 스승의 말에 마조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기왓장을 갈아서 어떻게 거울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자네 생각에는 기왓장이 거울이 되기 어렵단 말이지? 그렇다면 자네처럼 앉아서 좌선만 한다고 부처가 될 수는 있겠는가?”

스승의 말을 들은 마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마조는 자세를 고쳐 앉아 스승에게 물었다.

“그럼 좌선하여 부처가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부처가 될 수 있습니까?”

 

| #4 좌불 흉내는 부처를 죽이는 행위

남악회양은 마조의 간절한 눈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가 수레를 끌고 가는데 만약 수레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채찍으로 수레를 때리는 것이 옳겠는가? 소를 때리는 것이 옳겠는가?”

마조는 스승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든 의심이 풀어지고 조급한 마음이 사라짐을 느꼈다. 남악회양은 마조에게 쐐기를 박았다.

“자네가 지금 좌선(坐禪)을 배우는 것인지, 좌불(坐佛)을 배우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군. 좌선을 배우고자 한다면 좌선은 결코 앉거나 눕는 것이 아니라네. 만약 좌불을 배우고자 한다면 부처는 일정하게 정해진 모양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네. 정해진 것이 없는 법을 놓고 취사(取捨)하거나 시비 분별해서는 안 되네. 자네가 혹여라도 앉아만 있는 좌불을 흉내내려 한다면 그것은 곧 부처를 죽이는 행위와 다름이 없네. 앉아 있는 일에만 집착한다면 정작 깊은 이치에는 이를 수가 없는 법이라네.”

스승의 가르침을 듣고 난 마조는 기뻐하며 남악회양에게 큰절을 올렸다.

 

<해설>

마조도일은 중국 선종 제6조 혜능(慧能)의 제자인 남악회양의 법맥을 이었다. 마조도일의 문하생은 백장(百丈), 대매(大梅), 남전(南泉) 등 139명, 입실제자가 84명이라고 전해진다. 마조에 이르러 스승인 남악회양의 종풍(宗風)이 융성했고, 후일에 임제종(臨濟宗)으로 발전했다. 마조도일은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를 주창했고, 일상생활 속에서 선(禪)을 실천하는 새로운 선종이 이 무렵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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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선종사에서 가장 걸출한 스승과 제자가 만난 이야기다. 마조처럼 좌선한다고 밤낮으로 온몸을 곧추세워 앉아 있어도 부처 될 날은 오지 않는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해답은 항상 자비로운 스승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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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수레를 끌고 가는데 만약 수레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면 채찍으로 수레를 때리는 것이 옳겠는가? 소를 때리는 것이 옳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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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를 끄는 동력이자 엔진은 소다. 소의 상태를 살펴야 수레가 문제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이를 사람에 비유하면 수레는 사람의 육체고, 소는 사람의 마음이다. 수레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수레바퀴에서 동력이 나온다고 착각하여 바퀴를 아무리 채찍질한들 수레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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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가 되고자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걷고, 앉고, 눕고, 먹고, 자고, 말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의 육체가 아니라 마음이다. 사람을 작용하게 만드는 마음을 살피라는 뜻에서 남악회양은 수레가 아닌 소를 때려야 한다고 말한다.

 

범준 스님
운문사 강원 졸업. 사찰 및 불교대학 등에서 불자들을 대상으로 불교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봉은사 전임 강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