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명법문] 천도재의 바른 의미

2019-07-24     양민호

천도(薦度)라는 말을 아시나요? 천도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천도라는 말에는 ‘추천한다’, ‘천거한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49일 동안 백중 천도재(薦度齋)를 하면서 천도라는 말을 모른다면 불교다운 불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불자님들은 천도라는 말을 꼭 이해해야 합니다. 천도라는 말은 ‘천’ 자와 ‘도’ 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천’ 자는 관세음보살님, 대세지보살님, 인로왕보살님, 아미타 부처님께 영가와 불자님, 스님을 비롯한 우리 모두를 추천하는 것을 말합니다. 49일 동안 열심히 기도하여 악업, 흑업, 번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참회하였으니 아미타 부처님을 비롯한 여러 보살님들의 가피로 천도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도’라는 말은 육도를 의미합니다. 육도는 천(天)·인간(人間)·아수라(阿修羅)·축생(畜生)·아귀(餓鬼)·지옥(地獄)을 말합니다. 이 육도에 머무르지 못하는 중생을 중음신(中陰身)이라 부릅니다. 여러분들 집이 없으면 어떤가요? 늘 불안합니다. 그러니 중음신에 머무는 중생들이 우리 조상이건 다른 분들의 조상이건 모든 영가들이 올바른 도에 이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인간 이상으로 태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인간 이상의 세계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참회를 해야 합니다. 참회를 할 때는 올바르게 해야 합니다. 무조건 절을 많이 한다고 해서 되는것이 아닙니다. 물론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제대로 알면서 절을 하는 것이 올바른 수행입니다. 집에서 고요히 생각하고, 부처님 경전을 읽고, 다라니를 열심히 독송하고, 열심히 염불하고, 참선을 열심히 하면서 나와 우리가족, 모든 인류와 우주 모든 생명체의 잘못을 참회해야 합니다. 그래야 영가를 바른 길로 천도하고, 불국토를 이룰 수 있습니다. ‘천도’는 그렇게 하는 것
입니다.
한편 불가에서 말하는 재(齋)와 세속에서 말하는 제(祭)는 다릅니다. 세속의 제는 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혼령에게 음식을 바쳐서 정성을 나타내는의식을 말합니다. 불가의 재는 가지런할 ‘재’ 자를 씁니다. 내 마음을 가지런히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탐심(貪心)이 있는지, 진심(嗔心)이 있는지, 치심(癡心)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는 사람은 탐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사람은 탐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화를 많이 내는 진심이 있는 사람도 가지런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 내가 죽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모르는 사람을 말합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는 것도 치심입니다. 어리석은 마음입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수행하여 무명(無明)을
타파하고 무아(無我)를 찾아야 합니다. 가지런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 상단과 중단, 영단에 많은 공양물이 차려져 있습니다. 공양물이 많이 차려져 있으니 세속의 제사와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듯싶습니다. 부처님 앞에 음식은 부처님께서 드실까요? 부처님은 음식을 드시지 않고 보시기만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여기 차려져 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배고픈 사람이 허기를 면하고, 병이 있는 사람은 병이 낫고, 불만이 있는 사람은 불만이 없기를 발원하고 계십니다. 이것이 세속의 제사와
다른 점입니다. 오늘 차려 놓은 많은 공양물은 보이는 중생들과 보이지 않는 중생들과 여기 오지 못한 중생들까지 마음을 편안하고 가지런히 하기 위함입니다. 나눠 드시고 열심히 기도해서 나도 편하고, 이웃도 편하고, 조상님들도 편하고, 구천에 떠다니는 중음신도 천도가 되는, 천도재를 위한 입재를 하는 것입니다.

입재의 ‘입(入)’은 내 마음이 가지런하지 못한 것을 안으로 돌이켜 보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우리는 나의 잘못을 보기보다는 주변의 잘못을 먼저 봅니다. 그렇게 해서는 올바른 입재가 되지 못합니다. 이 세상은 나를 위해 삽니다. 입재를 하는 것도 나를 위한 것입니다. 나를 위한 것은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내가 편해도 가족이 편하지 못하면 나 또한 편하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 가족이 아무리 편해도 이웃이 편하지 못하면, 결국 우리 가족도 편하지 못하게 됩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국가가 아무리 편하
고자 해도 이웃 국가가 편하지 못해 쳐들어오면 결국 편안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볼 때 진정으로 나를 위해서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불보살님입니다. 우리는 무아가 되지 못해서 나를 위해서 산다고 하면, 말 그대로 본인 자신만을 위해서 삽니다. 자신의 육신을 위해서 살지요. 육신의 오감 만족을 위해 삽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내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이웃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내 국가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세계를 제대로 볼 수가 없고, 우주법계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나를 위해 사는 사람은 아라한 이상의 불보살님들입니다. 무아를 깨달아야 진정으로 나를 위해 살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무아를 깨달을 때까지 열심히 수행정진 합시다. 감사합니다.

승석스님

장윤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선암사에서 지허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통도사에서 청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송광사 승가대학 중강, 법주사 승가대학 강사, 동화사 승가대학 강사 및 포교
국장을 역임하고, 현재 강화도 전등사에서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정리. 양민호 / 사진. 최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