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통신] 이제는 청불 시대

2020-07-21     최호승

● “아프니까 청춘 혹은 청년”일까요? 학업,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세대가 청년입니다. 청년 시기의 아픔은 당연한 것처럼 정의하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기성세대가 겪었던 아픔과 고민보다 더 무거운 짐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청년 누구나 겪는 아픔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극복해야 한다”는 공염불은 접어서 구석에 넣어 두겠습니다. 청년들에게 불교는 어떻게 공감하고 있을까요?

● 사실 청년불교에 드리운 그늘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센서스에서 종교가 불교인 20대(57만 명), 30대(85만 명) 숫자는 다시 한번 불교의 역할을 고민하게 했습니다. 개신교의 20대(105만 명), 30대(136만 명)와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청년들이 절에 왁자지껄 모였던 과거는 과거였습니다. 한때 200여 곳이던 대학 불교동아리가 60여 곳으로 줄었고, 명맥만 유지하는 곳도 있습니다. 청년불교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청소년법회를 운영하는 사찰도 형편이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운영하는 곳이 100개 안팎입니다. 저출산·고령화 탓도 있지만, 아이들과 청년들이 절에 가지 않은 이유가 큽니다.

● 미래는, 아니 지금은 청불 시대입니다. ‘청소년 관람불가’의 줄임말 청불이 아닙니다. 청년불자, 청불(靑佛)입니다. 지난해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늘만 드리웠던 청년불교의 활발한 모습들이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소수의 스님이 승가결사체를 만들어 대학 불교동아리의 풍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조계종 청년대학생 전법단도 합동수계법회를 열고 흩어져 있던 청불을 사찰로 불러 모았습니다. 청년 지원사업들이 조계종 예산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 올해 코로나19는 사회를 많이 바꿨습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공간에서 함께 수행 정진하며 기도하고 공부하면서 법담을 나누는 문화를 금지했습니다. 청불 시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학은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1학기를 보냈고, 2학기도 그럴 예정입니다. 대학 불교동아리방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스님과 예불 올리고, 고민을 상담하던 장이 사라졌습니다. 현장에서 청불을 만나는 스님과 단체 실무자들은 온라인 회의나 프로그램으로 공백을 메우려 이리저리 분주합니다.

● 응원이 필요합니다. 어린이 혹은 청소년법회 졸업 후에도 불교를 떠나지 않고 법회 지도교사로 활동하는 신심 굳건한 청불이 있습니다. 청불이 된 천진불은 왜 불교를 택했을까요. 청불의 든든한 버팀목 승가결사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모두 청불 시대를 만드는 주인공들입니다. 월간 「불광」이 이들과 함께 청불 시대에 시그널을 보냅니다. “응답하라, 청불!” 다행히 수신 양호입니다.

 

글. 최호승(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