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되고 힘되는 인연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

2006-11-06     관리자

철도공사 성북승무법우회는 수도권 전철을 운행하는 기관사 불자들의 모임이다. 1990년 창립된 구로승무법우회에서 함께 신행활동을 하다가 1995년 성북승무사무소가 개소되어 성북승무법우회를 창립하여 활동하고 있는 17년 도반들이다.

초창기에 구로승무법우회에서 활동할 때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해프닝도 많았다. 창립취지문 말미에 창립준비위원장 천쫛쫛 합장 이라고 방을 붙여 놓았더니 그게 법우회 직책인 줄 알고 “천 합장님! 천 합장님!” 하고 호칭하는 회원이 있는가 하면 법명이 금강심인 보살님이 계셨는데 금쫛쫛 법우는 희귀 성씨인데 자기와 종씨가 있어 좋아라할 정도로 황당한 일들이 많았다.

가장 큰 고민은 법회 참석인원이 지도법사스님께 법문을 청하기 민망할 정도로 저조한 것이었다. 고육지책으로 가족들을 법회에 끌어 들였으나 서로 친분이 없던 사이에 겨우 법회를 끝내고 헤어지니 서먹서먹한 관계는 계속되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정기법회와 별도로 가족과 함께하는 등산을 겸한 사찰순례법회였다. 효과는 정기법회의 성황으로 이어졌고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회원가족들이 점점 가까워졌고 이야기 거리도 많아졌다.

“야! 이년아! 바람을 피우려거든 걸맞는 상대하고 피든지, 다 늙어 빠진 영감하고 뭔 짓이여.”

어느 때 대둔산 태고사에 등산과 사찰순례법회를 다녀 온 뒤 벌어진 일이었다. 대둔산은 철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일행 중에 젊은 보살 한 분이 고소 공포증이 있었고, 정년을 앞 둔 선배법우 한 분은 무릎이 안 좋아 두 분을 산 중턱에 남겨두고 일행은 정상을 다녀왔다.

그런데 그 젊은 보살님 친정이 대구였는데 마침 그 날 친정 동네 사람들이 그 곳으로 관광을 왔다가 서울로 시집간 처자가 전라도 땅에 외간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으니 영락없는 바람난 여자로 보였나 보다.

이 소식을 들은 친정어머니께서 밤중에 전화를 해서 노발대발하는 것이야 당연지사였다. 신심 깊은 남편이 함께 간 순례법회였기에 오해는 금방 풀렸고 지금까지 부부가 모범적인 신행을 하고 계신다.

거의 20년 가까이 가족이 함께 하다 보니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인연이다. 한국철도공사 성북승무사무소 법우회에 활력을 주는 가족모임 승만부인회에서 원력보살로, 성북승무가족봉사단 ‘버팀목’에서 봉사하는 자비보살로, 환경문화학당에서 수행하는 환경보살로 함께하는 영원한 도반들이다.

그 동안 전근을 간 법우도 있고 정년퇴임을 한 선배법우도 계시지만 법우회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견고한 불심과 더불어 20년을 함께한 끈끈한 정 때문이다. 승만부인회의 정기 가족수련회에는 100%의 참석률을 자랑할 정도다. 척박했던 불심도 이제는 작년 여름 폭염을 무릅쓰고 3000배 철야 정진을 할 정도의 정예불자 들이 되어 있다.

기네스북 등재감이라는 법우님들 말씀대로 내가 직장불교신행단체 19년을 부처님 품안에서 오로지 말뚝 교화부장 소임으로 활동하게 해준 것도, 철도공사불교단체협의회, 철도공사 인트라넷불교동호회, 철도공사 구로승무법우회, 철도공사 성북승무법우회, 승만부인회, 환경문화학당, 가족봉사단 버팀목 등의 창립에 겁 없이 뛰어 들었던 것도 모두 나에게 언제나 복되고 힘 되는 인연이고 든든한 후원자인 도반들 덕분이다.

정찬연|철도청 기관사로서 전 철도청불교단체협의회 사무국장, 철도청인트라넷불교동호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철도공사 성북승무법우회 교화부장, 철도공사 불교단체협의회 포교위원장,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로서 활발한 신행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99년 월간 「불광」 창간 25주년 기념 신행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