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들] 강한 몸이 오래 간다? 오래 가는 몸이 강하다!

퍼스널 트레이너· 요가 강사 이우제

2020-05-30     허진

퍼스널 트레이너이자 요가 강사라는 특이한 이력의 이우제 강사. 지도자의 길을 걷기 전엔 주짓수도 오래 했다. 

‘아니, 얼마나 운동에 미친 사람이야?’ 싶겠지만 밤에 잠이 안 오면 ‘근손실(체중감량을 할 때 지방과 함께 근육이 같이 빠지는 현상)’ 걱정부터 한다는 여느 운동에 미친(?) 사람들과는 인상이 사뭇 다르다. 

‘운동은 힘들어야 한다’, ‘운동은 많이 해야 한다’, ‘운동은 아파야 효과가 난다’ 이런 생각부터 버리라는, 운동 싫어하는 기자가 듣기에 솔깃한(?) 얘기까지 한다. 

내 몸에 맞는 적정 운동 안내서 『남의 체력은 탐내지 않는다』 (원더박스) 저자, 이우제 퍼스널 트레이너이자 요가 강사를 서울 종로 한 카페에서 만나 그가 생각하는 운동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 격투하던 몸, 요가 만나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긴 했지만, 직업으로 삼게 될 줄 몰랐다. 취미로 주짓수를 오래 했는데 주짓수가 격투기 일종이다 보니 부상이 잦았다. 다치지 않고 몸을 오래 쓰는 방법을 고민했다. 직업 트레이너가 된 인연의 시작이었다. 수업을 진행하며 수강생의 몸이 변화하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사무직에서 일할 때 느끼지 못한 보람을 느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시간제로 하던 수업 비중을 점차 늘리다가 용기를 내어 전업하게 됐지요.”

요가는 힉슨 그레이시라는 유명 주짓수 선수를 따라 흉내 내듯 처음 접했다. 본격적으로 요가를 배우고 지도자 과정을 밟은 건 여의도에서 1대1 수업을 진행할 때였다. 지역 특성상 수강생 대부분이 직장인이었는데 스트레스가 많다 보니 수업에 집중을 못 했다. 운동 동작도 진도도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자 가르치면서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았고, 정신 수련을 위해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를 처음 배울 땐 어려운 자세를 취하는 행위 자체에 집중했는데 나중엔 자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완벽하지 않은 내 몸’을 받아들였다. 사람 몸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되면서 수강생들과 수업하기가 한결 편해졌다.

근력운동과 요가를 계속 병행하는 이유는 몸 쓰는 법을 가르치는 직업 강사로서 몸을 다양하게 쓰고, 다양한 양상을 경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가는 말랑한(?) 느낌이고 근력운동은 짱짱한(?) 느낌으로, 서로 대척점에 있는 운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몸을 쓴다는 공통 원리를 중심으로 각 운동 간의 차이점을 이해하며 몸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 트레이너도 못 피한 허리디스크?

그는 작년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수업을 무리 없이 진행할 만큼 거의 회복한 상태지만 수술 후 약 한 달은 신체적으로,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나는 건강하니 아플 리 없다고 생각하며 내 몸에 대해 자만했어요. 고통이 느껴졌지만,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 하고 원래 하던 대로 운동을 강행하다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습니다. 몸 쓰는 법을 가르치는 직업 강사이고 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정작 스스로 몸을 돌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하더라고요.”

수술한 뒤 한 달간 일을 쉬면서 많이 걸었다. 평소에 못 보고 지나쳤던 하늘을 바라보고 햇볕 내리쬐는 한낮에 밖에서 걸으면서 울적한 마음을 털어냈다. 꾸준히 해왔던 요가도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됐다.

“허리디스크 수술 이후 ‘내 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수강생들에게 내 몸에 맞는 운동을 하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내 안의 시그널은 지나쳤었는데 지금은 몸에서 보내는 이상 신호를 늘 살핍니다. 수술 전 기획했던 책 『남의 체력은 탐내지 않는다』도 수술 이후 좀 더 일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바뀌었어요. 아무래도 다치고 나니 사람들이 운동하면서 불편해하고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해 전보다 더 공감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일상을 ‘견뎌낸다는 것’

‘행복하기 위해 요가를 하는 것이지 요가를 하기 위해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인스타그램에 인용한 그의 글이 인상적이다. 결국, 운동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무엇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는지 잊지 말자는 그의 다짐이다.

“살다 보면 ‘견뎌야 하는’ 많은 것들을 마주합니다. 예를 들어 여행 가서 트레킹을 해야 하는 상황, 장 보고 무거운 짐을 들어야 하는 상황, 쌍둥이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 등이 있겠지요. 그게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모두 ‘견뎌낼 힘’이 있어야 하잖아요. 필요할 때 거침없이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상태, 무거운 짐을 들 수 있는 상태, 육아가 힘들지 않은 상태, 즉 ‘견딜 수 있는 상태’로 몸을 만드는 것이 제가 운동을 하는 목표입니다.”

삶을 충실하게 살기 위한 운동을 하는 그에게 “그래서 지금 행복하냐”는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하는 그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

“최근 며칠, 키우는 강아지가 사료를 잘 안 먹어서 신경 쓰이긴 하는데 그 외에는 행복합니다(웃음). 사실 걱정되는 부분이 하나 있어요. ‘과연 내 주변 사람들도 나만큼 행복할까?’ 하는 거예요. 제가 좋은 운동 수행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 훈련을 열심히 하면 그만큼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 줄어듭니다. 훈련과 일상 중 하나를 충족시키면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 둘 사이 간극을 줄이기 위한 연습을 요즘 하고 있어요. 훈련의 효율, 휴식의 질을 모두 높여 자기 만족도도 높이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일상도 지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연습이요.”

가끔 무의식적으로 운동에 너무 몰입할 때마다 ‘왜 운동하는지’ 스스로 묻는다. 그리고 되새긴다. 운동하는 이유는 난도 높은 요가 자세를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과 보내는 소중한 일상을 지탱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살다 보면 ‘견뎌야 하는’ 많은 것들을 마주한다. 일상을 ‘견딜 수 있는 상태’로 몸을 만들기 위해, 그는 오늘도 케틀벨을 든다.

| 네 몸을 내게 맡겨라

집에서 혼자 하는 운동, 이른바 ‘홈 트레이닝’이 가능한 시대다. 유튜브에서 전문가들의 운동 영상을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으며 쉽게 운동을 따라 배울 수 있다. 굳이 비용을 들여서 PT(개인 운동 훈련)를 받을 필요가 있는지 궁금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만큼은 전문가의 관찰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바르게 움직인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에요.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지 않으면 내 몸의 움직임을 정확히 인지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인 그도 운동할 때마다 영상을 찍어 자세를 확인한다. 자리를 잡은 후 카메라를 세팅하고 다시 자세를 잡는 과정이 번거롭지만 정확한 자세를 위해 반드시 거치는 절차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기술인데, 기술은 정확하게 배웠을 때 효과가 있거든요. 못을 벽에 박을 때 망치로 때려야 정확히 박히잖아요. 휴대전화로 못을 때려도 못이 박히긴 하겠지만 잘하는 건 아니죠. 저도 도움 없이 혼자 운동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전문 지도를 받고 나서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자만이 사라지더라고요.”

물론 내 몸을 평생 남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 수강생들이 자신의 몸을 정확히 파악하고, 추후 전문가 도움 없이 혼자서도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걸 1차 목표로 두고 수업을 진행하는 이유다.

사진작가 요청에 기꺼이 요가 동작을 취해주면서도 자세에 집착할 필요 없다고 거듭 말하는 이우제 강사. 자신 몸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운동은 안 하는 게 상책이다.

| 버리는 과거, 생각 않는 미래

불교 가르침은 늘 현재를 향한다. 지난 과거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교훈으로 삼고 버리고, 미래는 오늘을 바탕으로 변하기에 앞서 걱정하지 않는다. 현재의 나를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것,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우제 강사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주짓수 체육관을 여는 게 꿈일 때도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현재를 오롯이 사는 것’이 더 중요해졌어요. 지금처럼 운동하고, 수업하고, 강의하고, 기회가 된다면 책도 내는 일을 오랫동안 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70살까지요(웃음).”

마지막으로 「불광」 독자에게 전할 운동 팁, 영업 비밀(?) 공개를 요청했다.

“운동은 하루 24시간 중 길면 2시간입니다. 운동하는 시간보다 운동 안 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요. 일하고, 밥 먹고, 책 읽고, 스마트폰 할 때 자세가 운동보다 중요합니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어려우면 자세를 자주 바꾸세요. 모니터, 전화기 등 자주 쓰는 용품 위치도 바꿔보세요. 평소에 컴퓨터 모니터를 왼쪽에 두고 봤다면 오른쪽으로 옮겨보세요. 책, 스마트폰을 볼 때 주로 고개를 숙이니 집에서만큼은 위로 올려볼 수 있는 위치에 독서대나 스마트폰 거치대를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좋아질 거예요.”

 

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