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나이 듦에 관하여] 어떻게 죽을 것인가?

2019-09-26     오진탁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5가지

‘어떻게 살것인가?’ 하는 물음은 세속적인 성공이나 출세 등을 모색하는 ‘삶의 양(QuantityofLife)’과 관계되는 질문이다. ‘어떻게 죽을것인가?’하는 물음은 삶과 죽음의 의미, 혼, 가치, 삶의 보람, 죽음 방식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삶의 질(Qualityof Life)’과 ‘죽음의 질(Qualityof Death)’에 관계되는 물음이다. 삶의 양 적인 차원과 관련되는 문제는 이 세상에서만 의미 있는 듯이 보일 뿐 혼의 성숙과는 별 관련이 없다. 삶과 죽음의 ‘질’과 관계되는 문제는 이세상과 저세상 양쪽 모두에 통용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다운 삶의 권리만 생각했을뿐, 인간다운 죽음의 권리는 생각해 본 일이 없다. 우리 삶은 죽음에 의해 마감되므로, 웰빙은 웰다잉에 의해 완성된다.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은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사느냐를 배우는 것은 이 삶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삶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배우는 것이다.

❶ 죽음 이해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잘 알아야한다. 왜 죽음을 알아야 할까? 육체 중심의 죽음 이해로 삶을 잘 마무리할 수있을까?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과학 만능의 시대를 살다 보니 학교와 사회에서는 죽음을 가르쳐 주지 않고, 죽음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죽음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육체 중심으로 죽음을 이해하고 삶역시 마찬가지로 육체 중심으로 살아간다. 죽음을 잘 이해하는 일은 삶을 의미있게 위하는 일과도 직접 연관된다. 언젠가는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말은, 이 삶을 전부로 안다는 뜻이다. 그럴경우, 우리는 죽어야만 하는 인간의 한계, 세속의 울타리와 육신의 감옥에 갇혀 버리고 만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살다가 삶을 마감한다. 불교는 오래전부터 죽음은 육신이란 낡은 옷을 갈아입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스님은 말했다. “육신을 80년 끌고 다니면 부품 교체가 아니라 폐차 처분 할 때가 있다.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육신의 죽음을 끝이라고 보면 막막하지만,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어떤 희망이나 기대를 하게 된다.”

❷ 죽음 준비

우리는 죽음과 관련해 네 가지를 알 수 있다. 누구나 죽는다, 언제나 죽을 수있다, 어디서나 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는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누구나 평등 하지만, 죽어가는 마지막 모습은 똑같지 않다. 살기도 바쁜 세상에 왜 죽음까지 준비해야 하는가, 이런 의문이 들 수도있다.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 아무런 준비 없이 황망하게 죽는 사람이 대부분 아닌가?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과 함께 살게 되고, 죽음이 찾아온 순간 삶 전부를 마감하는 것이므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잘 알고 이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죽음 준비, 지름길은 없다. 일상의 삶에서 꾸준히 실천하는 수 밖에 없다. 죽음 준비의 구체적 방법은, 첫째 갑자기 죽음이 찾아오면 떠날 준비가 되었는지, 어떻게 죽을 것인지,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죽음이 언제 찾아 올지는 알 수없다. 죽음이 언제어디서 우리를 부를지라도,선뜻 일어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죽음에 임했을 때 올바른 태도를 가지는가 여부에 따라 그 죽음은 값진 죽음이 될 수도 무의미한 죽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사전 의료의향서’, ‘사전 장례의향서’를 미리 준비한다. 사전 의료의향서만 준비하면 죽음 준비를 다한 것처럼, 좋은 죽음이라는 언론 보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사전 의료의향서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는 의사 표시일 뿐 죽음 준비의 일부에 불과하다. 셋째, 유서작성, 유산문제만이아니라자신 의죽음이해와 죽음 준비 등을 작성해 매년 연말연시에 읽어보고 수정한다. 넷째 사랑의 실천,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밝은 미소를 주위에 전 파한다. 잘살아야 잘죽는다는 말에서 ‘잘’은혼의 성숙을 뜻한다. 혼의 성숙이란 지혜의발현과 사랑의 실천을 의미한다. 다섯째 달라이 라마도 매 일죽음명상을실천한다.아름다운마무리를위해명상을생활화한다.
 

❸죽음, 일상의 대화 주제 평소 죽음을 주제로 가족 간의 대화가 충분히 이 루어져야 한다. 사람들은 죽음을 일상 대화 주제로 삼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그만큼 크고 죽음이 두렵기 때문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언제든 지어디서든지찾아올수있으므로,가족간의일상대화주제로삼는것이바 람직하다.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죽음 이해를 증진시키고, 자기가 원하는 임 종방식을 가족에게 제시하고, 가족의 동의를 미리 받아 두는 게좋다. 가족 간에 대화 없는 상태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되면 크게 당 황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상 세가지는 죽음이 임박하여 하기보다 평소 생활 에서꾸준히실천해야한다.
 

❹죽음수용 죽음을 왜차분히 수용해야 하는가? 죽음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사람도있고화를내는사람도있다.앞에서제시한세가지를평소준비하 지않았다면,자기가죽는다는사실을수용할수있을까?죽어가는사람의임 종모습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자기 자신이나 가까운 사 람이 불치병에 걸리면 누구나 슬퍼하기 마련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치유를 향한 첫걸음은 이처럼 자기가 겪고 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다.죽는순간마음상태가매우중요하다.긍정적인마음으로죽는다면,우리 가가진부정적 카르마에도 불구하고 다음 삶이 개선될 수있다. 혼란스럽고 근심에 빠진 상태로 죽는다면, 우리가 그간의 삶을 잘살았을지라도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있다. 우리가 죽기 직전 지녔던 마지막 생각과 감정이 곧바 로이어질 미래의 행방에 결정적인 향을 미친다. 이런 연유로 스승들은 죽 어가는 순간의 분위기가 몹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죽음을 수용하면 죽음 을넘어설 수있는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죽음을 수용하는 시점부터 죽음 은더이상걸림돌이되지않을수있다.죽음에순응하는순간부터혼의치 유는시작될수있기때문이다.
❺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가족의 수용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가족이 수용 해야 한다. 임종 당사자가 수용했더라도,남아있는 가족이 죽음을 받아들이 지않는다면 임종 당사자가 편하게 떠날 수있을까?이처럼 5가지가 전제되 지않으면,서로작별인사를나눌수없게된다.평소일상에서❶❷❸을꾸 준히 실천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임종에 임해서 죽음을 수용해야만 당사자 와가족이모두편안하게“이젠떠나겠다”,“편안히떠나시라”작별인사를나 누고다시만나자고기약할수있을것이다.“아름다운마무리는언제든떠날 채비를 갖춘다. 그어디어느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순례자나 여행자의 모습 으로 산다. 우리 앞에 놓인 많은 우주의 선물도 감사히 받아 쓸뿐,언제든 빈 손으로 떠날 수있도록 준비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떨쳐 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끝이아니라새로운시작이다.”법정스님말이다.

 

 

오진탁

한림대학교철학과교수.동대학교생사학연구소소장및생사학인문학국사업단장을 역임했으며,현재한국생사학협회장을맡고있다.저서로『자살예방해법은있다』,『삶, 죽음에게길을묻다』,『죽음,어떻게이해할것인가』,『자살예방의철학』,『한세대를 위한금강경』,『능엄경』등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