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통신] 두드려, 봄[春]

2020-02-25     최호승

입춘 (立春) .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다. 이날부터 봄이 시작된다. 맞다. 계절은 겨울이지만 2월은 생명 움 틔우고 꽃 피기 위해 겨우내 아껴둔 생명력을 뿜어내는 달이다. 몸과 마음이 움츠러 드는 계절에도 새싹은 언 땅을 두드리며 봄을 준비한다. 그리고 짙은 녹음과 향기로운 꽃, 풍성한 열매를 예고한다.

●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세상은 지금 아프다. 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중 리투아니아에 이어 자살률 2 위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간한 ‘2019 자살예방 백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하루 평균 3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2013년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수는 줄고 있지만 시도한 사람은 여전히 증가 추세다. 한 보도에 의하면 정신적 어려움이 자살동기로 꼽히기도 했다.

● 질문을 던진다. 배고픈 자에게 밥이 되고 아픈 자에게 약이 되듯, 지금 여기서 붓다의 가르침은 어떤 울림으로 다가가야 할까. 붓다의 가르침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겼을까. 표현과 방식은?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전법선언에 있다.

● 29세에 출가해 35세에 깨달음 얻고, 80세에 열반한 붓다는 45년 동안 전법의 길을 걸었다. 붓다가 녹야원에서 비구 5명에게 최초 설법을 하기 전 아무도 진리를 몰랐다. 탐진치 삼독심, 즉어둠 몰아내는 밝은 빛이 없었다. 무명 (無明) 이다. 하지만 빛 하나 밝히면 어둠 속 사물이 뚜렷해진다. 붓다가 처음 법륜 굴린 그 날진리의 등불 5개가 불 밝혔다. 이후 야사와 53명 친구들이 모두 등불을 밝히자 붓다는 전법을 선언했다. 경전에는 이렇게 전한다.

● “비구들이여, 많은 사람들의 행복과 이익을 위하여, 세상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갖고서, 천신과 사람들의 행복과 이익을 위하여 전도하라. 두 사람이 한 곳으로 가지 마라. 비구들 이여, 처음도 중간도 마지막도 좋은 의미와 표현을 갖춘 법을 설하라.”

● ‘이고득락 (離苦得樂) ’이다.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길 바라는 게 붓다의 가르침이다. 전법선언 이후 세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가르침을 받아들였고, 이해하며 확장해 가고 있다. 그 가르침은 여러 역사적 맥락을 거치며 쇠잔하 기도 했고, 꽃피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탈종교화라는 시대 흐름이 신도 숫자 감소라는 표면적 수치를 화두처럼 던졌지만, 적어도 영적인 삶 등 행복을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희망도 엿볼 수 있었다.

● 고통으로 언 마음들을 조심스럽게 두드려 본다. 두드리고 두드려서 작은 틈새를 만들어 본다. 거기에 붓다의 가르침이 라는 씨앗을 심고 행복의 열매를 맺고자 노력하는 이들을 만났다.
유튜브, 수행공동체, 명상, 사찰 등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트렌드 에서 저마다의 원력과 방법으로 붓다의 가르침을 파종하고 있었 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전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 영상이라는 도구 사용이 어색했지만 큰 원력 앞에서는 작은 문제였다. 대승불교를 표방하는 한국불교 토양 위에 건실한 초기불교 수행공동체를 세웠고, 명상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앱과 심리치유라는 방편으로 중생과 만나고 있었다. 새로운 트렌 드를 쫓아가기도 바쁜 지금 오히려 멈춤과 전통문화 가치, 승가· 수행정신 실현의 중요성을 일깨운 스님도 있었다.

● 빼앗긴 들에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 얼어붙은 마음에 봄이 오길 바라며. ‘잔잔한 극성 (極盛) ’으로 두드려, 봄 [春].

글.
최호승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