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초대석] 관점을 바꾸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여요!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2019-11-06     남형권

국내 최초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어느 조직에 매이지 않고 한 달에 월급을 20번 받는 오피스리스 워커(Officeless Worker)이자 1년에 300개 강연을 하는 명사. 다음 카카오, 우아한형제들, 선데이토즈, 오콘, 본아이에프 등 수많은 기업을 컨설팅한 남자. ‘관점(觀點)’은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 또는 처지를 말한다. 관점 디자이너는 과연 어떤 일을 하는지, 그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Q ─ 관점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궁금합니다.
관점 디자이너는 제가 만든 직업이에요. 생각 방향이나 구조를 바꿔주는 일을 합니다. 염두에 둔다는 말이 있죠. 저와 계약하는 회사는 한마디로 제 ‘염두’를 빌리는 셈이에요. 클라이언트가 머릿속에 들어오면 경험을 토대로 끊임없이 생각해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제시합니다. 기업 문화를 만들고 바꾸기도 하죠. 저는 늘 “당연함을 부정하라!”라고 강조합니다. 당연하다는 전제가 있으면 아무것도 변화할 수가 없어요. 이슈 못지않게 이슈를 다루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확증편향은 후안무치와 뻔뻔함으로 귀결될 수 있죠.

Q ─ 관점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10년 이상 기자로 일한 게 큰 바탕이 됐습니다. 기사를 쓰려면 사안을 보고 주제, 핵심을 잘 설정해야 합니다. 본질에 집중해야 하죠. 사진 찍을때 ‘아웃 포커스(Out Focus)’를 통해 초점 대상에 집중하거나, ‘트리밍(Trimming)’을 통해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듯이요. 관점의 관은 ‘볼 관(觀)’이잖아요. 기자로서 10여 년 동안 어떻게 볼까 생각했으니 절로 훈련이 된 셈이죠. 40대 중반에 창업했다가 크게 실패했습니다. 어머니께 매일 2만 원 용돈을 받아 생활했어요. 어머니가 “그동안 뭘 벌어놓았니?”라고 물으셨어요. 생각하다 보니 친구들을 벌어놨더라고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제 오랜 친구이자 멘토예요. 어느 날 영화 <올드보이>를 보다가 “당신은 답을 못 찾은 게 아니야. 틀린 질문을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지”라는 대사에 무릎을 쳤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늘 답만 찾으면 된다고 했는데 질문이 틀렸다는 생각은 안 해 봤으니까요. 질문이 뭔지 살펴보니 ‘바탕 질(質)’에 ‘물을 문(問)’이었어요. 바탕을 묻는다는 건 뭘까. 곰곰이 들여다보니 생각은 질문으로 시작했어요.
생각을 끌고 나가는 게 질문이고요. 그리고 질문 앞에 무엇이 있나 봤더니 전제가 있더라고요. 그럼 이것들을 보는 힘이 뭘까, 바로 그게 ‘관점’이었어요. 많은 친구 외에 또 뭘 벌었나 생각해보니 카카오가 초창기 작은 회사였을 때 홍보마케팅 일을 맡아 30대 재벌 대기업으로 성공시킨 경험이 있었어요. 거기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내가 벌어놓은 경험이 타인에게도 가치가 있을까?’ 다행히 있더라고요. 제 경험을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관점 디자이너로서 여러 기업과 일하게 됐습니다. 『관점을 디자인하라』라는 책을 냈는데 베스트셀러가 됐고요.

Q ─ 어떻게 관점을 바꿀 수 있을까요.
누구나 생각이 수시로 일어납니다. 그래서 ‘염두’ 관리가 중요하다고 봐요.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할지 잘 정하는 거죠. 저는 생각이 일어나면 그 생각을 놓치지 않은 채 메모하며 확장하고 고민합니다. 인간, 시간, 공간 등 중요한 단어를 떠올리다 보니 ‘사이 간(間)’ 자가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타인과의 관계 속에 있어서 인간이지 않을까’, ‘몇 시에서 몇 시가 되기까지의 흐름이 시간이고, 벽과 벽의 간격이 공간이 될 수 있겠구나’와 같은 생각으로 이어지는 거죠. 명상도 도움이 됩니다. 은사이자 저를 명상 세계로 인도해준 김주환 교수님은 아트만(Atman)이라 불리는 진아(眞我)를 깨닫고 생각이 나고 드는 걸 오롯이 바라보라고 말씀하셨어요.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첫 단추고, 관점을 바꿀 수 있는 바탕이라고 봐요.

Q ─ 관점을 바꾸고 싶어도 자꾸만 관성으로 돌아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생각에 몰입해야 하지만 매몰되는 걸 주의해야 합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쓴 책 『몰입의 즐거움』의 원제는 『Flow』입니다. ‘Flow’는 흐름이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움직이는 상태죠. 매몰됐다고 느끼는 순간 생각을 멈춰야 합니다. 아니면 생각의 끈을 잡고 거꾸로 빠져나와야 해요. 이면에 못 본 게 있지 않은지, 입장도 바꿔보고 생각해야죠. ‘맹인’ 할 때 ‘맹(盲)’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안 보이는 상태죠. 망할 ‘망(亡)’에 눈 ‘목(目)’이니까요. 하지만 스스로 외면하면 안 됩니다. 애써 무시하지 말아야 해요. 균형 잡힌 관점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Q ─ 한자를 통해 생각을 확장하시는 듯합니다.
한자가 뜻글자이니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의미를 부여하는 게 관점 디자이너로서 하는 일이니까요. 습관과 관습이란 말이 있습니다. 습관은 ‘익힐 습(習)’에 ‘버릇 관(慣)’입니다. 익혀서 관성이 되는 거예요. 구태에 젖어 발전하지 못하는 회사는 습관을 뒤집어 관습적이라고들 합니다. 관성이니까 익히라고 강요하는 셈이죠. 종교도 그렇습니다. 기독교 신자였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불교로 개종했는데요. 어느 날 만난 스님이 “종교를 위해 사람이 존재하니? 사람을 위해 종교가 존재하니?” 물어보시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불교는 사람을 위해 종교가 존재하잖아요. 종교에서 종자는 ‘마루 종(宗)’을 씁니다. 본질,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는 의미죠. 여기 가면 맞고 저기 가면 맞지않는 건 종교가 아니죠. 그리고 불교는 이단이 없습니다. ‘다를 이(異)’에 ‘끝 단(端)’, 끝이 다른 경우가 없어요. 참선이든 공부를 하든 깨달음이라는 종착지가 똑같으니까요.

Q ─ 스스로 자주 하는 질문이 있나요.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너 절실하니?”라는 질문을 매일 합니다. 그리고 “네가 네 생각을 알아?”라고 묻죠. 출가하면 배우는 경전이 불교 수행법과 마음가짐을 가르치는 『초발심자경문』이라고 하죠. 첫 구절이 ‘주인공청아언(主人公聽我言), 주인공아 내 말을 들어라’입니다. 진아와 대화하는 법을 통해 자기를 늘 점검하고 꾸짖는 거예요. 그리고 전 미래와 연결된 생각을 합니다. 스티브 잡스도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을 하며 현재가 미래와 어떻게든 연결된다는 걸 알라고 했습니다. 이건 불교의 연기론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막연히 미래를 생각하며 계획하는 건 아닙니다. ‘3년 뒤에 어떻게 돼 있으면 좋을까?’라고 구체적으로 생각한 후 현재에서 할 일을 찾아갑니다. 3년이라는 시간은 현실적이고도 이상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Q ─ 관점 디자이너로서 번뇌를 극복하고 행복을 찾는 법에 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살다 보면 항상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지’와 ‘인간이니까 그러면 안 돼’라는 영역이 있어요. 그 사이, 틈을 보는 힘이 필요합니다. 불교에서 “두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죠. 만약 길을 가다 웅덩이에 빠지면 거기서 끝내야죠. “아니 왜 갑자기 길에 웅덩이가 생겼어!”라며 공무원 욕을 한다거나, “내가 왜 못 봤을까!” 자책하며 두 번째 화살을 맞으면서부터 번뇌가 생기는 것 같아요. 누구나 성공하고 싶어 합니다.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은 절실함이 있다는 거예요. 스티브 잡스도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망하라, 바보처럼 우직하게)!”라고 했죠. 하지만 그 절실함이 향하는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합니다. 소유 자체에만 집착하는 건 행복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값비싼 고급 카메라를 사고 싶어 해요. 그 카메라 자체가 행복인가요? 아니죠. 좋은 카메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경험이 행복입니다.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대표가 카메라를 무척 좋아합니다. 비싼 카메라를 샀길래 “카메라에 집중하지 말고, 카메라로 찍는 사진에 집중해보세요”라고 말한 적 있어요. 얼마 후 김 대표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 한 명 한 명 사진을 남몰래 찍어 그 뒤에 밤새 일일이 편지를 쓴 뒤, 다음 날 아침 출근길 복도에 전부 붙여놓았더라고요. 사진 찾아가시라고. 많은 직원이 울먹거릴 정도로 감동했죠. 이분 카메라는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한 겁니다. 만약 사랑하는 자신의 아이가 “행복이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어떻게 설명하실 건지 생각해보세요. 행복의 조건에만 집착하면 진정 행복할 수 없습니다.

글. 남형권
사진. 최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