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다르마] 모자이크 붓다

2020-09-11     유정길

|    별을 던지는 한 사람과 그 에너지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문제는 너무도 광범위하다. 한 사람의 개인적인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심한 무력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변화는 각성한 한 사람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희망을 만드는 모자이크 붓다들에 의해 사회는 조금씩 더 나아간다. 로렌 아이슬리의 ‘별을 던지는 사람’은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어느 사람이 바닷가를 거닐다가 멀리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몸을 연신 아래로 굽히고 허리를 뒤로 젖히며 춤을 추는 듯하는 꼬마를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한 소년이 모래에 손을 뻗어 작은 무언가를 집어 들고 바다로 계속 던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안녕! 얘야, 너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니?” 소년은 멈칫하며 그를 올려다보고 대답을 했다. “불가사리를 바다에 던지고 있어요.” 그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왜 불가사리를 바다에 던지고 있는 거지?” “해도 떴고 썰물이 될 텐데, 내가 던져주지 않으면 불가사리는 죽게 될 테니까요.” 그는 놀라며 다시 물었다. “얘야. 모래는 끝없이 펼쳐져 있고 불가사리도 수없이 많잖니? 너 혼자 해봤자 별로 달라질 것도 없는 일이란다.” 소년이 불가사리를 또 하나 집어 바다로 던지면서 말했다. “그래도 저것 하나는 살렸잖아요!!” 

지난 1월부터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불과 3개월 만에 전 세계를 뒤덮었다. 바이러스에게 인위적인 국경은 의미가 없었다. 우한발 나비효과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고 촘촘히 관계 맺고 있다는 부처님의 연기법을 분명히 깨달았다. 31번 슈퍼 확진자로 인해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을 감염시켰던 사실은 한 사람이 주변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결국 한 사람이다. 

세상 그리고 현재의 중심, 주류도 처음에는 변방에서 시작했고 비주류였다. 세상의 모든 거대한 변화는 작은 한 사람에게서 비롯됐다. 한 사람의 작은 창조적 힘과 그 에너지와 동력, 원력의 힘이 주변에 파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저항과 투쟁의 시대는 집단의 힘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조직된 개인이 중요한 의미가 있었지만, 새로운 대안과 창조의 시대에는 눈 맑은 한 개인의 안목과 실천이 중요하다. 깨달은 한 사람의 역할이 세계 변화와 중생 구제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불교의 많은 사례가 증명한다. 

 

|    아더 왕과 가피(加被)의 힘

생명을 살리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일을 돕고 지지하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밀어주고 있다. 보이지 않는 극진한 어머니의 사랑도 전승되고 있다. 부모와 증조, 고조로 올라간 수많은 조상이 우리에게 극진하게 전해온 애정은 대기 중 어딘가에 업(業, 역사의 기운)으로 떠돌며 기와 풍으로 우리 힘이 되고 있다. 사람만이 아니라 뭇 생명까지도 이 같은 “살림”의 거대한 역사에 보이지 않는 큰 뒷심이 되고 있다. 이것이 불보살들 가피(加被)다. 거짓말 같은가? 그저 불교라는 종교의 신화적 레토릭(미사여구)이라고 생각하는가? T.H 화이트의 소설 『바위에 박힌 검』에는 가피 입은 아더 왕이 나온다. 간추리면 이렇다. 

“마법사 멀린은 아더가 지혜를 얻게 하려고 여러 동물로 살아보도록 마법을 부렸다. 아더는 개미, 기러기, 오소리, 연못의 잉어로 살았다. 브리튼의 새로운 왕을 뽑을 시기였다. 새로운 왕은 바위에 박힌 검 엑스칼리버를 뽑아야 했다. 수많은 기사가 검을 뽑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검을 잡은 10대의 아더는 자신과 함께 살았던 오소리, 매, 개미, 잉어들의 응원 목소리를 들었다. 아더는 그들의 격려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깨닫고 마치 버터에서 칼을 뽑듯 검을 쑥 뽑아 들었다.” 

 

|    모자이크 붓다가 세상을 바꾼다 

아침 사무실에서 동료와 친구들에게 밝게 인사하면 업무 분위기를 활기 있게 만든다. 모두 신나는 하루를 살게 하는데 그만큼 기여한 셈이다. 행복한 표정과 격려의 말씨, 적극적인 행동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힘을 받고 용기와 자신감을 얻는다면 당신은 주변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변화를 만들었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며, 음식물 남기지 않고 쓰레기를 줄이면 그만큼 주변에 영향을 준 것이다. 최대한 채식을 하고,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그만큼 화석연료 소비를 줄였다.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모자이크 붓다’가 될 때 오늘날 위기 속에 희망이 있는 것이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자 녹색불교연구소 소장이다. 정토회 에코붓다 이사, 귀농운동본부 귀농정책연구소 소장, 국민농업포럼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한살림, 아름다운 재단등에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조계종 환경위원, 백년대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과거 한국 JTS 아프가니스탄 카불지원
팀장을 지내는 등, 환경, 생명평화, 개발구호, 남북평화, 공동체운동과 협동조합, 마을만들기 등 대안 사회운동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