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초대석] 불교와 스포츠로 전하는 평화와 공존의 가치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이기흥

2019-07-25     양민호

지난 6월 26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134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이기흥 회장이 신규 IOC 위원(통산 11번째)으로 선출됐다. 국가적인 경사에 대한민국 체육계와 불교계가
한목소리로 환호했다. 장차 우리나라가 스포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커다란 포부를 밝힌 이기흥 회장.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관에서 직접 만나 한국 체육계를 대표하는 IOC 위원으로서, 또 불자들을 대표하는 중앙신도회장으로서 역할과 앞으로의 비전을 물었다.

 

Q ─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으로 선출된 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대한민국 모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이렇게 영광스러운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전 국민이 합심해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기에, 거기에 대한 보답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합니다. 국민적 성원에 대한 감사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고, 우리나라 체육인들 과 불자들을 대표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Q ─ IOC 위원의 역할,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간략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 크게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첫째는 올림픽 같은 IOC에서 주관하는 국제 스포츠 대회의 개최지를 선정하는 일을 하고요. 또 하나는 전 세계의 체육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의사 결정을 하는 일입니다.

Q ─ 우리나라 체육인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대한 체육회장으로서, 또 IOC 위원으로서 향후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어떤 비전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 중책을 맡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만한 부분은 크게 없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체육계와 정부,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역량을 집중하는 데 힘쓸 생각입니다. 그리고 대한체육회 100주년이 되는 내년에 국내외적으로 굵직한 행사들이 많은데요. 먼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또 서울에서 전세계 IOC 회원, 206개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올림픽조직위원회 등 천여 명이 모여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ANOC) 총회를 여는데 이 행사를 무리 없이 잘 치르기 위해 철저히 준비할 생각입니다. 더불어 스포츠를 통해 이념을 넘어 남북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인데요. 이런 활동들을 계기로 2032년 남북이 공동으로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이 큰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Q ─ 불교와 인연이 궁금합니다.
A ─ 불교와의 인연은 아주 오래됐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몸이 아파서 절에 간 적이 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독실한 불자로 살아왔습니다. 고등학교를 불교 종립 학교를 나왔고, 군대에서는 군종병으로 근무했습니다. 결혼도 절에서 했습니다. 지금은 7년째 대한불교조계종 신도회장직을 맡고있으니, 돌아보면 늘 불교와 함께한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충북 괴산 공림사가 재적 사찰인데요. 지금은 열반하신, 우리 대한불교조계종이 어려울 때 두 번이나 총무원장을 역임하신 탄성 스님이 주석하시던 곳입니다.

Q ─ 불자로서 늘 마음에 품고 있는 가르침, 혹은 화두가 있다면요?
A ─ 『화엄경』의 가르침인 상즉상입(相卽相入), 즉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르침을 늘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삼라만상이 홀로 독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과 연에 의해 인드라망을 형성하고 있다고 하지요. 너와 내가 남이 아니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으니,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고 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진리를 신념처럼 간직합니다.

Q ─ 그간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소임을 맡아 많은 활동을 해오셨는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
는 일이나 보람찼던 일이 있을까요?

A ─ 가장 큰 성과라고 하면 신도의 조직화를 들 수 있습니다. 전국 25개 교구본사와 말사에서 신도회를 재건해 조직화했고, 그렇게 결집된 역량을 바탕으로 ‘행복바라미’ 운동을 전개해 기부금을 모아 주변의 소외된 이웃과 힘든 환경에 처한 이들을 꾸준히 지원해 왔습니다. 2013년부터 시작된 행복바라미 운동이 지금은 불교계 대표 나눔 활동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Q ─ 최근 한국 불교계는 신도 수 감소라는 큰 걱정거리를 안고 있습니다. 중앙신도회장으로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계실 듯한데요. 장차 한국불교가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 ─ 모든 불자가 부처님 가르침 대로 살고 실천하는 데 답이 있다고 봅니다.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실천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기도 하고요. 부처님께서는 자비(慈悲)를 통해 남에게 베풀고 타인의 아픔을 함께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또한 중도와 중용을 통해, 양극단을 버리기보다 이를 모두 포용해 평등과 공존의 삶으로 나아갈 것을 이르셨지요. 이런 가르침을 삶에서 고스란히 실천함으로써 이를 다른 사람이 보고 배우고 따를 수 있다면, 자연히 신도 수 문제는 해결되리라 봅니다. 또 하나, 문제 해결을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사부대중 사이에 굳건한 신뢰가 밑바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Q ─ 앞서 IOC 위원으로서 계획을 들어봤는데요. 한편으로 중앙신도회장으로서 올 하반기에 역점을 두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 일단 지금껏 해오고 있는 행복바라밀 활동을 앞으로도 꾸준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그 외에 특별
히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올여름 법주사에서 2박 3일간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군종병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젊은이들이 불교에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해외 봉사와 소외 이웃에 대한 지원 역시 계속할겁니다.

Q ─ 한 사람의 체육인, 또 불자로서 보기에 스포츠와 불교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무엇이 있을까요?
A. 불교의 수행과 운동 사이에는 큰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밖이 아닌 내 안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불교 수행과 운동 모두 스스로를 극복하지 못하면 어떤 성과도 얻을 수 없습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 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이 또 비움입니다. 욕심을 비우고, 내려놓을 줄 알아야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올림픽 등 큰 무대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선수 가운데 불자들이 유독 많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Q ─ 앞으로의 활동에 큰 기대감을 안고 있을 체육인, 불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보시기에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을 겁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을 약속합니다. 더불어 우리 체육인과 불자들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길, 부처님 가르침 대로 살고 실천하길, 서로 보듬고 존경 하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글. 양민호 / 사진. 최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