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통신] 시간을 달리다

2020-06-25     최호승

● 시간을 거꾸로 달려 볼까요. 태어나자마자 천년 이상 나이를 먹은 아이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사’. 한 명이 아니라 일곱이었죠. 각자 다른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들은 눈과 비, 바람과 햇볕, 화마와 전쟁 등 시간이 부여하는 시련을 견디며 자랐습니다. 물론 혼자가 아니었죠.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존재들이 함께였습니다. 그들은 극진하게 아이들을 돌봤습니다. 그럴수록 아이들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고, 아이들은 젊어졌습니다. 그들은 아이들의 피와 살이었습니다.

● 2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 볼까요. 정확히 2018년 6월 30일이었습니다. 바레인에서 개최된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하 산사)’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확정합니다. 인류가 지켜야 할 위대한 유산으로 인정한 거죠. 
비로소 아이들의 이름이 세계에 각인됩니다. 그 이름은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대흥사, 선암사입니다.

● 유네스코는 ‘산사’를 유·무형적 문화유산의 보물창고로 판단했습니다. 가람 배치나 불상, 탑 등 유형적 유산을 지키고 가꿔온 사람의 활동에 주목한 겁니다. ‘산사’ 안에서 스님들과 재가자의 신앙, 수행, 생활이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거죠. 그들은 여러 가지 울력으로 자급자족하면서 망가지는 법당을 고쳤고, 3개월씩 1년에 두 번 바깥출입 않고 수행했으며, 하루 세 번 예불을 올렸습니다. 유네스코는 그것을 ‘탁월한 보편적 가치’라고 했습니다.

● 월간 「불광」이 위대한 유산에 주목할 무렵 시절인연이 찾아왔습니다. 문화재청은 6월부터 ‘참 만남, 참 문화유산’을 구호로 하는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을 실시했습니다. 5개 기본코스와 2개 테마코스를 발표했는데, ‘산사’가 포함됐습니다. 테마코스 2개 중 하나인 ‘수행의 길’에 7개 ‘산사’ 모두가 선정된 겁니다. 또 하나, 2020년 연말 한국은 또 하나의 인류무형문화유산 후보 등재 심사를 기다립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연등회는 열리지 못했지만, 여전히 유력한 인류의 무형문화유산 후보입니다.
연등회는 신라 진흥왕 때부터 팔관회와 함께 국가적인 행사였지요. 지금은 국적, 성별, 종교에 상관없이 모두 함께 즐기는 축제입니다.

● 월간 「불광」이 간직한 비밀 하나 말씀드릴게요. 면역력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그 능력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열심히 현장을 다녔습니다. ‘산사’를 만났고, 새벽 별을 보며 예불을 올렸습니다. ‘산사’의 초여름이 빚은 싱그러운 초목들과 인사했고, 발우공양에 담긴 의미도 생각해봤습니다. 나아가 ‘산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역사를 기록했고, 유·무형문화유산의 가치와 미래를 전망했습니다.

● 7월호부터 월간 「불광」에 실리는 새로운 글도 독자들을 만납니다.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기후변화와 환경운동 메시지가 중요한 지금, ‘에코 다르마’에서 지구별과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전하려고 합니다. ‘숲 철학자의 사색’에서는 인류에게 늘 포근한 품을 내어주는 숲에서 생태적 인생경영의 밝은 눈을 열고자 합니다. 스튜디오를 법당 삼아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진명 스님은 ‘온에어(On Air)’에서 청취자와 소통하는 방송가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합니다. 명상을 좋아하는 셀럽의 삶과 명상 이야기를 ‘명상 홀릭’에 담았고, 열 번째 ‘붓다 빅 퀘스천’ 현장을 생생하게 스케치했습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에디터들의 편집후기를 실어 독자들에 한 발 더 다가서려고 했습니다. 지금, 월간 「불광」이 만나러 갑니다.

 

글. 최호승(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