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어떻게 예술을 생각할 수 있을까?

상상象象붓다

2020-05-27     마인드디자인(김해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뮤지엄과 갤러리들의 문을 모두 닫아버린 뉴욕의 어느 금요일, 이 암울함을 표현할 출구의 필요성에 공감한 두 큐레이터 바바라 폴락(Barbara Pollack)과 앤 베르할렌(AnneVerhallen)은 온라인 전시회 ‘이런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예술을 생각할 수 있을까? (How Can We Think of Art at a Time Like This? )’를 기획했다.
매일 한 명씩 새로운 작가를 인터넷상의 전시 장소인 ‘www.artatatimelikethis.com’에 소개하는 형식이다. 선정된 작가들이 코로나19 사태에 관해 작성한 글, 혹은 작가들이 현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작가노트 발췌문을 작품 이미지와 함께 배치한다. 가시화된 죽음 앞에서 당연하게 여겨왔던 가치들이 힘없이 쓰러지고 있는
지금, 두 큐레이터는 질문한다. 지금, 예술은 우리에게 무엇이 될 수 있을까?

Lynn Hershman Leeson | Facing Time2019 | Archival digital print | 14 x 20 inches | Courtesy of the artist | Bridget Donahue Gallery NYC and Anglim Gilbert Gallery SF

온라인 전시
How Can We Think of Art at a Time Like This?

| 정치, 경제, 사회라는 이름의 신화

세상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 가장 잘 대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피부로 잘 와닿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 세계 곳곳에서는 하루에도 몇백 명씩 생겨나는 사망자에 장례 공간이 부족할 지경이고, 감염자를 대면하는 의사와 간호사에게조차 마스크가 공급되지 않은 탓에 의료진이 목숨을 걸고 진료를 보고 있으며, 턱없이 모자란 산소호흡기는 중증의 감염자를 커버하기에 역부족이다. ‘마스크가 부족하면 수입해 오면 되지!’ 하는 생각은 무력하게 허점을 드러내 버린 자유시장경제라는 시스템 앞에서 그 순진함이 증명되었고, ‘아프면 병원 가면 되지!’ 하는 믿음은 그동안 알면서도 묵과했던 정치화된 의료시스템의 부조리함 앞에서힘없이 좌절되었다. ‘더 나은 삶’을 주창하며 인류가 쌓아온 ‘시스템’이라는 거미줄이 싹둑 잘려 나가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는 지금, 자오 자오(Zhao Zhao)의 부서진 경찰 조각상은 마치 고대국가의 유물처럼 여기저기 널린 채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지금을 지탱해온 정치, 경제, 사회라는 권력화된 상상은 이제 박물관 유리 속 유물이 될 때라고.

 

| 캄캄한 색깔의 위로

행복이라는 감각도 바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집 밖을 나가지 못하니 친구들을 만나 맛집을 찾아갈 수도 없고, 어쩌다 누군가를 만난다고 해도 멀찌감치 떨어져 악수조차 하기 불편하다. 마스크 낀 채 나누는 대화의 온도는 이전과는 다르고, 화상 통화로 만나는 스크린 속 얼굴들은 반갑지만 낯설다. 데보라 카스(Deborah Kass)의 행복한 날들(Happy Days)은 어두컴컴한 캔버스에 “행복한 날들은 다시 이곳에 올 것(Happy Days Are Here Again)”이라는 문구를 새긴 작품이다. 알록달록 기분 좋은 색깔을 골라 칠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무성의한 위로. 거대한 불확실성 앞에 놓인 지금의 우리에게 어쩌면 가장 솔직한 방식의 위로가 아닐까.

Deborah Kass | Happy Days | 2013 | Oil and automotive urethane paint on canvas | 72 x 120 inches | Courtesy of Kavi Gupta Gallery

| 현재를 자각하게 하는 힘

해외에 체류 중이던 필자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급히 귀국하였다. 11시간에 달하는 비행 시간 동동안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옷깃이라도 닿을까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 바이러스를 옮을까 봐, 혹은 옮길까 봐 잔뜩 긴장한 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몰두하고 있는 지금, 우리 피부는 그 어느 때보다 두꺼워져 있는 것 같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마이클 주(Michael Joo)의 불상. 안과 밖을 구분하는 우리 몸의 경계인 피부를 투명하게 처리한 그의 작품을 보며, 나와 남의 경계에 극도로 민감해져 있는 내 마음의 상태를 다시 한번 자각한다.

지금, 예술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www.artatatimelikethis.com’에서 예술은 마주 잡은 손 대신 사람들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혼란에 빠진 우리에게 진솔한 위로가 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예술의 쓰임은 현재를 자각하게 함이 아닐까. 아무리 힘들어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명료한 깨어있음일 테니까.마인드디자인 한국불교를 한국전통문화로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고민하는 청년사회적기업으로, 현재 불교계 3대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서울국제불교박람회·붓다아트페스티벌을 6년째 기획·운영하고 있다. 사찰브랜딩, 전시·이벤트, 디자인·상품개발(마인드리추얼), 전통미술공예품유통플랫폼(일상여백) 등 불교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접근하며 ‘전통문화 일상화’라는 소셜미션을 이뤄나가고 있다.

Michael Joo | Visible | 1999-2000 | Urethane, nylon, plastic, walnut, steel | Courtesy of the artist, Kavi Gupta, and Kukje Gallery

 

 

글.
마인드디자인(김해다)
사진.
Art at a Time Like Thi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