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불교] 일본의 불교 2

각 교파의 특색과 기원

2007-09-15     관리자

일본은 나라 전체를 불교 백화점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불교의 각 종파가 나름대로 탄탄한 기반과 논지를 지니고 존속하고 있다.

석가모니는 불종(佛宗)을 말한 바 없다. 모든 불도가 석씨 한 문중이라고 설파했을 뿐이다.
그러나 불교는 인도 중국을 거쳐 발전하면서 여러 종파로 갈래가 나뉘어졌다. 일본에서의 종파 분류는 오늘날 현대 불교에서의 제 종파의 집대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해진다.

신도 수를 중심으로 일본 불교 7대 종파를 꼽아 보면 정토진종, 정토종, 일련종(창가학회 포함), 진언종, 임제종, 조동종, 천태종 순이다. 이외에도 화엄, 살상, 가지 등의 종파로 꾸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찰 수를 기준으로 하면 조동종이 정토진종에 이어 두 번째 위치를 점하고 있다.

7대 종파 가운데 임제종, 조동종은 선종의 성격이 강한 종파이며 진언종이 밀교 계통, 그리고 정토종, 정토진종은 아미타 사상을 중시하는 선교밀의 복합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일련종은 법화 사상을 중심으로 진언주력을 중시하는 독특한 교리를 지닌 종파다. 또 일본 천태종은 교학적 기반에 밀교적 요소가 강한 종파로 꼽히고 있으며 화엄종은 교학적 요소가 가장 강한 종파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제 종파는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율(律), 선(禪), 밀교(密敎), 화엄(華嚴), 법화(法華), 정토(淨土)등 6개의 계통으로 분류되고 있다.

계율은 불교체계의 기본이다. 이상을 실현하려는 인간으로서 어떤 생활 태도를 취하고 어떤 기준을 지켜야 하는가,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율인 것이다. 율은 정토진종을 제외하고 모든 종파가 이를 중시하고 있으나 일본 불교는 이에 대해 상당히 대범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에도 시대에 이미 대처육식의 보편화되는 등, 일반 승려들의 계율에 대한 태도가 상당히 이완 되어 있다고 말해진다. 도덕적 실천이 수반되지 않는 곳에 불교는 없다는 취지 아래 소극적인 지계보다는 적극적인 실천을 중시하는 경향이라고 하겠다. 진언종, 화엄종, 천태종 등의 율에 있어 상대적으로 엄격한 가풍을 지니고 있다고 말해진다.

선(禪)은 율과 함께 불교 수행 실천의 기본으로 꼽히고 있다. 꼭 선종이 아니더라도 계라는 도덕적 기준을 토대로 선이라는 종교적 체험과 교학의 수련에 의해서 혜(慧)라는 절대적 진리에 도달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불교 종파에 공통되는 기본이다. 이 가운데 유독 선을 중시하는 선종은 달마대사에 의해 중국에서 번성하였으며 한국, 일본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대표적 선종인 조동종과 임제종은 모두 중국 남종선 계통으로 임제종이 화두, 공안을 내세우는 간화선을 중시하고 있다면 조동종은 오직 좌선에 의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면의 자유를 얻는 묵조선을 중시하고 있다.
임제의 선풍은 굉지정각(宏智正覺)에 의해 중국에서 기틀이 잡힌 이래 일본에는 13세기 초에 전해졌다.

1202년 교토에 건인사가 건립됐는데 이 절이 일본 최초의 임제종 사찰이다. 조동종은 송에 유학한 도겐(道元에 의해 1227년 교토에 영평사를 열면서 시작됐다.

도겐은 수행 이외에 깨달음(悟)을 구하는 입장을 부정하고 수행이 그대로 증오(證悟)이고 증오는 수행 이외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 노력 생활 그 자체가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53년의 충실한 한평생을 마쳤고 조동종을 일본 최고의 선종으로 발전하게 하는 기틀을 만들었다.

이에 반해 임제종은 한때 귀족적인 취미와 결합해서 유한적인 유희에 빠지는 경향이 있었고, 부침을 겪어야 했으나 민중적인 선을 가르친 지도무난(至道無難) 같은 고승을 배출하면서 선맥(禪脈)을 떨쳤다.

일본에서는 불교가 전래되던 처음부터 불교의 주술적 효과에 강한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갖가지 지도가 행해 졌다. 대일경 등 밀교경전이나 여러 가지 수법도 이미 나라시대 이전에 알려져 있었다. 9세기 초엽 당에 건너간 사이초(最澄)는 절강성 흥룡사에서 순효(順曉)로부터 밀교를 전수받았다. 사이초는 일본에 귀국하여 천태종 열었으나 밀교를 존중하였고 이 계통이 태밀로 지칭되게 되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정식으로 밀교를 내세운 구카이(空海)의 진언종이 나오자 동밀이라 불러 서로 기도의 방법 등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일본 진언종의 창시자 구카이는 당나라 장안의 청룡사에서 밀교를 전수받은 역시 유학승이었는데 자신의 밀교를 최고로 내세워 그 외 다른 종파를 모두 현교, 즉 밀교의 예비단계라고 규정했다.

그는 범불론적인 세계관에 기초한 비전적인 교의를 세웠고 후일 그의 진언종은 아미타불 신앙을 발전시켜 아미타를 대일 여래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고, 자기 자신 이외에 불신은 없으며, 이 현실 세계 이외에 정토는 없다는 신의(新義) 진언종의 비조가 가쿠방이다.

진언종은 몇 개의 분파로 다시 나뉘는데 고야산 본파, 신의파, 지산파, 풍산파 등이 그것이다.
밀교는 철학적 사유의 극치로 표현되기도 하며 주술 신앙과도 관련된다. 그러나 진언종 창시자 구카이가 설파했듯이 교상과 사상이 평행해야 그 가르침이 올바르게 된다. 즉 보리심이 원인이며 큰 자비심이 근본이고 실제적인 지도가 최고라는 것이다. 고도의 이지와 한없는 자비에 바탕을 두고 현실의 생활에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밀교의 원리인 것이다.

화엄학은 일본에도 일찍이 들어왔다. 8세기 초엽에 학승들이 화엄경을 필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화엄경에서는 전 우주가 부처의 모습이며 우리 중생도 본래 부처로서 전 우주는 모두 무한한 관계에 있어 성립하고 있다고 설파된다. 따라서 만물은 서로 연관되면서도 절대 자유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734년 건립에 착수한 나라에 동대사는 바로 일본 화엄종의 본산으로 화엄경에 나오는 비로자나불이 대불전에 안치되어 있다. 일본 불교에 있어 화엄종은 종파로서는 크게 번성하지 못했지만 그 사상적 내용의 풍부함 때문에 여러 종파에 두루 영향을 미쳤고, 진언종의 구카이는 화엄을 천태의 윗길에 놓고 현교 중에서 최고의 것이라고 인정했다.
화엄경이 우아한 예술 작품이라면 법화경은 대중적인 신앙인 책이다.

일련종과 정토진종 그리고 정토종은 법화경의 가르침을 최고로 치고 있다. 법화경은 석가모니가 인간으로 태어나 깨달음을 얻어서 부처가 되었다는 것을 파격적으로 해석해 아득한 옛날부터 불생불멸한 부처였는데 중생을 격려하기 위해 입멸의 모습을 보였다고 설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처를 믿고 법화경을 공양하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고 설하고 있다. 또 법화경은 배타적이며 투쟁적이기까지 하다.

이같은 특성은 일본 불교의 가장 큰 교단인 정토진종과 폭발적인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니찌렌(日蓮)에 의해 창시된 일련종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법화경을 신봉하는 종파 신도들의 열의와 실행력은 유명하다.

법화경을 소의경전으로 하는 정토종과 정토진종은 아미타가 극락정토 서방세계에 왕생한다는 아미타 신앙과 결합하여 독특한 형태로 변모 발전했다. 최대 종파인 정토진종에서는 비조인 신란(親鸞)의 전례에 따라 승려의 대처가 일반화되어 있다. 이같은 비승비속의 입장에서 계율을 방기하고 현실도피적인 경향이 강하다는 비판이 제기 되기도 했지만 진종(정토진종을 줄여 부르는말)은 일본 최대의 교파로서 일본인이 일상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일본의 불교 학자들은 일본의 불교 신도들의 종파 의식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인들을 불교 사원에 매두는 주요한 원인은 절에 조상의 묘지와 위패가 있다는 것이고, 종파적 관심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진지하게 불교를 알고 거기서 실천의 원리를 배우려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미 종파를 초월해서 불교의 진리 그 자체, 선인들의 발자취를 구하는 경향이 강해져 가고 잇다. 7대 종파 가운데 정토진종과 일련종이 가장 종교 의식이 농후하고 엄격하며, 신도들의 자체 단합이 강해 '닫힌 종파'로 분류되고 다른 종파들은 비교적 '열린 종파'로 알려져 있다.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향애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