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유튜브 OTT 서비스 경쟁 가속

불교, 미디어를 말하다 | 온택트 시대 미디어 콘텐츠 흐름과 전망

2020-12-30     노창희

|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미디어 

미디어는 무척 포괄적인 개념으로 누군가와 누군가를 매개해 준다는 뜻이다. 굳이 대상이 인간일 필요는 없다. 대상과 대상 사이를 매개해 주는 것도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매체인 스마트폰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한다. 이용자와 콘텐츠 사이를 매개해 주는 구글과 같은 플랫폼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역시 인터넷을 매개로 사물들이 연결된 일종의 미디어다. 하지만 범위를 국한해 보자면 미디어는 통상 서사를 가진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송이나 영화 혹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주는 통신 기술로 볼 수 있다. 

미디어는 사회 변화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세기부터 급속한 세계화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교통과 통신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교통과 통신의 발전은 대륙을 물리적으로 횡단할 수 있게 했을 뿐 아니라 국경을 초월한 의사소통도 가능하게 했다. 인터넷의 등장은 산업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금 전 세계는 구글, 애플,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인터넷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디어의 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중요성은 미디어가 전달하는 형식에 따라 인간이 지각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준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미디어 이용자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는 것에 익숙해졌다. 아날로그 환경에서보다 암기력과 같은 인간의 능력은 오히려 퇴보했다. 1980년대부터 미디어를 이용하던 사람이라면 대상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진 것을 느낄 것이다. 80년대에는 사전이나 도서관에서 정보를 찾아야 했던 반면,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필요한 정보를 편리하게 즉시 검색해서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미디어의 형식 변화는 인간의 지각 속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인류는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사람과 사람이 물리적으로 접촉하기 어려워지면서 비대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사람을 직접 만나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미디어가 전달하는 콘텐츠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 전파를 기반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에서, 인터넷과 연결된 디바이스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서비스로 이용자의 관심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 미디어 생태계의 ‘융합’과 ‘대전환’ 

21세기 전후로 나타난 미디어 환경 변화는 ‘융합’과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는 융합과 디지털 대전환의 속도를 가속화 했다. 융합이 진행되기 이전 미디어 생태계는 방송, 통신, 인터넷으로 구분돼 있었고 실제로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방송은 전파를 기반으로 시청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지상파 방송으로부터 출발한다. 전파는 희소한 자원이고, 과거에는 이용효율도 떨어졌기 때문에 방송으로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유료방송 도입되면서 시청자는 다채널 환경에서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게 됐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방송의 성격을 변화시켰다. VOD와 같은 양방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마트미디어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이용자의 일상을 바꾸는 계기를 제공했다. 스마트폰과 같은 스마트미디어는 디바이스 하나로 대인 간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동영상 이용,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기반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OTT 서비스다. 

OTT 서비스에 대해 합의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Over the top’의 약자인 OTT는 영화나 방송, 예능과 같은 콘텐츠를 셋톱박스(Set Top Box, 디지털 방송용 송수신장비로 수상기 위에 설치한 상자)를 통하지 않고 인터넷과 연결된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OTT는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제공할 뿐 아니라 이용자 입장에서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의 방송 서비스는 시장에 진입할 때 설비와 면허가 필요한 영역이었다. 즉,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OTT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가령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개인이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게 된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 데이터 기반 서비스의 발전은 사업자들에게 혁신을 통한 인터넷 생태계 진입을 주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용자의 관심을 확보하기 위한 미디어 생태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방송 같은 미디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미디어 자체를 희소한 자원으로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매체가 시장에서 이용자의 관심을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디어 이용행태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제임스 웹스터는 이를 두고 과거에는 미디어가 희소한 자원이었다면 이제는 이용자의 관심이 희소한 자원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융합과 디지털 대전환은 미디어 생태계를 날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 생태계에서 수많은 사업자가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다. 1997년 DVD를 대여해 주는 업체로 출발했던 넷플릭스는 20년 만에 전 세계에서 OTT를 상징하는 사업자로 성장했으며, 이제는 아카데미 상을 받는 콘텐츠 기업이기도 하다. 이 새로운 생태계에 코로나19라는 재난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코로나19로 인해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기 어려워졌다. 자연히 여가 생활에서 미디어 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OTT 이용량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집에서도 TV가 아닌 OTT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OTT는 콘텐츠가 다양하고 이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정에 있는 TV 단말기로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환경이다. 코로나19로 극장에 가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영화관에서 개봉하지 않고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유통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영화들이 많아졌고, 향후 이러한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제작 예정됐던 콘텐츠들은 코로나19로 제작 자체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비대면 시대에 콘텐츠 제작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물음이 던져진 상태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콘텐츠 아카이브에서 영상을 제작하는 방법이나 인공지능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법 등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음악산업의 경우 공연장에 가기 어렵다는 것이 비대면 환경에서의 가장 큰 변화이다. 방송이나 OTT에서 공연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이용자가 체감하는 만족도는 기존의 공연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쇄 매체를 이용하는 방식도 과거처럼 책이나 잡지, 신문을 사서 읽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다른 디바이스를 통해 이용하는 경향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문의 경우 포털이나 SNS 같은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용자의 관심을 확보하기 위한 미디어 생태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 미디어 콘텐츠의 ‘똑똑한’ 생산과 소비

비대면 시대 콘텐츠 이용량이 증가하면서 콘텐츠 이용자들의 눈높이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콘텐츠 제작단가는 더욱 높아지고 다양한 유형의 형식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 미국에서 런칭된 10분 이하의 짧은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숏폼 플랫폼 ‘퀴비(Quibi)’가 큰 주목을 받았다. 비록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기존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밀려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했지만, 향후 퀴비와 같은 숏폼 플랫폼들은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올해 카카오TV가 숏폼 위주로 플랫폼의 형태를 바꾸고 리브랜딩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동영상 이용의 대세로 자리 잡은 OTT의 경우 플랫폼이 갖는 특성상 가입과 해지가 자유롭다.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업데이트되면 이용자들이 다른 OTT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콘텐츠 제작이 물리적으로 어려워진 점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용자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어떠한 시도가 이루어질지 더 지켜봐야 한다. 

넷플릭스를 상징하는 데이터 활용은 여전히 콘텐츠와 플랫폼의 경쟁력을 좌우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제작에 물리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 예측을 통해 이용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효율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제작자의 역량과 데이터 분석 결과를 어떻게 적절히 조화시킬지가 관건이다.

코로나19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대전환은 미디어와 콘텐츠를 생산하는 제작자뿐만 아니라 그것을 소비하는 이용자들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용자의 선택권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상황에서 이용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믿을 수 없는 정보들에 많이 노출돼 있다. 문제는 악의적으로 가짜뉴스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수로 왜곡된 정보를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양산하는 이른바 ‘탈진실(post-truth)’과 관련된 일들이 무수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이용자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미디어 생태계 내에 매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정부나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제는 이용자가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면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정보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거나 원하지 않는 콘텐츠를 보면서 여가를 허비할 수도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대변되는 추천 시스템대로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면 진짜 자신의 선호가 무엇인지 망각할 위험도 존재한다. 지금과 같이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이용자는 더욱 똑똑해져야 한다.

비대면 시대 콘텐츠 이용량이 증가하면서 수많은 가짜뉴스가 양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자는 더욱 똑똑해져야 한다. 

 

노창희 
미디어 미래연구소 방송통신·인터넷정책센터 실장. 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 교수, 정보통신정책학보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OTT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미디어 산업과 정책을 연구하며 관련 컨설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