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수행 체험 이야기는 이제 그만

2020-04-17     김선경

『맛지마 니까야』에 나온 대로 수행하면
누구나 ‘열반(涅槃)’을 성취할 수 있다

 

이중표 역해 | 888쪽 | 값 39,000원

 

한국 불교학계를 대표하는 이중표 명예교수(전남대 철학과)의 『니까야』 번역 시리즈, 그 두 번째 『정선(精選) 맛지마 니까야』가 출간됐습니다. 제1권 『정선 디가 니까야』의 후속작입니다. 
『디가 니까야』가 외도(外道) 사상을 비판하고, 모순 대립하는 개념적 사유의 틀에서 벗어나 불교의 철학적 입장을 설명한 경집(經集)이라면, 『맛지마 니까야』는 열반으로 인도하는 수행법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담은 경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불교 수행의 모든 내용이 담겨있는 경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한때 서구사회에서 시작해 우리나라에서도 요가나 명상 같은 정신 수행이 크게 유행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 유행은 이제 정착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유명 CEO의 명상 수행’ 같은 이야기가 이제는 큰 이슈가 되지도 않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접할 때마다 일반인들은 살짝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뭔가 수행하면, 공중부양 같은 것을 떠올리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신비롭고 보통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저 머나먼 세계의 경지 같은 것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당혹스러운 것은 불교도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불교가 아시아 국가 대부분에 영향을 끼쳤고, 그토록 많은 문헌과 전통이 전해옴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불교 수행을 해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수행법으로 크게 깨친 인물들은 그저 글 속에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믿음을 갖고 수행하는 불교도들도 효과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요가니, 명상이니, 정신 수행이니 하는 것들은 정말 효과가 있을지 그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붓다는 자신이 죽고 나서 불교 수행법을 의심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리라고 확신했던 것 같습니다. 경전 속에 그토록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수행법을 남겨놓았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에게 지겨울 만큼 반복하고 반복하며 설명에 설명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제자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번역되는 과정에서 점점 난해하게 변모해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덮개를 일거에 걷어버리고 그 알맹이를 바로 볼 수 있다면, 허탈할 만큼 단순 명쾌한 내용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 덮개 중 하나가 번역의 문제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매끄러운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이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행의 핵심을 적확하게 짚어 해설해야 합니다.
이중표 명예교수님은 바로 이러한 일을 지난 30여 년간 묵묵히 해오셨습니다. 누구나 읽기 쉽고 알기 쉽게 불경을 우리말로 번역해 왔고, 그 성과가 바로 ‘정선(精選) 니까야 시리즈’로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친근한 현대어 번역과 쉬운 해설로 『정선 맛지마 니까야』를 풀이해 불교 수행의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이 한 권이 책으로 정신 수행은 무엇이고, 불교 수행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해제를 통해 『맛지마 니까야』를 관통하는 수행법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불교 수행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맛지마 니까야』 어디에도 깊은 삼매 속에서 문득 깨달음을 얻는다는 이야기는 없다. 오히려 삼매에서 얻은 것을 모두 버리고, 지각활동을 있는 그대로 통찰함으로써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강조한다.”

즉, 어디에도 깊은 삼매에 빠져 신비한 체험을 통해서만이 열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불교 수행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맛지마 니까야』는 이러한 흐름을 「근본법문(根本法門) 경」, 「6입처(六入處)에 속하는 큰 경」, 「지각수행(知覺修行) 경」에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붓다는 불교의 핵심 수행법을 이렇게 말합니다. “범부는 여섯 가지 지각활동, 즉 6근(六根)의 활동이 ‘나’라고 하는 ‘자아’를 키우고, 여기서 발생하는 분별심이 번뇌를 낳는다. 그렇게 ‘분별하는 마음[識], 접촉[觸], 느낌[受] 등’을 취함으로써 5취온(五取蘊)이라는 망상 덩어리가 커간다. 불교 수행은 이 망상 덩어리를 지각하고 이해하여 소멸시키는 데 있다. 오히려 신비 체험이나 깊은 삼매에 빠지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끊임없이 지혜의 눈으로 자신의 마음을 통찰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나는 이렇게 생각해, 나는 이걸 좋아해, 나는 저 사람이 싫어, 나는 이 음식이 맛있어, 나는 저 소리가 시끄러워, 나는 이 느낌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라고 생각하며 한시도 쉬지 않고 ‘나는’이라는 자아의식을 키우고 있습니다.

붓다는 그 ‘나는’을 ‘내가’ 지혜로운 ‘통찰지(通察智)’로 끊임없이 바라보며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허구임을 알아차리고, 번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라고 우리를 독려합니다. 그 내용이 담긴 경이 바로 『맛지마 니까야』이고, 그 정수를 모아 엮은 것이 『정선 맛지마 니까야』입니다.

총 152편으로 구성된 『맛지마 니까야』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70편의 경을 가려 뽑아 한 권으로 엮은 『정선 맛지마 니까야』는 우리에게 불교 수행은 무엇인지를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여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