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다르마] 녹색사찰을 만들자

2020-11-26     유정길

| Bottom Up

10월 8일 조계종 제24교구본사 선운사가 불교환경연대와 녹색사찰협약을 했다. 교구본사로는 최초다. 최근 1~2년간 약 20여 개 사찰이 녹색 실천 약속을 했다. 고양 금륜사를 시작으로 언양 백련사, 서울 열린선원, 장성 천진암, 의정부 석림사, 울산 여여선원, 서울 법장사, 김포 반야정사, 천안 성불사, 파주 약천사, 오산 대각포교원, 구미 화엄탑사, 의정부 회룡사, 서울 청정사, 하남 상불사, 춘천 봉덕사 등이 녹색사찰을 약속하고 환경실천 운동을 하는 중이다. 

특히 지난 6월 본각 스님이 회장인 전국비구니회에서 크게 발원하며 ‘푸르니 청정도량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녹색사찰 실천 운동 전개를 약속했고, 15개 사찰이 준비 중이다. ‘푸르니 청정도량 운동’에는 전국비구니회와 불교환경연대가 긴밀히 협력하고 불광미디어, BTN, 법보신문에서 널리 알리는 일을 돕고 있다. 

최근 불교계 환경운동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몇 해 전만 해도 새만금과 4대강을 지키기 위해 수경 스님을 중심으로 삼보일배, 오체투지 등 사회적인 환경 의제에 실천적 메시지를 전했다. 반면 기후위기 시대에 처한 요즘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한 사찰 녹색화, 신도의 환경실천 등 저변을 단단히 하는 대중실천이 대단히 중요해졌다. 녹색사찰 운동은 실천 가능한 사찰부터 시작하며 모델을 만들고, 그 창조적 사례를 서로 배우고 확대하는 방식이다. 아래의 행동을 기반으로 위로 올라가며 확장하는 상향식(Bottom Up) 운동으로, 이슈와 구호 중심인 하향식(Top-Down)과 다른 실천 행동이다. 

 

| 녹색불교

녹색불교란 말 그대로 불교를 녹색화하는 것이다. 녹색은 성장, 발전, 행복, 자연과 사회와의 관계 등 모든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제하는 대표 용어다. 사회의 세계관으로서 거대담론이다. 그 연장선에서 녹색사찰 운동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환경친화적 사찰을 만들자는 운동이다. 대기, 수질, 쓰레기, 에너지 관련 다양한 환경실천이 있지만 일일이 실천을 제안하면 오히려 분산된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우선 환경실천 3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첫째,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자. 한 번 쓰고 버리는 종이컵, 플라스틱 컵, 물티슈 등 일회용품이 넘쳐나고 있다. 대신 텀블러나 개인 컵, 손수건을 들고 다니자는 캠페인이다. 둘째,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최대한 줄이자.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은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되는 심각한 쓰레기다. 비닐사용을 하지 않고 장바구니나 방수망, 투명망을 사용하자는 실천이다. 셋째, 빈그릇 운동을 실천하자. 이미 발우공양이라는 좋은 전통을 가진 불교에서 불자들이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김치 등으로 그릇을 닦아 먹고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최대한 줄이거나 퇴비화하자는 것이다. 

 

| 즐기자, 거룩한 불편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고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권장하는 것을 포함할 수도 있지만, 선택과 집중을 위해 가능한 3가지 실천과 법회와 교육, 캠페인을 제안한다. 환경실천은 불편한 운동이다. 그러나 이 불편은 생명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거룩한 불편이다. ‘억지로’가 아닌 ‘즐기는’ 마음이 중요하다.

사찰의 숲을 이용하여 인근 학교의 어린이·청소년에게 환경교육을 진행하면서 지역사회와 연계하고,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숲에서 환경법회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찰이 지역 환경단체들과 같이 지역 사안에 참여하고, 귀농자에게 사찰 토지를 임대하거나 귀농자를 지원하는 센터 기능을 한다면 생태순환적 지역사회를 만드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 큰 영향력이 있는 조직, 불교

10년마다 조사하는 인구주택총조사(2015)에 따르면, 국민의 43.9%는 종교가 있다고 했다. 여전히 종교는 한국 사회에서 조직화한 가장 큰 세력

이다. 더욱이 미국이나 유럽, 일본과 달리 한국인들의 종교적 결합력은 대단히 높고 사회적 영향력도 남다르다. 한국 사회가 바뀌는 데 종교의 변화는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종교인의 환경적 삶과 실천이 정말 중요하다. 대부분 종교는 가난한 삶을 칭송하고 무소유의 삶을 가르침으로 하는 등 교리 자체가 환경친화적이다. 철저히 종교적일수록 생태적인 삶이 되기 때문에 환경실천의 강조는 오히려 더욱 강력한 종교심을 독려한다. 한국 사회에서 큰 세력인 불교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변화를 만드는 데 큰 책임이 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자 녹색불교연구소 소장이다. 정토회 에코붓다 이사, 귀농운동본부 귀농정책연구소 소장, 국민농업포럼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한살림, 아름다운 재단등에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조계종 환경위원, 백년대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과거 한국 JTS 아프가니스탄 카불지원
팀장을 지내는 등, 환경, 생명평화, 개발구호, 남북평화, 공동체운동과 협동조합, 마을만들기 등 대안 사회운동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