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북극곰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붓다 빅 퀘스천 | 에디터’s pick 리뷰(4) | 기후위기

2020-11-20     허진

기후위기. 이보다 더 심각한 의제는 없다. 
전쟁은 마지막 순간에도 막을 수 있지만, 기후위기는 특정 시점을 지나면 되돌릴 수 없다. 
파괴 상황에 치닫기 전 마지막으로 보내는 경고음을 강연에서 확인하자.

 

| ‘에너지 시민’ 되기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이 기후위기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한파, 폭설, 폭염, 폭우, 가뭄 등 우리가 겪고 있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모두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기후위기에 해당한다. 기후가 상승하면서 해양 생물들의 몸체가 녹아내리는 등 생태계 교란 문제도 심각하다. 코로나19를 포함해 인간을 위협하는 감염병 역시 숲을 파괴하는 데서 시작됐다.

윤 교수는 기후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시민’을 제시했다. 에너지 전환 의지를 가진 대표를 선출하는 ‘정치투표’, 에너지효율 제품을 구매해 친환경 기업을 간접 지원하는 ‘경제투표’, 환경 에너지 시민단체를 후원하고 활동에 참여하는 ‘화폐투표’를 통해 누구나 에너지 시민이 될 수 있다. 

“미래는 정해진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미래는 만들어집니다.”

 

| 한국형 그린뉴딜의 주인공은?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충격적인 내용으로 강의 포문을 열었다. 2018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올라가면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괴 상황으로 돌입한다. 지금의 탄소배출 속도라면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상승할 날은 10년도 남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우리가 취할 전략으로 그린뉴딜을 제시했다. 그린뉴딜은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그린’과 국가 주도의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 ‘뉴딜’의 합성어로 녹색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및 시장 창출 계획을 말한다. 이미 논의가 활발한 미국,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불평등을 줄이는 한국형 그린뉴딜이 실현되려면 환경부뿐만 아니라 모든 정부 부처, 그리고 시민이 그린뉴딜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 삶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온실가스도 줄이는 방향으로의 대전환. 우리는 그 출발선에 서 있다.

 

| 행복=소유/욕구 

마지막 연사 유정길 녹색불교연구소 소장은 한 등식을 스크린에 띄웠다. ‘행복=소유/욕구’. 이 등식대로라면 ‘소유’가 늘어날수록 ‘행복’이 커진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소유해야 하고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 상품을 구매하려면 상품을 생산해야 하고 자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연이 주는 자원은 유한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원이 무한하다고 믿으며 자원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자원이 무한하다는 믿음, 즉 자원 무한주의에 있었다. 기후위기는 이런 집단적 미망에서 벗어나 행복을 재정의하라는 구원의 메시지다. 유 소장은 다시 행복 등식(행복=소유/욕구)으로 돌아갔다. 자원은 유한하므로 무한히 소유할 수 없다. ‘소유’를 줄이면서도 ‘행복’을 키우는 방법이 하나 남았다. 바로 ‘욕구’를 줄이는 것이다.

“불교는 명상, 기도, 주력, 절 등 마음을 다스리는 여러 노하우를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나요? 불교의 역할과 책임을 되돌아볼 때입니다.”

‘자연 자원의 양은 인류가 생존하기에 충분하지만, 인간의 욕심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반세기도 더 전에 간디가 한 말이다. 이 오래된 화두에 불자들은 지금 어떤 답을 하고 있을까. 북극곰이 흘리는 눈물을 우리가 흘릴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