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가 고백했다던 숲길 끝 ‘하늘의 정원

특집 | 가을·카페·붓다(3) | 사찰에 있다 | 평창 월정사 카페 난다나

2020-12-14     최호승

“환희의 동산을 보지 못한 사람은 행복을 알지 못하네.”

욕계의 하늘에 사는 사람들 노래란다. 욕계는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이 어우러져 있고 6개의 하늘이 있다. 사왕천, 도리천, 야마천, 도솔천, 화락천, 타화자재천이 하늘이다. 사왕천 다음에 있는 하늘이 도리천인데, 이곳엔 예쁜 정원이 있다. 난다나(Nandana)다. 도리천이라는 하늘에 사는 사람들이 노래하는 환희의 동산이 바로 난다나다. 풀어쓰면 ‘하늘의 정원’ 정도 되겠다. 오대산에 있는 평창 월정사에 이 ‘하늘의 정원’이 있다. 천왕문을 지나면 바로 옆에 있는 난다나, 문을 열고 들어선다. 하늘 사람들이 노래한다.

“천상의 환희 동산에 도착한 그대를 환영합니다.”

 

사진. 유동영

 

 

| 카페와 전통찻집, 천혜의 자연

난다나는 현대식 카페와 전통찻집 청류다원(淸流茶院)을 통틀어서 부르는 이름이다. 카페와 찻집이 나란히 붙어있다. 오후 졸음을 이기려 통유리로 된 현대식 카페 난다나에 들렀다. 오대산의 10월은 가을이 이미 깊었다. 좀 쌀쌀했다. 뜨거운 커피 한 잔 추천받았다. 막상 주문을 하려니 메뉴가 많았다. 아메리카노, 콜드블루 등 커피류부터 과일청, 유기농 허브차, 오렌지 주스, 코코아까지 뜨겁거나 차가운 음료 시킬 수 있었다. 난다나 직원은 카페라떼를 대표 메뉴로 권했다. 쌉싸름한 고소함과 함께 따듯한 기운이 몸에 퍼졌다. 

커피를 주로 파는 카페 난다나는 천장부터 사면이 모두 투명 창으로 돼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포근한 느낌이 드는 온실 같다. 작지만 아늑한 실내도 좋지만 투명 유리 너머로 보이는 야외 테라스 너머 계절을 실감하는 단풍과 시원한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곡 위에 나무로 설치한 테라스가 일품인데, 난다나를 ‘공중카페’로 부르는 이유다. 커피와 카페를 소개하는 블로거들 사이에선 ‘테라스 맛집’, ‘뷰 맛집’으로도 통한다. 한글날부터 주말까지 황금연휴를 오대산에 즐기려는 연인과 가족들이 난다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난다나를 경내에 마련하기까지 굉장히 고심했다고 한다. 경내 카페인만큼 전각과 전통건물과 사찰이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와 어긋나면 곤란해서다. 또 참배객이나 방문객, 등산객들의 안락한 휴식처가 되길 바랐다. 고민과 다르게 난다나는 사찰 분위기와 이름의 유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정적이고 세련된 공간이 됐고 인기를 얻고 있다. 월정사를 찾았던 방문객들이 뒤늦게 난다나에서 들르러 다시 월정사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난다나가 공중카페, 뷰 맛집이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야외 테라스다. 편백나무로 디자인한 인테리어가 편안한 느낌을 준다.

 

| 세 가지가 없는 난다나

청류다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외관인데, 내부는 깔끔한 인테리어다. 편백나무로 디자인했다. 싱그러운 편백나무 향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것만 같다. 1.5층엔 창가를 빙 둘러서 원형 공간이 있는데, 사방이 유리라서 바깥 풍경에 시선과 마음을 뺏기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마침 간식이 생각나는 늦은 오후였다. 자주 월정사를 찾는 사람이 아니면 비건 빵집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일명 난다나 베이커리다. 채식주의 빵집인 이곳은 세 가지가 없다. 계란, 버터, 우유 등 동물성 재료는 일절 쓰지 않고 빵을 굽는다. 최대한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하고, 유기농이 아닌 경우 친환경이나 1등급, 국산 제품을 쓴다. 토핑(소보로나 머핀 위에 올라가는 장식 비스킷)에도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도록 일일이 손수 만든다. 소보로의 비스킷은 코코넛 오일과 직접 갈아놓은 땅콩을 사용하고, 머핀 위 비스킷도 식물성 카놀라유 오일과 견과류를 쓴다. 

‘동물성 3無를 지향하는 채식주의 빵집’이란 소개에 딱 맞다. 재료 구하기 어려운 채식 빵인데도 가격이 착하다. 2,500원에서 3,000원이면 빵 한 개를 맛볼 수 있다. 무화과 통밀빵. 단호박 단팥빵, 홍차 스콘, 먹물찰빵, 통밀 소보로…. 아침에 빵을 굽고 나면 오후엔 동이 나서 맛보기 힘들다. 하루 두 번 빵을 굽기도 하지만 시간과 공력이 많이 들어 매일 두 번 빵을 내놓진 않는다. 

모든 채식 빵을 사 들고(출출했다), 차 추천을 부탁했더니 쌍화차와 대추차를 권했다. 대추차는 이미 재료가 떨어져 품절이었다. 뜨끈한 쌍화차와 채식 빵 중 단호박 머핀의 견과류를 씹으며 계곡으로 시선을 옮기며 번다한 마음을 쉬었다. 오대산에 가을이 물든 풍경을 바라보면서 이만한 정원도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월정사는 난다나 수익금을 오대산을 찾는 이들에게 회향하고 있었다. 나중에 월정사 기획국장 월엄 스님에게 들은 얘기로는 월정사 입구에 있는 성보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게 난다나 수익금 때문이었다. 입장료를 내고 찻값을 지불했지만, 오가는 길목에 있는 성보박물관 전시작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오대산과 월정사를 찾는 모든 인연이 서로 공덕을 쌓도록 보이지 않는 다리를 놓는 것 아닐까? 난다나를 찾은 날 오후, 엄청난 인파가 몰렸지만 하나같이 밝은 표정이었던 이유가 있었다.

난다나에서는 전통다구를 비치해 판매하고 있다.

 

| 드라마 ‘도깨비’ 촬영 명소 전나무숲길

“너와 함께한 시간이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인기리에 종영한 공유, 김고은 주연의 tvN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다. 카페 난다나를 즐기기 전 꼭 들러야 할 곳이 도깨비가 고백하던 그 전나무숲길이다. 전나무숲길은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데, 김신(공유)이 지은탁(김고은)에게 흰 눈 가득 쌓인 숲길에서 애틋하게 고백하던 장면이 여기서 탄생했다. 

사실 전나무숲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꼽힐 정도로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명소다. 조선 시대에 들어선 ‘오대산사고’가 주변 40리의 접근을 제한했고, 한강이 시작하는 곳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선재길로 명명한 이 길은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충분한 적당한 거리다. 월정사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1km 남짓한 흙길에는 80년 이상 된 전나무 1,800여 그루가 빼곡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걷다 보면 쭉 뻗은 전나무가 울창한 숲길이 내뿜는 기운으로 힐링을 맛볼 수 있다. 중간에 발 씻는 쉼터가 있고, 수령 600년이 넘은 할아버지 전나무, 다람쥐가 모습을 드러내는 핫스팟도 있으니 놓치지 않길. 걷다 조금 쉬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즈음, 천왕문이 보인다. ‘하늘의 정원’ 난다나는 바로 그 옆에 있다.

천년 숲길로 유명한 선재길(전나무숲길)을 천천히 30분 걷고 나면 난다나를 만날 수 있다. 

 

난다나 대표 메뉴 

 

카페라떼
★★★☆☆
가을이 깊어지는 요즘엔 제격이다. 단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비추, 하지만 신맛이 덜하고 고소함이 진해 깊은 커피와 부드러운 우유를 느끼고 싶다면 강추! 여름이면 차갑게 즐길 수 있지만, 오대산과 계곡의 시원한 기운이 느껴진다면 뜨겁게 마시면 좋다. 
하루 한 번 나오는 채식 빵과 곁들이면 좋은데, 빵맛을 크게 헤치지 않고 부드럽게 혀에 감긴다. 

 

쌍화차
★★★★☆
계피 등 한약재에 물을 부어 달여 마시는 차다. 난다나에서 대추차와 함께 대표 메뉴로 많이 팔리는 차다. 감기와 피로회복에 좋다고 하니 쌀쌀한 날씨엔 더 좋다. 
쌍화차만 전문으로 하는 전통찻집만큼은 아니지만, 난다나에서 내놓는 쌍화차도 진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 모금 마시면 진한 향과 함께 달고 쓴맛이 기분 좋게 넘어간다. 

 

채식 베이커리
★★★★★
견과류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취향 저격! 단호박 머핀을 추천한다. 견과류의 식감과 건포도의 새콤달콤함, 단호박의 단맛이 잘 어우러졌다. 계란, 버터, 우유를 전혀 쓰지 않고 순수 곡물로 만든 완전 채식 빵이라 식감이 부드럽고 밀의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모두 인기가 많아 금방 동이 난다. 오전에 빵이 나오니 늦지 않게 카페를 찾아가길. 착한 가격으로 심심한 입과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다.

 

카페 난다나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374-8
033)339-6800
연중무휴 09:30~17:00

 

 

함께 가면 좋은 카페

 

양양 낙산사 다래헌(茶來軒)
양양 낙산사는 의상 대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굴 위에 창건한 홍련암과 2005년 입은 화마를 전 국민의 성원으로 복원한 도량으로 유명하다. 관음기도도량으로 손꼽히는 곳인데, 이곳에 있는 전통찻집 다래헌도 명소다. 창 너머로 푸른 동해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뷰 맛집’이다. 전통찻집인 만큼 쌍화차, 대추차, 조선 생강차, 당귀차, 호박식혜, 국화차, 연잎차, 홍차 등 전통 음료가 주류다. 다양한 커피와 생과일 주스도 마실 수 있다. 한과가 함께 나오는 전통 음료를 권하며 호박식혜를 추천한다.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낙산사로 100
033)672-1117
매일 09:00~18:00, 오후 5시까지만 주문 가능

 

남양주 수종사 삼정헌(三鼎軒)
물소리의 신비를 지키고 싶었던 세조가 중창을 지시하고 손수 이름 지은 곳이 수종사(水鍾寺)다. 피부병을 고치고자 물 좋은 곳을 찾아다니던 세조가 인정한 물 좋은 곳이니, 차도 유명하다. 다산 정약용이 수시로 찾았고 다성(茶聖) 초의 선사도 인연이 깊다. 이곳에 삼정헌이 있다. 수종사 샘물로 우려낸 녹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이제 눈이 즐거울 차례다. 조선의 대제학 서거정이 “동방 천하제일의 명당”이라 찬탄했던 절 풍광이 허언이 아니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보는 두물머리 풍경이 압권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433번길 186
031)576-8411
10:30~11:30 예불시간엔 이용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