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천계(1) 욕계와 육욕천, 사대천왕

2020-02-19     전순환

지난 칼럼 (541호) 에서 이야기한 바에 따르면, 윤회 (saṁsāra) 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 인간이든 신이든 그 어떤 종류의 피조물이든 영혼을 갖는 ─ 유정 (有情, sattva) 은 죽은 뒤 전생이나 현생의 업 (karman) 에 따라 6취 (六趣) 의 세계 (loka) 에태어난다. 그리고 몸 (kāya · ) 말 (vāk · ) 마음 (manas) 과관련하여 10악업을 저지른 자들은 악행의 경중에 따라 지옥계·축생계·아귀계·아수라계의 4취에 환생하고, 10선업을 행한 자들은 선행의 정도에 따라 인간계와 데와-로카 (deva=loka) 를 의역한 천계 (天界) 라는 2취에 다시 태어난다. 누구든, 6취에 관해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면, 인간보다 더 뛰어나고 수명이 길며 괴로움이 훨씬 덜하다는 천신들이 머무는 지상 (地上) 의세계가 사람들이 사는 염부제와 같은 지표 (地表) 나팔대지옥과 같은 지하 (地下) 의 세계보다 훨씬더 나은 곳이라고 생각하며, 그곳에 환생하기를 바랄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천계는 과연 어떠한 세상일까? 이곳에는 어떤 천신들이 존재하며, 그들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들을 통한 천계에 대한 이해는 지하·지표의 세계 (loka) 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천신들과 관련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불교 용어들이, 범본 『반야심경』이나 『금강경』과 같이 압축된 적은 분량의 반야부 경전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많은 분량의 『팔천송반야경』이나 『만팔천송반야경』, 『이만오천송반야경』 등에 매우 빈번하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삼계 천계의 전체적인 성격은 3계 (三界) 로 의역되는 트라이-다투카 (trai=dhātuka)
를 통해 알 수 있다. 사실 이 용어는 어원적으로 명사 트리-다투 (tri=dhātu) 에 카
(ka) 가 붙으면서 수사인 트리 (tri) 에 브릇디 (vṛddhi) 가 적용되어 파생된 형용사로서 ‘3계로 구성되는’을 뜻하고, 형태의 변화 없이 다시 명사로 파생되어 그 의미는 ‘3계로 구성되는 세계’가 된다. 3계는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욕계 (欲 界 · ) 색계 (色界 · ) 무색계 (無色界) 를 가리키고, 산스크리트의 어원적 의미에 따르면이 세 가지의 계층으로 형성되는 영역이 곧 하나의 세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적이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리그베다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지만 범본 경전들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트리-다투가 표제어로 소개되는 경우가 일반 적인데, 이는 3계만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로 생각된다. 참고로 리그 베다 (I.154.04) 에서 트리-다투는 ‘세 겹/층’을 의미하며, 바로 따라 나오는 ‘땅, 하늘, 살아있는 모든 피조물’을 가리킨다. 그렇다 하더라도 불교에서 말하는 3계라 함은 기본적으로 모든 법이 포함되어 있는 하나의 세계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앞으로 필자는 3계 가운데 욕계에 속하는 6욕천이란 천계의 천신들에 관한 어원 이야기를 몇 차례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고, 그 첫 번째 대상은 4대천왕 이다. 그런데 이에 앞서 지옥계·인간계·천계 등의 육취에서, 욕계 등의 3계에서 사용되는 계 (界) 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이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하고 본 주제로 넘어가기로 한다.

한자어 界는 현재의 문맥에서 ‘세상, 세계’를 의미하는 단어이고, 사용하기에 문제가 없어 보이는 번역처럼 보인다. 하지만 번역의 유래가 되는 산스크리트 어휘를 보게 되면, 분명한 차이들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육취에서 천계 등의 계는 로카 (loka) 에서, 3계나 욕계 등의 계는 다투 (dhātu) 에서 번역된 것이다. 불교에서 바라보는 우주 (Universe) 는일반적으로 공간적 (Spatial) 차원과 시간적 (Temporal) 차원으로 구성되고, 공간적 차원은 다시 수평적·평면적 (Horizontal) 측면과 수직적·계층적 (Vertical) 측면으로 나눠진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 따른다면, ‘ (탁 트인) 장소’란 의미의 loka 는 평면적 측면에서, ‘층, 단계’을 뜻하는 dhātu는 계층적 측면에서 바라보아지는 세계 (World) 인 것이다. 그렇다면 삼천대천 (三千大千 · ) 이천중천 (二千中千 · ) 소천의 세계는 loka와 dhātu의 합성어로 표현되기에 평면적·계층적 두 개의 측면 에서 바라보아지는 세계라는 계산이 나온다.

욕계

이러한 해석에 근거한다면, 이제 카마-다투 (kāma=dhātu) 를 의역한 욕계 (欲界) 는계층적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하고, 그러한 개념이기에 3계 가운데 가장 하부에 존재하는 층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계층성은 반야부의 범본 경전들에 서, 빈도는 낮지만 카마에 ‘영역, 층’을 뜻하는 아와차라 (ava-CAR-a) 가 붙기도 하는 합성어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입증될 수 있을 듯하다. 왜냐하면 이 산스크리트 용어는 어원적으로 ‘ (위에서) 아래로 나아감, 수직적 하향’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카마 (kāma) 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이 단어는 어원적으로 ‘갈 망/사랑/요구하다’를 뜻하는 어근 KAM에 접미사 a가 붙어 형성된 명사로서 일반적으로 ‘열망, 사랑, 요구’를 의미하지만, 현 맥락에서의 욕 (慾) 은 일반적 의미의 정도를 훨씬 넘어선 매우 강한 욕망이라고 말할 수 있다. 541호에서 소개한 프루덴 (Pruden) 의 『구사론』 영역본 (p.368) 에서 카마는 식욕 (食慾) 과 음욕 (淫慾)
으로 이야기되고 있고, 542호에서 언급한 라모뜨의 『대지도론』 (p.951) 에 따르면 욕계의 천신들은 욕망을 유발시키는 다섯 가지 대상에 집착한다고 말한다.

오욕 이 대상들은 5욕 (五慾) 으로 불리고 있으며, 이는 판차-카마-구나
(pañca=kāma=guṇa) 를 의역한 용어이다. 그 다섯 가지는 지난 537호에서 이야기한바 있는 5경 (五境) 이다. 다시 소개하면, 5경은 감각기관인 5근 (五根) , 즉 눈 (眼 · )
귀 (耳 · ) 코 (鼻 · ) 혀 (舌 · ) 몸 (身) 각각을 통해 드러나는 형상 (色 · ) 소리 (聲 · ) 냄새 (香 · ) 맛
(味 · ) 감촉 (觸) 이다. 각각의 산스크리트 용어는 537호를 참조하기 바란다.

육욕천

이제 욕계를 구성하는 천계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기로 한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욕계는 지옥계에서 인간계, 그리고 묘하게도 6욕천 (六欲天) 으로 불리는 천계들까지 포함한다. ‘욕계’와 ‘여섯 개의 천계’라는 키워드로 6욕 천에 대한 산스크리트 용어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사실 이 단어는 범본 불전들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용어의 개념을 범어로 정확하게 표현 해본다면, ‘욕계에 속하는 여섯 개의 천계’를 뜻하는 삿-카마다투-데와로카
(ṣaṭ=kāmadhātu=devaloka) 이고, 한자어로는 욕계-육천계 (欲界六天界) 정도가 된다. 천계에 머문다고 하지만, 『대지도론』 (ibid) 에 따르면 욕망의 대상인 5경에 집착하는 천신들 또한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지옥에 떨어지고, 그곳에서 고통이란 고통은 모두 받는다고 한다.

사대천왕

6욕천 가운데 가장 아래이자 인간계 위에 존재한다는 천계로서 4대천왕 (四大 天王) 이 이곳에 머물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으로 보인다. 이 용어는 범본 『팔천 송반야경』 23장 ‘천제석II’ 편에서처럼, 수사 ‘4’의 차투르 (catur) 가 ‘위대한-왕’ 의 마하-라잔 (mahā=rājan) 을 수식하는 명사구에서 의역된 것이다. 4대왕중천
(四大王中天) 이란 한자어도 종종 눈에 띄는데, 이는 차투르-마하-라자-카이카
(cātur=mahā=rāja=kāyika) 를 의역한 표현이고, 정확한 의미와 품사는 ‘4대천왕 (의 천계) 에 속하는’의 형용사이다. 이 형용사는 예외 없이 ‘천자 (天子) ’를 뜻하는 복수의 데와-푸트라 (deva=putra) 를 수식하고 있으며, 『팔천송반야경』 2장 ‘천제석I’ 과 6장 ‘수희와 회향’ 편에서는 ‘천자들’에 이만 (二万) 의 수사 윙샤티-사하스라
(viṁśati=sahasra) 도 함께 따른다. 그런데 이 명사구에 항상 따라붙는 명사가 하나더 있다. 그것은 바로 로카-팔라 (loka=pāla) 이다. 이를 직역하면 ‘세간의 수호자’ 가 되며, 수호의 대상은 불법 (佛法) 과 4중 (四衆) 이고, 세간은 수미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각각의 방위에 존재하는 네 개의 섬, 즉 4대주 (四大洲) 를 포함한 세상 이며, 4대천왕은 수미산 (須彌山) 중턱에 머문다고 이야기된다.

지국천왕 동-승신주 (東-勝身洲) 와 더불어 동향을 관할한다는 이 천왕은 드르타-라스트라 (dhṛta=rāṣṭra) 로 불리고, 지국-천왕 (持國-天王) 으로 의역되어 있다.
이 용어는 ‘유지되는’의 수동완료분사 드르타와 ‘영토’의 라스트라가 결합된 소유합성어로서 ‘유지되는 영토를 가진 자’를 뜻한다. 영토가 안정되게 지속된다는 어원적 의미로 인해 나라를 유지한다는 지킨다는 持國의 의역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지국천왕은 백성을 잘 보살핀다는 안민 (安民) 의 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명을 따르는 사령 (使令) 들은 ─ 아직까지 어원이 밝혀져 있지 않은 ─ 건달바 (乾達婆) 로 음역되는 간다르와 (Gandharva) 란 신들과 비사사 (毘舍闍) 로 음역되는 피사차 (piśāca) 란 마귀들이라고 한다.

광목천왕 서-우화주 (西-牛貨洲) 와 더불어 서향을 관할한다는 이 천왕은 위루파-악사 (virūpa=akṣa) 로 불리고, 광목-천왕 (廣目-天王) 으로 의역되어 있다. 이 용어는 ‘정상적이지 못한’의 위루파와 ‘눈’의 악사가 결합된 소유합성어로서 ‘기 형의 눈을 가진 자’를 뜻한다. 기형의 눈이라 함은 세 개의 눈을 가졌다고 하여 붙여진 수식어이고, 그렇기에 남달리 시야가 넓다는 의미에서 廣目의 의역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광목천왕은 넓은 시야를 갖고 있기에 관할 지역의 중생을 두루두루 살핀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의 명을 따르는 사령들은 ─ 어원을알 수 없는 ─ 뱀 [毒] 을 뜻하는 나가 (nāga) 와 부단나 (富単那) 로 음역되는 푸타나(pūtana) 란 마귀들이라고 한다.

증장천왕 인간들이 거주하는 남-섬부주 (南-贍部洲) 와 더불어 남향을 관할 한다는 이 천왕은 위루다카 (virūḍhaka) 로 불리고, 증장-천왕 (增長-天王) 으로 의역되어 있다. 위루다카는 ‘성장하다’의 어근 RUDH에 접두사 vi가 붙어 ‘싹을 틔우다, 발아하다’가 되고, 여기에 수동완료분사 접미사 ta가 붙어 ‘발아된’의 virūḍha가 되고, 여기에 접미사 ka가 붙어 ‘발아된 것/곡식’의 명사가 된다. 바로 이러한 의미로 인해 늘어나고 길어진다는 增長의 의역이 나온 것으로 보인 다. 증장천왕은 만물의 생기 (生起) 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의 명을 따르는 사령들은 구반다 (鳩槃荼) 로 음역되는 굼반다 (kumbhāṇḍa) 와 아귀 (餓鬼) 로 음역되는 프레타 (preta) 란 마귀들이라고 한다. 굼반다는 ‘냄비’의 굼바 (kumbha) 와 ‘고환’의 안다 (aṇḍa) 가 결합한 소유합성어 (Bahuvrīhi) 로서 ‘냄비 모양의 고환을 가진 자’를 의미한다.

다문천왕 북-구로주 (北-倶盧洲) 더불어 북향을 관할한다는 이 천왕은 와이슈라와나 (vaiśravaṇa) 로 불리고, 다문-천왕 (多聞天王) 으로 의역되어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용어는 ‘먼 곳까지/널리 듣다’의 어근 vi-śru에 접미사 ana가 붙어 ‘광범위하게 듣는 귀’를 뜻하는 vi-śrav-aṇa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여기에서 형용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접두사 vi에 브룻디가 적용되어 vai가 되어 ‘넓은 지역에 걸쳐 듣는 귀를 갖춘’이 되고, 계속해서 형태의 변화 없이 명사가 되어 ‘… 귀를 가진 자’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어원적 의미로 인해 多聞의 의역이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다문천왕은 불법을 많이 듣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의 명을 따르는 사령들은 야차 (夜叉) 로 음역되는 약사 (yakṣa) 란 신들과 나찰 (羅刹) 로음역되는 락사사 (rākṣasa) 란 마귀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불전에 등장하는 이 4대천왕의 역할은 구체적으로 과연 어떠한 것일까? 범본 『팔천송반야경』에는 반야바라밀다를 듣기 위해 4대천왕과 그에 속하는 2만의 천자들을 포함하여 무수의 천신들이 법회에 동석해 있는데, 그역할에 관해 천왕들이 세존에게 명확하게 아뢰는 장면이 있기에 이를 소개하며 본 칼럼을 마무리 짓기로 한다.
“세존이시여, 경이롭습니다. 반야바라밀다를 습득하고 마음에 새기며 낭송하고 통달하며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트리는 선남자나 선여인이〔성문승·독각 승·보살승의〕 3승 (三乘) 에서 유정들을 훈련시키지만, 〔정작 훈련받는〕 유정들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 〔참으로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반야바라밀다를 습득하고… 널리 퍼트릴 선남자나 선여인을 지키고 막아주며 보호하는 일을 철저하게 수행할 것입니다.” (3장 ‘천제석’ 편)
● 다음 어원 여행은 도리천( 忉利天), 그리고 공거천(空居天)과 관련된 용어이다.

 

전순환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대학원 졸업.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교 인도유럽어학과에서 역사비교언어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시작된 한국연구재단 지원 하에 범본 불전 (반야부) 을 대상으로 언어자료 DB를 구축하고 있으며, 서울대 언어학과와 연세대 HK 문자연구사업단 문자아카데미 강사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팔천송반야경』 (2019, 불광출판사) , 『불경으로 이해하는 산스크리트-반야바라밀다심경』 (2012, 지식과 교양) , 『불경으로 이해하는 산스크리트-신묘장구대다라니경』 (2005, 한국문화사)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