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공동체가 만드는 컬처스테이의 중심”

특집|가을·카페·붓다|불교 카페 새 장을 열다 | 복합문화공간 쿠무다 이사장 주석 스님

2020-12-01     주영미(법보신문 부장)

복합문화공간 쿠무다를 이끄는 수장은 부산 대운사 주지 주석 스님이다. 스님은 시대의 포교 키워드를 ‘문화’로 삼고 주저함 없이 직접 실천으로 옮긴 장본인이다. 다양한 문화예술인들과 교류하고 직접 유럽에서 커피, 홍차, 제빵 등을 공부하며 복합문화공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스님은 “포교의 근간은 기도와 수행”이라고 강조한다. 법인 출범과 함께 새로운 불사를 준비하는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청했다.

 

사진. 유동영

 

: 대운사 부산불교학당을 운영하면서 쿠무다를 열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문화포교는 결코 사찰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오직 수행과 현대인들을 위한 전법 방법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 시대에 맞는 포교가 무엇이고 한국불교가 아직 진출하지 못한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했죠. 세계적으로 역동하고 있지만, 불교계에서는 인식이 부족했던 카페 문화에 주목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으로 향했고 서양인들 사이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교육 기관에서 차와 커피, 제빵 등 여러 과정을 직접 배웠습니다. 그리고 뜻이 통하는 신도님들과 기도하고 수행하며 오랜 준비 끝에 카페를 개설할 수 있었습니다.” 

: 쿠무다는 대운사 도량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면 좋을까. 

“쿠무다는 전적으로 대운사의 수행과 전법 공간입니다. 일반인들이 불교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갈수록 줄어듭니다. 특히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더욱더 좁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두고 좋아하는 분야 가운데 커피와 디저트가 있습니다. 어쩌면 세대를 막론하고 불교가 다가갈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쿠무다를 통해 불교에 관심을 두게 되고 신도들은 쿠무다를 통해 포교와 자비행을 실천합니다.”

 

: 대운사 신도와 지역 주민들의 쿠무다에 대한 호응이 궁금하다.

“쿠무다는 지역 주민들과 여러 방면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송정은 카페와 식당, 숙소 등이 많은 관광지입니다. 덕분에 이웃과 여러 가지 문화포교를 위한 정보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분들에게도 쿠무다는 힐링의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 새해 첫날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많은 인파를 위해 떡국을 제공합니다. 관광지를 순찰하는 경찰관들에게도 커피 한 잔의 휴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신축 불사하는 공간 역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쿠무다를 지향할 것입니다.”

: 쿠무다가 다른 카페와 차별화되는 특징은? 차별화 운영의 목적은 무엇인가. 

“쿠무다의 식재는 모두 최고를 지향합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위한 원두를 선별하고 로스팅하는 과정은 물론 디저트를 만들기 위한 식자재, 도구, 음식을 세팅하는 잔과 플레이트까지 하나하나 정성을 더했습니다. 잘 팔리는 메뉴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만든 메뉴를 지향하고자 합니다. 제빵 분야를 맡은 직원들이 매일 새로운 빵에 도전하도록 여유를 주고 바리스타가 조금 더 세밀하게 커피를 내리도록 기다립니다.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만드는 사람도 드시는 분도 모두 행복한 공간이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쿠무다는 단순한 카페가 아닌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예술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불교와 문화가 소통하는 창구의 가치를 이어갈 것입니다.” 

주석 스님은 직접 유럽에서 커피, 홍차, 제빵 등을 공부했다. 
잘 팔리는 메뉴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만든 메뉴를 지향한다.

: 가장 큰 고충은 어떤 부분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 방안을 찾았는지 궁금하다. 

“많은 분이 쿠무다에서 얼마나 이윤이 남는지 묻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 번도 이윤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투자를 더 많이 하는 공간입니다. 오직 이곳이 어떻게 하면 포교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만 고민합니다. 카페를 운영하는 그 원천에는 기도와 수행이 있음을 항상 새깁니다. 고충을 겪을 때마다 근본적인 문제는 재정이 아님을 발견했습니다. 해결 방법은 기도뿐이라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부족한 부분을 찾고 보완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중요한 것은 좋은 인연을 맺고 복덕을 짓는 일입니다.”

 

: 분점과 신축 불사 등 현대식 카페를 활용해 전법의 스펙트럼을 상당히 넓혀가고 있다. 많은 어려움에도 스님을 지탱하는 큰 원력은 무엇인가.

“기도와 수행입니다. 강원 졸업 후 1,000일 다라니 기도를 했습니다. 문화포교를 수행의 방법으로 삼았고 지금도 그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행과 전법 그리고 이 길의 목적은 깨달음의 완성임을 한순간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 카페 오픈을 준비하는 다른 스님과 불자들이 꼭 잊지 말고 준비해야 할 게 있다면?

“사람을 키웠으면 합니다. 포교 사찰의 소임을 맡은 많은 스님께서 사찰 카페를 준비하시거나 운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현대사회에서 문화포교의 일환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공간도 있고 재정도 있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카페 구성원도 사찰 공동체의 한 가족이라는 점입니다. 오랜 기간 함께 하겠다는 원력으로 사찰이 사람을 키웠으면 합니다. 커피를 잘 만드는 사람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사찰 공동체로 함께 할 가족을 찾는다면 인재는 주변에 항상 있다고 봅니다.”

: 쿠무다의 비전은 무엇인가.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도약이며 문화와 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한 ‘힐링 브릿지’, 나아가 ‘컬처스테이’를 통한 종합명상센터의 구현입니다. 쿠무다는 온전한 휴식을 위한 최적의 장소에서 ‘템플스테이(temple stay)’와는 또 다른 문화포교 방식으로 ‘컬처스테이(culture stay)’를 추진할 생각입니다. 내년 상반기 오픈을 앞둔 쿠무다 신축 불사 공간에서 이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