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기어와의 대담(2)

뉴욕타임즈 기고가이며 '감정적 지성'(밴텀사 刊)의 저자인 심리학자 대니얼 골맨과 정념과 치료의 결합에 관한 책을 쓰고 있는 심리정신분석가 타라 베넷 골맨이 트리사이클지를 대신 하여 9월에 뉴욕시에서 배우이자 티벳 독립운동가이며 뉴욕 티벳하우스의 공동 창설자인 리 차드 기어를 면담했다. 이 내용 중 일부를 불광 독자를 위해 박정애 님이 번역,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

당신의 선수행의 첫 스승은 누구였습니까?
뉴욕에 있는 재일미국선연구소에서 처음 한 집단에 끼어서 정식으로 좌선을 했는데 거기서 전 수행의 소리와 리듬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런 집단 속에서 수행을 하는 건 좋았습니다. 그 조용한 집단이 좌선하던 때가 그리워요. 티벳 수행전통엔 그런 게 없더군요. 그리고 나서 전 진지해졌고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사사끼 로쉬와 함께 세씬-집중적인 수행기간-을 했지요? 그 때가 아마 스물네 살 무렵이었을 겁니다. 그건 3일짜리 세씬이었어요.

어떤 식이었습니까? 공안(公案)을 주는 거였습니까? 아니면 지관타좌(只管打坐)로 그냥 선 이었습니까?
둘 다였습니다. 좌선으로 지관타좌, 공안이었습니다. 매일 독산(스승과 얼굴을 맞대고 공부 하는 것)에 들어가는데 4~5명이 독산을 하러 몰려가는 겁니다. 그들은 모두들 스승에게 말할 게 있는데, 이런 젠장, 저는 말 할 게 아무 것도, 전혀 아무 것도 없었다 이겁니다. 처음 제가 중얼대기 시작하자 그는 그냥 저를 중지시키더니 "좌선을 더 하시오."하고는 저를 내보내더군요.(웃음)
그리고 나서 그 다음날도 똑같았습니다. 다시 12시간이 지나가자 저는 무너지기 시작했습니 다. 등은 아프지, 다리는 저리지 모든 게 죽겠더군요, 제 말은 모든 게 난리였다는 말입니다?.
그건 힘든 과정이었죠. 그 순간에 제 머리를 돌리는 일은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 것도 없어서 거기 들어가고 싶지 않더군요.(웃음)
제 자신이 어리석고 엉망이고 주체를 못할 정도였습니다. 거기 있을 권리가 없고 쓰레기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전 울기 시작했죠. 저는 그가 절 정말 좋아하길 바랬고 제가 예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울었습니다. 그러자 그가 웃으면서 제게 나가서 좌선을 더 하라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아무리 머리를 써도 그 상황에선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했습니다.
마침내 3일째가 되었지만 역시 들어가기 싫었습니다. 그들은 절 들어가게 했고 저는 항복을 하고 들어갔습니다. 저는 너무나 어찌할 줄을 몰라서 그냥 거기 조용히 앉아 있었고 그는 나와 거기 함께 거기 앉아 있다가 "좋아, 이제 우리 시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매일 좌선을 합니까?
스물 네 살 때부터 매일 최소한 45분간,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두 시간 정도 합니다. 영화를 찍는 중일지라도 최소한 45분에서 한 시간은 합니다. 안 그러면 전 에라 이것저것 다 모르겠다. 하게 되든지 모든 일에 늦든지 하게 됩니다. 지난 22년간 너무 술에 취했다거나, 너무 엉망이라거나 혹은 어떤 이유로든 아침에 제가 좌선을 하지 않은 경우는 아마 두세 번, 아마 네 번쯤 되는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좌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날은 나쁘게 끝나죠.

당신은 테벳수행을 당신의 선수행의 최우선으로 추가했습니까?
네, 선은 그냥 마음을 비우고 그것을 단전 속으로 내려놓는 데 정말 좋습니다. 그것은 제가 아주 집중력 있게 또 때로는 아주 강력하게 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선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는 전형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초탈의 느낌이 매우 강력해집니다. 집중의 느낌이 매우 강력해집니다. 그리고 나서 제가 티벳인들을 만났을 때 그 에너지가 마음으로 올라왔습니다.

그 첫 만남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두좀 린포체와의 만남이었죠. 그때가 80년대 초반이었는데 저는 티벳에 빠져들었죠. 저는 달람살라에 가서 달라이라마 성하를 만났습니다. 저는 그 분의 직책과 신비감을 빼고는  티벳불교에 대해 정말 아는 게 없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 선 방식에 젖어 있어서 모든 것이 일본식 일 수 밖에 없었죠.

그분을 만나니 어떻던가요?
(한참동안 침묵한 후) 안심이 되더군요. 영적으로 모두 개발된 채, 모든 불빛이 빛나는 채로 다가오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제게는 압도적인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지닌 진짜로 훌륭한 분을 만났지만 그분이 모든 문제를 사라지게 하는 신과 같이 여기는 당신의 모든 기대를 아주 교묘하게 부수어버립니다. 그분은 모든 이의 행복만을 바라는 영적인 친구입니다. 그분은 그 첫 토론에서 그분이 그 이래로 그러셨던 것보다 더욱 많은 인내심을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분과의 관계가 당신의 수행과 당신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칩니까?
모든 것은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하는 티벳수행의 모든 부분이 보리살타(깨달은 마음) 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 관한 것이고 부끄러울 것 없이 그렇습니다. 저는 그걸 사랑합니 다. 그것은 바로 앞에 있습니다. 사랑이란 단어는 진정으로 티벳인들의 것입니다. 동정, 친지, 보리살타, 무아 등 사랑이란 단어는 진정으로 티벳인들의 것입니다. 마음을 여십시오. 잃을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나아가서 그것을 하십시오.

당신은 달라이라마가 당신의 스승임을 즉각적으로 느꼈습니까?
저는 그분이 제 일상생활의 스승이 되리라는 어떤 환상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제 수행에 있어서 그분은 모든 심상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철저한 스승이시고 그건 의심할 바가 없습니다.
그분은 제게 매우 친절하시지만 또한 매우 엄격하십니다. 가장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분은 아버지, 어깨에 팔을 두르기도 하시는 그런 아버지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분은 매우 자유롭고 스스럼없는 형과도 같습니다. 그분은 또한 제가 이생에서 성취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제 기대에 대해 매우 무뚝뚝한 태도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분이 제게 정말 곧이곧대로 대해주실 때면 특별대접을 받는다고 느낍니다. 저는 그분이 저를 수행자로서 진지하게 대해주시고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진지하게 행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 대해 매우 고마움을 느낍니다?

티벳과 관련된 당신의 활동은요?
저는 성하 주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정치적 일과 문화적 일을 했고 재정적인 면에서 원조를 했습니다. 이 모든 활동들 속에는 많은 가르침들이 있습니다. 기획하고 조직하기보다는 수행자가 되어 그분을 신성으로 바라볼 때 가끔 약간 혼돈스럽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론 스승 곁에 있으면 모든 것이 가르침이 되게 마련입니다. 그건 고무적인 일이죠.
다르마에 다가가는 사람이라면 '내가 비구나 비구니가 되어서는 안 될까?'하는 생각을 해보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모두 "나는 밀라레빠나 밀라레빠와 비슷한 여성이 되고 싶다. 나는 동굴에 있어야 한다. 나는 나가서 이 힘든 일을 해야만 한다. 내가 정말 그것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동굴 안에 있는 나 자신이다."라고 말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그 동굴이 어떤 것이든지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 서양인들에겐 그것을 삶 속에서, 일 속에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저는 점점 더 깨닫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우리 자리에서 할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것, 즉 수행에 대해선 아주 초보단계이기 때문에 우리의 문화와 사회를 바꾸는 물질적, 실제 적 일들을 해야만 합니다.
제가 갖고 있는 서양인들에 대한 느낌은 우리는 너무나 활동적인 사람들이라서 그 기질대로 살아야만 하기 때문에 아주 많은 업을 지니고 있을 거라는 겁니다. 우리의 업은 그 모습을 드러내야만 하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동굴로 간다면 우리 대부분은 뇌암으로 끝나버릴 겁니 다. 우리들 중 우리의 마음의 흐름을 동굴을 다룰 수 있을 정도로까지 깨끗하게 만들만큼 수행이 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수행이 번뇌에 대한 당신의 관계를 변화시켰습니까?
삶은 다르마이고 스승입니다. 어릴 때는 뭔가 무서운 일이 일어나면 그걸로 끝장입니다. 언제나 그 무서운 상황에 머물러 있으리라고 여기는 거죠. 그게 끝나는 순간이 있으며, 그리고 나면 당신은 다른 자리에 있을 거라는 걸 모르는 거죠. 이제 저는 안 좋은 것들로부터 빠져 나올 겁니다. 왜냐하면 전 그것들이 바뀔 거라는걸 아니까요.

당신은 이 생애에서 일종의 보답의무가 있다고 느낍니까?
네, 그래요 보답은 수행을 하는 겁니다. 그것은 스승과 부처와 형제자매들에게 대한 보답입 니다.
수행을 하십시오.

수행이나 가르침의 부분 중 당신이 유명해지는 데 도움이 된 것이 있습니까?
네, 구루(스승) 푸자의 말씀 가운데 몇 가지 위대한 구절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거의 직접적으로 유명인사들을 향해 쓴 것입니다? 삼천세계의 무수한 존재들까지도 하나같이 우리에게 화를 내고, 우리를 모욕하고 비난하고 죽이기까지 한다고 해도 우리는 당신이 수행을 다 마치는 축복을 받기를 빕니다.
그들이 끼치는 해로움으로 인해 번뇌하지 않고 그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당신을 비난하고 당신에 대해 거짓말하고 당신이 해를 입거나 죽기를 바라거나 당신에게 물건을 던진다해도 당신은 그들이 잘못된 존재라는 걸 기억하고 그들 의 행복만을 빌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당신의 내적 실재, 당신의 진실은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바뀔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누구라도 알 만한 것으로 더 이상이 아닙니다.
분명히 영적 스승은 유명한 영화배우나 정치가나 뭐 그런 사람들보다 그런 소문으로 험담으 로 인해 잃을 게 더 많지요. 그는 그것이 진짜 그의 삶이기 때문에 더 주의 깊게 그 자신을 관찰합니다. 그것은 그의 모든 인생입니다. 저의 직업은 배우입니다. 영적인 기준에서 놓고 본다면 아주 낮은 것이지요. 아시겠지만 아무도 배우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웃음)

사실 사람들은 최악을 기대하지요.
(웃음) 그렇게 분명히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그건 사실입니다. 항상 환상의 실재를 연 기해야 하니까 어쨌든 배우가 된다는 건 상당히 특수한 겁니다. 많은 면에서 만약 당신이 그냥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감정의 성숙을 이룩할 수 있다면 당신은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을 것이고 운명이나 변화의 바람 때문에 시달리지 않을 겁니다.
게쉬포타와는 우리가 여덟 가지 세속적 욕망에 흔들린다고 말했습니다. 물질적인 것을 추구 하면서 그걸 잃으면 기분 나쁘고, 명예를 구하면서 그걸 얻지 못하면 절망한다든가 그런 거 죠. 많은 면에서 볼 때, 전 그런 것들을 누릴 수 있으니 아주 행운인 셈이죠.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생호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