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금강경 말씀보다 부처님의 위로

청불(靑佛)이 온다|응답하라, 청불!

2020-09-03     최호승

“요즘 젊은 애들이 뭘 알아?”라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답할 수 있다. 다 안다.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해 고단했던 과거 자신의 청년 시절을 꺼내도 마찬가지다. 지금, 여기를 사는 청년도 고단하다. 연애, 결혼, 육아, 취업, 집 마련 등의 기본적인 욕구의 버림을 강요받는 N포세대가 현재의 청년이다. 불안한 미래에 쫓기는 인생에 종교는 과연 필요한 가치일까. 불교는 매력 있는 종교일까. 「불광」이 조계종 포교원 청년대학생 전법단 대표 지도법사 무각 스님과 이현진 청년대학생 전법단 과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대화. 청년대학생 전법단·불광
사진. 정승채

「불광」이 조계종 포교원 청년대학생 전법단 대표 지도법사 무각 스님과 이현진 청년대학생 전법단 과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    청년을 위한 불교는 어디쯤?

전국 350여 개 대학 중 불교동아리가 있는 대학은 60여 개 정도다. 대학을 졸업하고 불교동아리를 나와 사회로 뚜벅뚜벅 걸어간 청년에게 불교는 어디쯤 다가왔을까.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당시 불교계에 적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 전체적인 불교 인구 감소가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청년 등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 부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 10~30대 불자의 수는 이웃종교와 비교해 볼 때 2배, 3배 차이가 났다. 5년이 흘렀다. 

 

불광  청년불교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요.

무각  통계청 인구센서스 결과는 충격이었습니다. 토론하며 대안을 만들고자 했지만 걱정만 하다 대응이 미흡했습니다. 특별한 대책 없이 흘러왔습니다. 책임이 큽니다. 

불광  2019년 전법단과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이하 대불련) 대학 동아리 회원 505명을 대상으로 ‘청년 불자들의 종교의식과 신행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고, 무종교인 193명 중 63%인 121명이 불교를 택할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청년불교에도 희망이 있는 것 같은데요. 

무각  희망적인 부분을 봤습니다. 청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그들의 흥미와 눈높이에 맞게 구성해야 합니다. 세밀하게 연구하고 예민하게 청년의 감성과 욕구를 터치할 수 있어야죠. 안 하면 책임 회피입니다. 

불광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무각  청년전법단을 맡아 세밀함을 만들고자 발로 뛰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청년불자를 위해 노력하는 대불련과 함께 고민 중입니다. 순천, 부산 등 각 지역 대학 불교동아리를 지도하는 스님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현진  전법단에서 간담회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에요. 과거에는 서울에서 1~2회 했다면 지금은 지역을 찾아가고 있어요. 점점 지도법사 소임을 맡은 스님의 소중함과 이런 자리의 필요성을 느껴요. 사찰을 찾는 불자를 맞이하는 스님들은 청년이 초심자라는 사실을 잊으세요. 대학생이고 청년이니 당연히 지식인이라는 편견도 있어요. 대학 불교동아리에서 만나면 서로 당황하는 이유에요. 

불광  오해와 편견이 있었군요.

현진  무각 스님 당시만 해도 어린이, 청소년법회를 거쳐 대학생이 된 청년이 많았지만 지금은 굉장히 소수에요. 합장도 할 줄 모르죠. 불교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에 맞는 법문과 법회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어요. 스님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런 오해와 편견을 줄이고 공감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는데, 예전보다는 많이 발전한 모습인 것 같아요. 

청년대학생 전법단 이현진 과장.

|    시간·고민에 쫓기는 청년 “공감 필요해”

이현진 청년대학생 전법단 과장은 80년생, 99학번이다. 대불련 활동 후 대학을 졸업하고 대불련 간사로 재결합한 지 5~6년 정도 됐다. 청년전법단 소임은 3년이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20대와 30대의 고민은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슷하다.

 

불광  80년대와 90년대 학번 그리고 2000년대 학번이 가진 고민이 같은가요. 

현진  이성, 학업, 취업 고민이 많죠. 대신 잔가지가 더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다른 활동으로 고민을 잠시 잊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물리적인 시간이 없어요. 마음속 고민은 깊어만 가고, 스스로 해결할 장치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래서 불교동아리를 찾는 학생도 있어요. 지금 청년은 그들 나름대로 진지하고 무거운 고민이 있는데, 스님들이 고민 해결에 도움(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공허한 위로가 아닌)을 주고 잘 지내면 그 불교동아리는 활성화되더라고요. 

무각  모태신앙을 가졌던 학생도 그 종교에서 풀리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불교동아리에서 지도법사 스님을 통해 질문의 답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상좌 능현 스님이 서울여대 불교동아리를 지도 중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초심자들과 불교 교리로 소통하는 게 아닙니다. 스님은 그들의 아픔과 상처에 공감하며, 함께 고민하느라 시간이 부족하다고 할 정도입니다. 저는 30년 전 서강대 불교모임 선재법회 졸업생들과 공생선원에서 정기적으로 법회를 갖고 있습니다. 과연 불교는, 지도법사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릴까요. 스님이 수행으로 삼고 원력을 세우지 않으면 청년불교 활성화는 어렵습니다. 

청년대학생 전법단 대표 지도법사 무각 스님.

|    원력 그리고 승가결사체

청년불교는 지도교수나 스님의 원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인가. 지도교수 은퇴나 스님의 부재가 대학 불교동아리 폐쇄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대의 경우도 많다. 최근엔 조계종 교육원이 승가결사체(구족계 받은 스님 4인 이상이 전법하는 단체)로, 포교원이 청년대학생 전법단으로, 사회부가 불교시민사회단체 사업공모로 청년불교를 응원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지난해부터 청년불교에 불던 훈풍이 이어졌을지 모른다. 아직 청년불교에 희망이 있다고 과감하게 말을 꺼낼 수 있을까?

 

불광  최근 승가결사체 등 청년불교의 든든한 버팀목이 눈에 띄는데요. 요즘 청년불교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현진  올해는 뭔가 판단할 수 없어요. 사실 지난해 성장이 보였고 분위기가 올라왔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시 수그러들었어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는 구조에요. 활동 패턴이 점점 짧아지고 있죠. 1학년이 4학년까지 활동했다면 지금은 최고참이 3학년이고, 1년 활동한 2학년이 회장을 해요. 지도교수와 스님, 종단의 관심, 단체 실무진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이 절실한 상황이죠. 중앙대, 전남대 등 불교동아리 가입 회원이 100명 넘는 곳에서 희망을 봐요. 이제 시작이에요. 

무각  불교동아리를 지도하는 스님들 역할이 중요합니다. 청년들에게 기대만 하지 않고, 선을 공부하는 출가수행자로서 세파의 방패막이가 되어 주고 고민을 함께 공감하며 청년들을 서포트 하는 게 필요합니다. 

 

|    청년과 불교 사이의 거리

청년과 불교의 거리는 가까운 듯 멀었다. 원력 가진 스님들과 지도교수, 한국불교계의 관심이 소중한 까닭이다. 과연 청년들에게 종교는, 불교는 필요한 존재인가. 포기를 강요받는 그들의 삶에 도반이 될 수 있을까. 

 

불광  불교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종교인가요.

현진  심리적 물리적 거리가 있어요. 청년들 생활권에 불교가 없어요. 스님들은 왜 절에 청년들이 오지 않느냐 묻지만, 청년이 위안과 휴식이 필요해 주위를 둘러봐도 불교는 너무 멀리 있는 거죠. 학교나 직장 인근에 절이 별로 없잖아요. 바쁜 자신의 삶 인근에 카페 쿠무다 같은 복합문화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커피 마시며 수다도 떨고 불서 읽으며 명상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초심자 혹은 일반인에게 난해한 불교 용어도 심리적 거리를 주고 있어요. 

무각  불교동아리는 단순한 친목 단체가 아닙니다. 스님들이 전하는 부처님 가르침이 중요한 대목입니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불교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자신이 얼마나 당당하고 빛나는 존재인지 우리가 알려줘야 합니다. 여전히 명상이 인기입니다. 자기계발 차원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청년들의 마음은 힘듭니다. 마음공부가 전공인 불교가 뭘 해야 하는지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대학 불교동아리를 지도하는 스님들 요청으로 청년대학생 불자 합동수계법회가 열렸다. 예산과 시간 탓에 서울권 중심이었지만 100명 정도 모였다. 스님은 물론 청년들 호응이 예상보다 좋았다. 불교는 청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