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추천할 인문·종교적 콘텐츠 관건

불교, 미디어를 말하다 | 뉴미디어와 불교미디어의 전법

2020-12-31     장재진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많은 것들에도 자연스레 변화가 찾아온다. 발생하는 하나의 사건은 다른 여타의 존재에 영향을 끼치며 존재 방식에도 변화를 준다. 이미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에 따른 세태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또 한 번 혼란과 함께 새로운 적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대중의 소통공간은 사이버공간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어떤 준비를 해나가고 있을까. 탈세속을 지향하는 종교일지라도 현존하는 그 자체가 세상과 함께해야 하기에 이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미 교계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으로 학술대회(2017, ‘불교와 4차산업혁명’, 한국불교학회)를 개최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로를 모색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촉발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 됐다. 뉴미디어의 확산과 소비에 따라 불교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 언택트 시대, 유튜브로 온택트(Ontact)!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코로나19의 발생은 시간과 장소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실제적인 적응의 전환을 요구했다. 인류사회는 디지털혁명의 단계를 거치면서 시간과 공간의 영역에 대한 존재감이나 인식에 변화가 따랐다. 사이버공간으로의 진입은 다양한 세계로의 시공간 확장을 의미한다. 코로나19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사이버공간을 비롯해 다양하고 새로운 경계를 확장해 전통성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 사찰은 수행 공간에서 대중 문화 공간으로 역할이 확장됐다. 이에 따라 사찰은 다양한 기능이 필요하게 됐다.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의 활용 또한 사찰의 기능을 다양한 각도로 활용하게 만들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전법(傳法)의 역할이다. 전법의 방편으로서 불교 미디어 콘텐츠의 의미와 가치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미 교계는 유튜브 미디어의 활용을 통해서 활발한 전법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무관심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NS는 ‘공유성’, ‘실시간성’, ‘상호작용성’ 등의 특징을 기반으로, 웹상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 맺을 수 있게 해주는 1인 미디어·커뮤니티 역할을 한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정운 스님의 분석에 따르면, 불교계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다리며 포교와 신행에 별도의 준비를 시도

하지 않는 사찰. 둘째,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서 점차 온라인 법회를 준비하는 사찰. 셋째,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온라인 법회를 시행하고 운영을 구조 조정한 사찰이다. ‘서울 비로자나 국제선원’, ‘서울 봉은사’, ‘고양 흥국사’, ‘대구 대관음사’, ‘오대산 사자암’, ‘무여 스님’, ‘원용 스님’, ‘조계사 청년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등이 모범 사례에 해당한다. 이들은 온라인 법회뿐 아니라 실시간 댓글로 질의응답을 하는 등 소통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사례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Social Networking Service)가 지닌 ‘즉시성’, ‘공유성’, ‘실시간성’, ‘상호작용성’, ‘집단지성’과 같은 특징을 잘 보여준다. SNS의 범주에 포함되는 미디어만 해도 수십 종류이다. SNS는 말 그대로 웹상에서 지인 및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 1인 미디어·커뮤니티 역할을 한다. 이러한 미디어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페이스북(Facebook), 유튜브(YouTube), 트위터(Twitter), 인스타그램(Instagram) 등이며 이것들은 이미 대중화돼 그 활용가치가 높다. 

특히 비대면의 상황에서 간과하기 쉬운 ‘상호작용성’은 ‘양방향성’이라는 SNS의 특성을 통해서 정보전달과 의견교환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또 여기서 형성된 개방적이고 지속적인 관계와 정보의 축적은 ‘집단지성’을 가능하게 했다.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의 새로운 전환이 SNS를 통해서 진척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교 전법의 방편으로서 SNS의 활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미디어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에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과 ‘요리9단 보현 스님’ 등의 유튜브 채널이 있다. 정토회에서 제작하는 법륜 스님의 채널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열린 대화와 소통의 장을 펼치며 불교계 가장 많은 구독자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요리9단 보현스님’은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채널로 전통사찰 음식뿐 아니라 대중을 위해 오신채를 사용한 요리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더해 젊은 감각의 재가자 유튜브 채널로 ‘조계사 불짬뽕’, ‘강산 아이고절런(IGO절RUN)’ 등도 있다. ‘조계사 불짬뽕’은 조계사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불교와 드라마, 일상생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불자들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유튜브 채널이다. ‘아이고절런’의 강산은 군 장병 시절 불교를 접한 후 본인의 장기와 재능을 살려 친근하고 재미있는 불교 영상콘텐츠를 제작·전파하고 있다. 이 채널들은 불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한국불교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소개함으로써 불교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

한편으로 교계의 대표적인 유튜브를 제외하고 1인 미디어로 권장할 만한 채널은 동국대 황순일 교수의 ‘미닛부디즘’, 한국불교대학 우학 스님의 ‘유튜브불교대학’ 등이다. 온라인 영역에 대한 포교환경에 적응하고자 노력하는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유튜브 활용법 강좌’나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포교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포교정책연찬회’도 돋보인다. 이러한 상황들은 교계가 사이버공간에 적응하고 이를 활용하는 데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양방향성’과 ‘집단지성’이라는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의 새로운 전환이 SNS를 통해서 진척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교 전법의 방편으로서 SNS의 활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 불교 미디어가 나아갈 5가지 길

불교계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려면 뉴미디어에 부합하는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아무리 중요한 미디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할 것은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을 통한 참여 유도다. 뉴미디어 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중요한 영역이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와 빅데이터(Big Date)의 활용이다. 이와 함께 미디어의 활용범위를 확장하려면 교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뉴미디어 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거시적인 전략과 함께 세부적인 방안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다섯 가지 정도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SNS의 적극적인 활용이 중요하다. DMC미디어가 발표한 ‘2020년 소셜미디어 현황 및 전망’(2020년 3월 기준)에 따르면 국내 SNS 월평균 이용자 수는 3,550만 명이 넘어섰다. 특히 10대~30대가 많이 사용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젊은 층을 공략하기에 중요한 미디어다. ‘페이스북’은 인맥을 만들고 소통하는 것을 상대적으로 더 즐기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다. 수많은 팔로워에게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하며 누구나 쉽게 운영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도 사찰 풍광 같은 이미지 전달에 강점이 있으므로 전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빠른 정보전달의 장점이 있는 ‘트위터’ 역시 중요한 미디어다. 앞의 미디어가 개방형이라면 그들만의 모임을 보여주는 폐쇄형 미디어로 10대에서 50대 이상까지 폭넓게 사용하는 카카오스토리와 네이버밴드가 있다. 전법의 방편으로 이러한 미디어를 활용해 연령대별 맞춤형 공략을 펼쳐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자율로봇, 시스템통합, 사물인터넷, 시뮬레이션, 클라우드컴퓨팅, 증강현실, 빅데이터, 사이버보완 등의 기술을 사찰 공간에도 적용해야 한다.

둘째, 사찰의 공간성 변화다. ‘공간’의 분할과 ‘경계’의 생성을 통해 새로운 ‘장소’의 특징이 형성된다는 점에 있어서 사찰 공간의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사찰을 이루는 ‘가람’의 전통성을 유지하면서 복합적인 공간으로의 변화를 진행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자율로봇, 시스템통합, 사물인터넷, 시뮬레이션, 클라우드컴퓨팅, 증강현실, 빅데이터, 사이버보완 등의 기술을 사찰 공간에 적용해야 한다. 또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한 콘텐츠의 개발과 함께 뉴미디어의 활용 전략도 필요하다. 모든 사찰에 이러한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전략적인 사찰을 중심으로 선도적인 시스템 구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찰의 공간 구성은 전통사찰처럼 넓고 다양한 공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원 스페이스 멀티 유즈(OSMU, One Space Multi Use)’의 공간 구성이나 사이버공간의 활용을 통해 가능하다. 전통사찰의 입지 조건과 달리 도심사찰의 입지 조건의 한계를 새로운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

셋째,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AI가 불러온 시공간의 변화는 초연결사회를 구현했으며 초지능화 사회구조 또한 형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이미 진행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 사용이 선행적으로 필요했음을 아이러니하게 방증했다. 이전에 선택 사항이었던 미디어의 활용은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필수조건이 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면 뉴미디어의 확산과 소비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불교 미디어들의 방편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유익하고 흥미로운 콘텐츠의 개발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 

넷째,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로 불리는 AI는 사람의 지능에 버금가는 문제해결 능력, 학습능력, 범용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빅데이터에 근거해 미래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에서도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 바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계 학습)과 딥러닝(Deep Learning, 심층 학습)으로 불리는 알고리즘의 급속한 발전으로 형성된 심층 강화학습(Deep Reinforcement Learning) 프로그램 때문이다. 알파고의 등장을 계기로 관련 연구들이 더욱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 등장한 로봇 스님은 시작에 불과하다. 더욱 진화될 AI의 등장은 아직 논쟁거리를 많이 남겨두고 있지만, 우리 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딥러닝 알고리즘의 급격한 진화로 인해 꼭 인간 지능에 근접한 강한 인공지능까지는 아니더라도, 약한 인공지능의 개발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이 능사라는 것은 아니다. AI의 활용에 따른 유익함과 함께 위협적이고 부정적인 상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적인 기술의 활용을 강조하는 것은 AI 활용을 통한 전법이 불교 전파의 대상자들에게 유익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기대와 예측 때문이다.

다섯째, 앞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었다고 하더라도 제일 중요한 ‘콘텐츠의 개발’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전법의 방편으로의 미디어의 가치는 큰 의미가 없다. 전법의 활동에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이 진행되지 않고 미디어의 활용에만 중점을 두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뉴미디어의 개념에 부합하는 창의적이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이 필요하다. 새로운 콘텐츠는 연령대별로 재미있고 유익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더불어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뉴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서 어디에 담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알고리즘의 개발에 기술의 문제와 인문학적·종교적 사유가 적절하게 반영되는 것이 관건이다. 훌륭한 콘텐츠와 다양한 매체가 등장했음에도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사라져버린 매체가 있다. 싸이월드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을 남긴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은 모든 미디어가 인간의 심적, 신체적 능력의 확장이며 미디어의 개인적 및 사회적 영향은 사회를 변하게 하는 측면으로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기준으로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전법은 메시지의 전달이기도 하다.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전법의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과 ‘뉴미디어의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기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는 세상을 멀리 바라볼 수도 주도할 수도 없다.

 

장재진
동국대 대학원에서 인도철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한국해양대에서 국제지역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이자 현재 동명대 인도문화연구소장,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를 맡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불교학회 이사, 한국멀티미디어학회 협동부회장, 부산광역시 공양자문 평가단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