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통신] 조금 일찍 한 해를 보내며

2019-12-22     양민호

잡지팀 시계는 조금 빨리 갑니다. 한 달 앞서 잡지를 만들기에 그렇습니다. 2019년이 아직 한 달가량 남았지만, 월간 「불광」 만드는 사람들은 지금이 연말입니다. 다가올 새해를 맞이할 준비로 분주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올 한 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는 일입니다. 성과를 판가름하고 그것을 토대로 더 나은 내년을 위해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인데요. 성과를 따지는 기준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크게 보면 비슷합니다. ‘돈’과 ‘의미’. 전자는 결론 내리기 쉽습니다. 쓴 돈과 번 돈을 비교해서 남는 게 있으면 성공이요, 적자면 실패입니다. 자본주의 사회, 돈 없이는 굴러갈 수 없는 사업 영역에서 돈벌이는 단연 중요한 척도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또 의미 생산입니다.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했냐는 것인데요. 여기에 대한 판단은 두 가지 관점에서 가능합니다. 스스로 자기 일에 대해 평가할 수 있고, 바깥으로부터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요. 잡지로 치면 편집자/기자/디자이너가 ‘스스로’고, ‘독자’가 ‘바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2019년 월간 「불광」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합니다. 마음 같아선 좋은 말, 토닥이는 말만 듣고 싶지만, 그렇지만은 않을 테지요. 부족함과 아쉬움을 느낀 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달든 쓰든, 그 말씀들은 매한가지로 약이 될 것이기에 월간 「불광」은 독자 여러분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침 없이 귀담아들으려 노력하겠습니다. 조금 이른 세밑 다짐이자, 앞으로도 계속될 약속입니다. 덧붙여 올 한 해 월간 「불광」을 사랑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볼 게 넘쳐나는 시대, 휴대전화만 있으면 무엇이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도, 여전히 종이 잡지를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 분들이 있기에 월간 「불광」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할리우드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고백으로부터 시작된 ‘미투(metoo)’ 운동. 지난해 한국 사회에도 각 사회 분야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지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성 평등과 여성 인권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입니다. 그간의 잘못된 관행과 인식을 바로잡고자 노력 중이며, 제도 개선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거센 변화의 바람을 타고 세상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종교계는 어떨까요? 워낙 굵직굵직한 사건이 많아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긴 했지만,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때 종교계에도 날 선 비판의 목소리와 자성의 메아리가 울렸습니다. 불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교단 내 성폭력, 남성 중심의 종단 운영과 불교 의례·의식 전통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습니다. 그동안 종교계 역시 많은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에 월간 「불광」은 ‘불교, 여성를 말하다’를 12월호 특집 주제로 삼았습니다. 여성 불자의 관점에서 불교를 바라보고, 앞으로 한국불교가 개선해 나가야 할 지점이 무엇일지 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먼저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여성상을 통해 여성 불자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 살피고, 이어 불교 내 성 평등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담았습니다. 또 근현대 대표 여성 불자였던 일엽 스님의 삶을 통해 현대 여성 불자의 지향점을 짚어보았습니다. 끝으로 특별 대담을 통해 어떻게 종교 내에서 성 평등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평등에 기여할 수 있을지 논의했습니다. 늘 약자의 지위에 머물렀던 여성, 불자. 이번호 특집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이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변화를이끌어내는 행동에 나서길 바랍니다. 그것은 뭇 생명은 차별 없이 평등하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행하는 작은 실천일 겁니다.

글.
양민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