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밥 먹듯이 삶을 질문하고 기도하라

에디터’s pick 리뷰(1) | 기도

2020-11-19     최호승

시쳇말로 기도는 이렇게 정의한다. 절절한 갈망이라고. 목마른 자가 물을 찾듯, 배고픈 아이가 어머니 젖을 찾듯, 중병 앓는 이가 의사를 찾듯, 닭이 알을 품듯 간절해야 한다. 힘 좀 빼고 생활 속 기도를 정의해보자면 이렇다. 
어떻게 살 것인가? 밥 먹듯이 질문하고 다짐하라. 열 번째 붓다 빅 퀘스천에 기도의 길이 있다. 

| 방향타 잡았다면 직진

종교를 떠나 많은 이에게 삶의 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이현주 목사는 기도를 “길 찾는 이에겐 내비게이션”이라고 정의했다. ‘기도를 통해 무엇을 얻는가’에 대한 답이었다. 

“비유를 들자면 처음 가는 길을 우리는 모릅니다. 보통 도로표지판이 있으면 보고 가죠. 요새는 표지판이 필요 없을 만큼 내비게이션이 잘 돼 있어 처음 가는 길도 겁 없이 잘 갑니다. 그러나 표지판도 없이 몇 가지 갈래로 나뉘는 지점에 닿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적어도 내가 볼 수 없는 시선을 가진 존재에게 묻습니다. 기도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기도는 관념일까. 아니다. 논리적인 영역이 아닌 만큼 이현주 목사는 “해본 사람만 안다”며 “기도부터 하시라”고 강조했다. 

“길을 알았다면 그 뒤는 뭘까요. 기름이 떨어지면 길을 갈 수 없는데, 인생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할지 알지만 생각대로 안 되고 역부족이고 기운이 없을 때, 주유소에서 기름을 충전합니다. 삶의 방향을 묻고, 힘을 얻는 게 바로 기도입니다.”

 

| 그대는 어느 생에 내 어머니

BTN 불교TV에서 포근하고 따뜻한 음성으로 많은 불자에게 삶의 위로와 용기, 지혜를 전해주고 있는 서울 정각사 주지 정목 스님은 방법론으로 기도에 접근했다. ‘~때문에’를 첨가하지 않은 감사기도를 추천했다. 이유는 불문이었다. ‘~때문에’가 자꾸 들러붙을 때 주력처럼 할 수 있는 기도도 소개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줄여서 ‘미용고사’다. 

정목 스님이 강추하는 기도는 티베트에서 오래동안 전해 내려오는 통렌이었다. 이 세상 모든 존재가 자신의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기도다. 

“자신과 전혀 상관 없는 한 아이가 어느 생에선가 내 어머니였을 수 있습니다. 자식의 고통을 모두 대신하려는 어머니처럼 들숨에 세상 모든 아픔을 들이마시고, 날숨에 대자비심을 냅니다. 자비가 세상에 햇빛처럼 퍼지길. 대상을 가리지 않는 게 자비심입니다.”

정목 스님은 특히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바로 기도의 힘이라고 했다. 배려하려는 마음 담긴 행동 하나하나가 기도라고 했다. 법당과 교회에 가서 손 모으고 읊조리는 것만 기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 삶에서 증명하라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불광출판사, 2019)의 저자 원제 스님은 기도 중 염원이 이뤄지는 현상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 기도하다 갑자기 치즈 생각이 났는데, 공양물로 치즈가 올라오자 다음부터 목탁 치면서 빵을 떠올렸다는 한 스님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기도의 현상에 끄달리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그렇다면 기도의 바른 방향은 뭘까. 원력이다. 원제 스님은 “올바른 기도란 원력의 다짐이며, 증명법사는 오직 부처님”이라고 했다. 그러나 원하는 바를 이뤄주는 존재가 부처님이라는 생각은 노선이 잘못됐다고. 기도는 욕망의 거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만을 위한 원력과 기도가 타인으로 확장할 때, 나를 비우고 전체를 드러낼 때 보살의 기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