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 받아들이는 마음, 친환경 삶의 시작입니다”

특집 - earth 얼쑤! 정토회 광명법당 장희경 씨의 하루

2020-04-27     조혜영

알바트로스는 가장 높이, 멀리 나는 새로 알려져 있다. 
긴 날개로 허공을 가르는 자유롭고 웅장한 모습을 떠올리지만 현실은 다르다.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는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알바트로스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생명을 잃은 어린 알바트로스의 뱃속엔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했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새들 중 한해 100만 마리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정토회 ‘환경학교’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크게 발심한 보살이 있다. 
정토회 광명법당의 새내기 보살 장회경(41) 씨다. 

 

“불교 교리를 배우고 싶어서 정토회를 찾았다가 수행과 봉사를 실천하며 환경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환경문제야말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연기의 가르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요.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 먼바다에 사는 알바트로스에게 고통을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다큐멘터리를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일상생활 속에서부터 작게나마 친환경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랫동안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온 이들에 비해 아직 초보자라며 겸손해하는 장회경 씨는 텀블러와 손수건을 사용하며, 집에서 용변을 본 후엔 휴지 대신 뒷물을 하고 있다. 
“몇 달 동안 친환경적으로 생활하다 보니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동안 단지 편하다는 이유로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며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아마 혼자서 하는 거라면 못 했을 것 같아요. 도반들에게 좋은 정보도 얻고, 선배님들의 경험담도 들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마음이 있다고 해도 막상 삶에서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자각과 나부터 바꿔보겠다는 의지,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에코보살 장회경 씨의 친환경 삶은 어떻게 실천되고 있을까? 그의 하루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오전 5시
- 기상 -


알람 소리에 눈을 뜬 장회경 씨의 하루는 기도 수행으로 시작된다. 108배와 명상을 하면서 어제의 일을 되돌아보며 참회를 하고, 친환경 삶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오전 6시
- 출근 준비 -


양치질하기 위해 장회경 씨가 머그잔에 물을 담는다. 전에는 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했는데, 쓸데없이 물을 낭비하지 않기로 한 다음부터는 머그잔에 가득 채운 물만으로 양치질을 끝낸다. 부족할 것 같지만 양치질을 하는 데 그렇게 많은 물은 필요치 않다. 자기도 모르게 예전처럼 물을 틀어놓을 때도 있지만 금방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장회경 씨가 사용하는 칫솔은 플라스틱 칫솔이 아니다.
“보통 칫솔대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잖아요. 가능하면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려고요. 친환경 제품들을 판매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까 대나무로 만든 칫솔이 있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나무 칫솔은 물에 젖은 채로 두면 썩을 수가 있어서 쓰고 나면 물기를 건조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습관이 되니 괜찮아졌단다. 장회경 씨의 집 화장실엔 세숫대야가 2개 있다. 큰 세숫대야는 속옷이나 손수건을 빠는 용도로, 작은 세숫대야는 세수하고 몸을 씻는 용도로 사용한다. 
“예전에는 샤워기를 틀어놓고 샤워를 했죠.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씻으면 확실히 물이 많이 절약되더라고요. 머리를 감을 때도 플라스틱 통에 담긴 샴푸 대신 비누샴푸를 사용하고 있어요.”

 


오전 9시
- 회사 도착 -


일을 시작하기 전에 커피 한잔을 마시는 장회경 씨에게 개인 머그잔은 필수다. 머그잔과 텀블러를 사용하게 되면서 종이컵 사용이 크게 줄었다. 또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서 사용하고 있다.
“스테인리스 빨대는 휴대하기도 편하고 솔을 사용해 씻어서 쓸 수 있어 좋습니다. 빨대 구멍도 크기별로 다양하게 나와 있어서 펄이 들어간 버블티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사용하실 수 있어요.”

 


오후 12시
- 점심시간 -


약속이나 회식이 있는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장회경 씨는 점심으로 직접 싸간 도시락을 먹는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밑반찬을 포함해 음식을 많이 남기게 되잖아요. 나 하나라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봐야겠다 싶어서 먹을 만큼만 소량으로 준비해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도시락을 갖고 다닌 지는 3개월 정도 되었어요. 바쁜 아침 시간에 도시락까지 준비하려면 번거로울 것 같지만 미리 만들어놓은 밥과 반찬을 담는 데 5분밖에 안 걸려요.” 
칫솔과 마찬가지로 대나무 수저를 사용해 식사하고, 흘린 음식은 휴지 대신 손수건으로 닦
는다. 
“처음에는 손수건을 깨끗하게만 사용하려고 했어요. 손수건의 역할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코 풀 때도 사용하고, 김칫국물 흘린 것도 닦고…. 휴지 사용을 줄이려고 손수건을 쓰는 것인 만큼 요즘엔 편하게 막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신 하얀 면 손수건을 사용하면서 수시로 삶아 빨고 있어요.” 
도시락을 먹기 시작하면서 음식을 남기지 않아 좋은 것도 있지만 점심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간단히 도시락을 먹고 남은 시간엔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해요.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겼죠. 점심값도 절약되고, 적게 먹으니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오후 6시
- 퇴근길 -


장회경 씨의 가방 안에는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이 가득한데, 그중 하나가 장바구니다. 퇴근 후, 마트에 들러야 할 때 장바구니는 그야말로 ‘잇템(꼭 있어야 하거나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다. 
“감자나 당근 같은 채소를 살 때도 웬만하면 비닐에 안 담고 흙이 묻은 채로 그냥 장바구니에 담아요. 오랫동안 친환경을 실천해온 보살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장을 볼 때 고기나 생선을 담을 수 있는 용기를 직접 가져가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저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못하고 있지만,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오후 7시
- 집 도착 - 


집에 돌아온 장회경 씨가 저녁을 준비한다. 내일 가지고 갈 도시락까지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쌀을 씻은 후 남겨놓은 쌀뜨물을 따로 남겨놓는데, 설거지할 때 주방세제 대신 사용하기 위해서다. 기름기가 많이 묻지 않은 그릇들은 쌀뜨물만으로도 깨끗이 닦인다고 한다. 장회경 씨의 저녁 식탁은 채소 위주의 반찬으로 차려졌다. 
“요즘 가능하면 고기 섭취를 줄이려고 하고 있어요. 고기 1kg을 만들기 위해 사료용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곡물이 소비된다고 하더라고요. 동물들이 단지 인간을 먹여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만 키워지는 것에도 죄책감이 듭니다. 닭의 평균 수명이 17~18년이라고 들었는데, 닭고기를 좋아하는 우리들은 6개월도 안 된 닭을 먹잖아요.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가르침에서 생각해보아도 이런 현실은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새내기 에코보살, 장회경 씨의 하루는 작지만 큰 실천으로 이어져가고 있었다. 붓다는 무지, 어리석음이야말로 고통의 시작이라고 말씀했다. 눈앞의 편리함만 쫓으며 환경을 더럽히는 것은 다른 생명의 고통을 외면하는 행위이며, 결국 그 고통은 인과에 의해 우리 몫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환경에 관심을 두기 전에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는데, 현실을 보고 나니 죄책감도 생기고 외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처님께서도 정견을 말씀하셨잖아요. 바르게 보고 문제를 직면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
니다. 제 작은 실천으로 조금이나마 세상이 맑아지고 다른 사람의 삶도 조금씩 변화되면 좋겠어요. 100% 완벽하게 실천할 수는 없겠지만 함께 하다 보면 시행착오도 서로 나누면서 힘이 될 수 있겠죠.” 
어쩌면 친환경적인 삶은 특별히 노력해야 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당연한 일상,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글. 
조혜영
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