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들] 차(茶) 문화 전시회로 알리는 차의 가치

김대중컨벤션센터 전시기획팀장 이상진

2019-08-23     허진
김대중컨벤션센터 전시기획팀장 이상진

제13회 광주국제차문화전시회가 오는 10월 개최된다. 광주국제차문화전시회를 맡게 된 지 올해로 4년 차, 이제야 조금은 차인(茶人)들과 차담(茶啖)을 나눌 수 있는 수준이 됐다는 이상진 전시기획팀장을 만났다. 왜 차는 좋은 효능에도 불구하고 커피에 비해 대중화되지 못했는지, 차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차 문화 전시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추운 몸을 데워주던 어머니의 귤차

이상진 팀장이 기억하는 ‘인생 첫 차’는 귤차다. 이 팀장은 어릴 때 어머니가 직접 끓여준 귤차의 향과 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매년 겨울 귤껍질을 깨끗이 씻고 잘 말려서 차를 끓여준 어머니를 떠올린다. “추운 겨울 밖에서 놀다가 들어오면 어머니가 귤차를 따뜻하게 끓여서 내어 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바로 그게 어머니의 지극한 자식 사랑이었구나 싶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인스턴트 커피가 생활화되면서 차를 마실 일이 거의 없었 다. 차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그러다 2016년부터 광주국제차문화 전시회 담당 팀장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차와 차 문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 다. 당시 그의 직속 상사였던 이광이 김대중컨벤션센터 본부장이 매일 아침 전통 녹차, 보이차, 홍차 등 귀한 차를 손수 내려주며 차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 다. “차와 불교, 특히 우리나라의 유서 깊은 사찰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 습니다. 본부장님께 배운 차에 관한 이야기들은 지금까지도 차문화전시회를 기 획하면서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지요.”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우리의 정신문화

“밥 먹고 커피 한잔해!” 단순 기호식품을 넘어 문화가 된 커피. 그에 비해 차는 아직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커피를 즐기는 데 왜 차는 커피만큼 대중화되지 못한 걸까. 이 팀장은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일단 대중들에게 차가 알려진 게 얼마 되지 않았다. 차는 중국에서 처음 넘어올 때 부터 상류층에서 즐기는 문화로 인식됐다. 삼국지에서도 유비가 어머니에게 비싼 차를 선물하기 위해 온갖 일을 겪는다. 차는 시작 자체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류 문화였던 것이다. 어려운 예법도 차 문화 활성화를 가로막는 진입 장 벽 중 하나다. 차를 달여 마시고 손님에게 대접할 때의 예법인 ‘다도(茶道)’, 엄격하게 이 다도를 지키려는 차 애호가들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편안하게 차를 즐기 려는 입문자들 사이 간극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차 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요? 차 는 단순 음료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문화거든요. 차는 급하게 마시는 게 아닙니다. 천천히 우려서 한 잔 한 잔 음미하죠. 그렇게 하다 보면 지금 마시고 있는 차에, 차 마시는 일에 온 정신이 집중됩니다. 흐트러진 마음이 갈무리되고 심신이 안정되 지요. 예부터 불가에 차 마시는 문화가 있었던 것은, 이렇듯 차 마시는 일이 마음 을 돌보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이상진 팀장은 차 문화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차 문화를 대중화하는 데 전시 기획의 초점을 맞춰 왔다. 그 일환으로 마련한, 차와 곁들일 수 있는 티푸 드(tea food)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차화(茶花) 전시, 사찰음식 홍보관 등은 차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행사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의외로 다례(茶禮) 시연 역시 반응이 좋다. 다례 시연 행사를 보려고 멀리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에서 참관객들이 방문한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다례 시연이 단순히 차를 끓여서 마시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지켜본다. 이 팀장도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연 과정을 지켜봤다. 기품 있는 차인들이 다인복을 곱게 차려입고 다소곳이 앉아 소중한 사람에게 차를 내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동방예의지국 한국인의 정서와 부합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지켜봤다가 끝날 때쯤엔 무언가 가슴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어서 다들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은 늘 바쁘잖습니까. 다례를 통해 조금이나마 자신을 쉬게 하고 자신의 감정을 바라볼 수 있어 서 젊은 연령층에서도 반응이 좋습니다.”
 

젊은 세대에도 통하는 차의 매력

전시 기획을 맡은 지 4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점점 높아지는 관람객들 연령대 다. 최근 이상진 팀장이 가장 고민하고 신경 쓰는 부분이 차 문화 ‘세대 단절’에 대한 것이다. ‘차’라는 콘텐츠로 윗세대와 아랫세대를 두루 아우를 수 있으려면 어 떻게 해야 할지, 관련 전시 콘텐츠를 고심하는 중이다. 한 가지 방편으로 젊은 층 에서 소비가 늘고 있는 블렌딩 차(혼합차)와 기존의 전통차를 접목시킬 방법을 찾 고 있다. 또한 빠르면 올해부터 ‘어린이 차 문화전’ 등을 마련해 어린이들에게도 차를 알리고 보급할 계획이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 하다가 연로한 부모님을 도우러 귀농한 젊은 여성 분이 있어요. 부모님이 녹차를 재배하시는데, 그 친구가 젊은 감각으로 여러 차를 블렌 딩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팔더라고요. 소포장해서 예쁜 병에 담아 젊은이들 이 좋아할 법하게 제작해서요. 성과가 꽤 좋습니다. 그걸 보면 차 문화가 젊은 세 대들에게 어필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란 생각입니다. 또한 직업, 산업으로 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더 많은 청년들이 차를 상품화하고 브랜드화하는 데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한편 청년들이 차 산업에, 차 문화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도록 하기 위 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조 리학과와 연계해 차와 곁들일 수 있는 다식(茶食) 조리 대회를 열거나, 재배된 차 를 상품화하는 아이디어 경진 대회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차 산업에 대한 청년들 의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차 문화 관련 제품을 창업 아 이템으로 선정해 지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저희 차 문화 전시회가 젊은 층으로부터 슬슬 좋은 반응들을 끌어내고 있다는 거예요.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게 있구나 싶어 뿌듯합니다. 제 역할은 많은 사람에게 차를 알리고 관심을 끄는 겁니다. 이렇게 모두가 각자 자리 에서 노력하면 차도 커피에 대응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요.” 그의 바람처럼 기존 차 문화에 더해 젊은 세대들이 중심이 돼 새로운 차 문화를 만들고 차가 커피만큼 대중화될 날을 기다려본다.

 

제13회 광주국제차문화전시회

세계의 각종 차와 다기, 다구, 차 문화 및 생활 용품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 외에 차 품평회, 다례 시연, 템플스테이 및 사찰음식 홍보, 학술대회 등 각종 체험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 일시: 10월 17일~20일까지(4일간) | 장소: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문의: 062-611-2212, www.teaexpo.or.kr
 

글. 허진 / 사진. 최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