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다르마]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의 발견

2021-01-12     유정길

한 사람의 힘이 너무 작고 별 소용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되면, 작은 미물인 모기 한 마리를 방에 두고 같이 잠을 자보라. 윙윙거리며 방안을 돌아다니는 그 작은 미물이 당신 같은 거대한 존재의 안락한 수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유해물질을 생산한 거대한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피켓 시위하며 불매운동하는 단체가 있다. 그 행위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업으로서는 방 안의 모기처럼 신경이 곤두선다.

 

| 내가 만드는 한 사람의 힘

맥락이 같은 예가 있다. 겨울에 보일러 온도를 높이면 석유나 천연가스의 사용이 증가한다. 에너지 고갈과 지구온난화 유발에 작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여름철 냉방을 강하게 하면 전기사용량을 높이고, 부족한 전기 생산을 위해 원전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수천 년 동안 후손들에게 방사능 위험을 떠넘기는 일에 일부 역할을 한 것이다. 걷거나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거리를 습관적으로 차를 이용해도 마찬가지다. 교통체증 유발과 더 많은 석유 소비를 불러오며, 한정된 자원 낭비와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일에 우리는 작은 기여(?)를 하고 있다. 미래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과도하게 써버려 그들이 행복을 누릴 권리를 빼앗는 일에 일조한 것이다. 

역발상을 해보자. 거리에 버려지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거나 비닐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면서 쓰레기 제로를 위해 노력하는 일, 바닷가나 강가의 쓰레기를 정기적으로 치우는 활동, 태양광과 풍력 등 지역 내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를 지지하며 집, 사무실, 사찰 등에 재생에너지를 설치하려는 노력 등등. 자연과 이웃들에게 좋은 삶의 모범을 보여 사회적으로 이런 활동을 확대하고 격려하는 일은 어떤가.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파괴에 저항하며 생명과 자연을 지키기 위해 여러 어려움을 감내하고, 불의에 눈감지 않고 정의를 세우는 일을 한다면 어떤가. 당신은 많은 사람을 고통스러운 영향에 벗어나게 하고 우리 사회를 더욱 진화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많은 사람의 선한 마음을 자극한다. 보이지 않는 선한 의지를 모아내기도 하며,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구심 역할까지 한다. 느리긴 하지만 거대한 사회적 흐름을 만들 수 있

다. 일정한 임계점을 넘어서고 역치(閾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넘어서면 변화가 일어난다. 비약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형성하는 것이다. 

 

| 다시 정의하는 힘과 권력

그동안 사회적 힘은 돈과 권력 중심으로 나뉘는 지배와 피지배 관계였다. 지위를 얻고 권력과 자본으로 공포심과 무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것을 힘이라고 생각했다. 이 ‘지배형 권력(Power-Over)’은 한쪽이 권력을 얻으면 다른 쪽은 빼앗기는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 낸다. 이런 위계적인 힘을 얻기 위해 계층상승의 욕망을 추구하고 수직적 상명하복의 사회를 만들어 왔다. 최정점의 권력자가 모든 사람을 주무르는 이러한 지배 관계는 인간이 자연을,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사회를 만든 근원이 됐다. 

또 다른 힘이 있다. ‘동반형 권력, 협력적 힘(Power-With)’이다. 위로 올라가 권력을 잡고 휘두르며 지배하는 힘이 아니라, 옆으로 손잡는 힘이다.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힘, 그래서 동반형 권력이다. 이렇게 협력하고 서로 돕고 지원하면 시너지효과가 발생한다. ‘전체는 부분의 총합 이상(1+1=2+⍺)’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 시너지를 시스템 이론에서는 ‘창발(創發)’이라고 한다. 서로를 긍정적으로 지지하는 힘을 만들고, 개인적으로 희미한 의지를 굳건히 해주며, 거대한 사회적 흐름을 만든다. 이러한 ‘동반형 힘’은 주변 혹은 가장자리에서 시간을 견딘 뒤에 중심으로 이동해 주류가 된다. 

 

| 성공을 다시 정의하다 

보왕삼매론에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여러 겹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고 했다. 사람이 좌절과 실망하는 이유는 ‘목표에 대한 집착’과 ‘시간에 대한 집착’이다. 조급하게 성과를 이루려는 욕심이 자신과 동료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동반형 힘’의 자세는 ‘우공이산(愚公移山)’ 전략이다. 자신 세대에 결과를 보지 않고 다음 세대와 후세대가 성과를 이루도록 장대한 시간의 강을 위해 샘물을 만드는 행위다. 

이런 보살의 삶은 위로 올라가는 성공이 아니라 옆으로 성공하는 삶을 지향한다. 사람들과 손잡고 협력하고 돕고 배려하는 삶이다. 모기 한 마리처럼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가. 스스로 돌아보자. 나를 통해 주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지금 나로 인해 어떤 힘이 꿈틀거리고 있는가?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자 녹색불교연구소 소장이다. 정토회 에코붓다 이사, 귀농운동본부 귀농정책연구소 소장, 국민농업포럼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한살림, 아름다운 재단등에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조계종 환경위원, 백년대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과거 한국 JTS 아프가니스탄 카불지원
팀장을 지내는 등, 환경, 생명평화, 개발구호, 남북평화, 공동체운동과 협동조합, 마을만들기 등 대안 사회운동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