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불교여, 대답하라!

붓다 빅 퀘스천 | ‘붓다 빅 퀘스천’의 처음과 현재, 그리고

2020-10-26     류지호

붓다 빅 퀘스천(Buddha Big Question), 붓다의 의문 또는 질문. 붓다의 고뇌는 무엇이었으며, 오늘날 붓다가 살아 있다면 어떤 물음을 던질까?

빅(Big)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있어 보이기도 하고, 깨달은 자[覺者] ‘붓다’의 질문이어서 붙인 수식어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현상이 아닌 본질적인 문제에 질문을 던져보자는 뜻이다.

| 불교는 과연 어떤 해답을?

우주와 인간의 본질을 궁구한 2,500여 년 전 석가모니는 어느 시대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수행하여 해결하고 깨달았다. 이 땅에 불교가 전래된 지 어느덧 1,60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불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국민의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그러나 국교였던 불교는 유교를 국시로 하는 왕조로 바뀌면서 하루아침에 천민의 지위로 전락했다. 일제강점기 시대는 우리 불교를 뒤틀리게 하고 왜곡시켰다. 해방 후 한국사회는 서구에서 수입된 기독교가 기존 불교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으로 세력을 넓혔다.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의 종교 현황은 우리와는 반대 흐름을 보여준다. 근대 이후 세계의 패권을 차지한 미국과 유럽은 현재 기독교 세가 급속히 하락했다. 최근 100년 동안에는 오히려 불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구에서 불교는 매우 진보적이며 합리적인 종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작 한국불교는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압축성장과 민주주의를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은 세계사에 유례가 드물 정도로 눈부셨다. 그에 따른 갈등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세계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한국의 변화 속도도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물질은 풍요로워졌으나, 인간의 행복은 그것에 정비례하지 않고 있다. 2000년대를 사는 우리 인간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또한 전 지구적으로 많은 갈등과 고민을 안고 있다. 이러한 현대의 복잡다단한 문제에 직면해, 불교는 과연 어떤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를 찾고자 하는 것이 바로 ‘붓다 빅 퀘스천’이다.

2016년 6월, 월간 「불광」 500호가 발간되었다. 월간 「불광」의 지령(誌齡) 500호 탄생까지는 40년 이상의 긴 세월이 걸렸다. 1974년 11월호 창간호부터 매월 한 호도 거르지 않고 42년간 발간해온 결과이다. ‘붓다 빅 퀘스천’은 이를 기념하여 만들어진 행사였다. ‘하룻낮에 다섯 스승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첫발을 내디딘 이래, 5년 동안 연 2회 또는 3회 개최하여 총 12회를 마쳤다. 각계각층 전문 분야 유명 강사로 38명(비구 12명, 비구니 5명, 목사 1명, 재가자 20명)이 강연에 나섰다. 유료 강연이었음에도 현장에 직접 참여한 대중만 2,000명이 넘는다. 불광미디어 유튜브 방송을 비롯해 후원사인 BBS불교방송·BTN불교TV 등을 통해 영상으로 시청한 분도 연인원 100만 명을 넘었다. 500호 기념행사 중 하나로 시작했으나, 대중의 반응이 뜨거워 정례적인 행사로 이어갈 것을 천명했고 그 약속을 지켜온 셈이다.

 

| ‘붓다 빅 퀘스천’의 변화와 약속

시대가 변하면서 잡지의 위상도 바뀌었다. 단편적이면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담고 있는 잡지는 온라인 콘텐츠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는 홈페이지, 블로그, 카페, 포털 등의 지식 정보 공유 상황을 거쳐 거의 실시간으로 소식과 풍경 등 일상을 전달·소통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대중화로 이어졌다. 한 주제에 집중하여 깊고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는 단행본이 종이 매체로서는 그나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그것도 무료로), 잡지든 단행본이든 종이 매체는 독자와 직접 만나 그들의 요구와 여론에 귀 기울이며 같이 기획하고 홍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강연은 영상·정보기술(IT) 등과 결합해 문자로 구성된 책만의 방식을 발전시키며 남다른 재미와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방편이다. 평소 만나기 쉽지 않은 저자(필자)가 직접 독자를 만나 함께 대화하고 공감하면서 관계를 넓혀갈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출판사와 저자의 필요, 독자(대중)의 요구가 맞아떨어져 ‘붓다 빅 퀘스천’을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20년은 여러모로 인류 역사에 특별하게 기록될 한 해가 분명하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인류의 삶을 강제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붓다 빅 퀘스천’도 영향을 크게 받았다. 비대면의 일상화 속에서 9월에 열린 제12회는 온라인으로만 진행했다. 앞으로는 온라인·오프라인의 병행 방식이 관건으로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온라인으로만 진행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와 상관없이 큰 변화도 있었다. 제11회 ‘붓다 빅 퀘스천’은 기후위기를 주제로 불교환경연대와 협업으로 진행했다. 외부 단체와 협업한 첫 사례인데, 앞으로도 주제에 맞는 전문 단체와 종종 비슷한 형태를 취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붓다 빅 퀘스천’은 감정 수업, 소통 수업, 명상, 불교 수행법, 욕망, 불교 공부, 실크로드, 음식, 기도, 기후위기, 인공지능 시대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다. 

“콘텐츠로 사람을 연결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겠습니다”라는 불광미디어의 방향에 맞추어, 앞으로는 더 신선한 주제 선정과 탄탄한 강사진 구성으로 더 많은 대중과 함께하는 ‘붓다 빅 퀘스천’으로 발전하고자 한다.

 

글. 류지호(불광미디어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