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 안다는 명상 잘 모르는 명상

붓다 빅 퀘스천 | 에디터’s pick 리뷰(6) | 명상

2020-11-20     송희원

명상이 좋다는 건 익히 잘 알려졌지만, 과학적으로 분석한 이론을 접할 기회는 흔치 않다. 한국 심리학계 거장 故장현갑 박사, 저명한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 불교명상 전문가 인경 스님이 깊이 있는 분석과 명료한 해설로 명상의 효능을 차근차근 짚어줬다.

 

| 현대인의 질병과 마음챙김 치료 

4차 산업혁명 시대, 사회 발전과 함께 우울증, 불안 등 마음의 질병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심리학회 회장을 역임한 심리학계 석학이자 원로인 장현갑 교수는 ‘현대인의 질병과 마음챙김 치료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특히 장 교수는 마음챙김 명상이 10여 년 전부터 서구에서 심신 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현대 뇌과학은 마음챙김 명상이 이미 이러한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데 특히 탁월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마음챙김을 임상적으로 활용하는 심리치료 프로그램에는 MBSR·MBCT(우울증 치료), MBRP(약물중독재발방지 치료), MBAT(예술치료), MBRE(관계증진 치료), MA-EAT(섭식장애 치료) 등이 있다. 

이러한 마음챙김 치료법들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감각, 감정, 생각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살핀다. 둘째 일어난 현상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관찰자적 자세로 바라본다. 셋째 현상과 반응(경험) 사이에 일정한 공간을 마련하는 ‘탈중심화’를 강조한다. 즉 자신의 질병에 대해 해석, 판단, 절망, 자기비판을 줄이면서 저절로 자기치유가 되는 원리다. 

 

| 뇌 과학을 통해 본 명상

박문호 박사는 명상하는 동안 일어나는 뇌 활동을 과학적으로 상세히 설명했다. 뇌과학적으로 누구나 집중해서 의지력으로 몰아가면 깨달음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목숨을 내걸 만큼 극단적 상태에 도달하려는 강한 의지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문호 박사는 “수행과정에서 만나는 절정의 체험은 전전두엽의 의지력에서 시작된다”며 “그 의지력이 시상하부와 자율중추를 계속적으로 자극하면서 뇌 신경시스템은 초월의식이라는 특수한 의식상태에 도달한다”고 명상 과정을 설명했다. 

또 의지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축적된 기억이라고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쌓아온 기억을 통해 자신을 극단적 상태로 몰아붙이면 뇌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시스템이 깨달음의 과정을 진행해준다. 그러면 뇌 전체가 활성화돼 마치 댐이 범람하듯 각성 상태가 된다. 그 과정에서 뇌에서는 신경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 농도를 조절해 ‘나’와 세계가 합일되는 초월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

 

| 불교에서 본 명상 그리고 미래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인경 스님은 “불교에서 하는 명상은 심리학과 뇌과학의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인도에서 시작된 명상이 어떤 경로를 거쳐 동아시아와 서구사회로 전달됐는지, 그것이 현대사회에 와서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스님은 불교 명상의 핵심은 첫째 알아차리는 것, 둘째 대상에 집중해서 머무는 것, 셋째 대상의 의미와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의 지혜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명상은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고, 알아차림을 강화해 통찰하는 힘을 키워준다. 복잡한 현대사회에 감정을 조절하고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명상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명상 수행 참가자들의 이야기와 여러 임상 사례를 소개하며 명상상담을 이용한 수행과 그밖에 효용성의 현실적 확대를 주장했다. 또 명상은 미래에 더욱 강력하게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